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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해답은 질문에 있다 ⑥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은바리라이프 2009. 6. 11. 18:03

모든 해답은 질문에 있다
기독교 문학 산책ㅣ⑥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2008년 11월 21일 (금) 18:14:01 조준영 joshua@kidok.com

   
   
오색실로 수놓은 명주 손수건을 선물 받은 느낌이다.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여 소담한 문양을 만들어내듯 구절마다 작가의 의도가 섬세하게 담겨 읽는 재미를 더한다. 방대한 서술과 화려한 묘사로 무장한 장편소설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간결하면서도 옹골찬 단편소설의 매력이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Lev Nikolayevich Tolstoy, 1828∼1910)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제목 그대로 인간 삶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성찰을 다룬다. 역사 이래로 모든 인류에게 주어진 질문이기에 해답을 찾아가는 길은 모호한데, 작가는 그 해답을 자신이 말년에 몰두했던 기독교 사상에서 찾고자 시도한다.

소설은 가난한 구두장이 세몬이 추운 겨울밤 교회 앞에 벌거벗은 채 떨고 있는 천사 미하일을 만나면서부터 시작한다. 세몬은 측은한 마음에 미하일을 집에 데려오지만 기다리는 건 아내의 악다구니뿐. 아내 마트료냐는 겨우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미하일에게 얼마 남지 않은 빵조각을 내놓는데, 그때 미하일은 환하게 첫 번째 미소를 짓는다. 미하일이 하나님 앞에서 벌을 받아 내쫓겨온 천사임을 알 리 없는 세몬은 미하일에게 구두장이 일을 권하고, 미하일은 솜씨 좋은 구두장이로 변해간다. 그 후 미하일은 부자 신사가 일 년 동안 신을 수 있는 장화를 주문하러 왔을 때와 부모를 잃은 쌍둥이 여자아이를 키운 한 부인이 구두를 주문하러 왔을 때 다시 미소를 지어 보인다.

미하일의 미소는 세몬 가족뿐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독자로서는 이미 제목을 알고 있는 터라, 미하일의 미소 속에 담긴 주제를 유추하는 골몰함 또한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작가는 친절하게도 미하일의 입을 빌어 세 번의 미소의 의미를 설명한다. 그것은 또한 하나님이 천사 미하일에게 한 세 가지 질문, 즉 ‘사람의 내부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해답이자, 작가가 소설에서 말하고픈 주제다.

소설에서 도드라지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천사 미하일이 하나님의 명령을 거부하는 장면은 하나님을 향한 기독교인들의 숱한 의문과 원망을 닮아있어 흥미롭다. 미하일은 남편을 여의고 쌍둥이를 갓 출산한 한 산모의 혼을 차마 거둘 수 없어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하는데, 그러자 하나님은 세 가지 질문과 함께 미하일의 두 날개를 부러뜨려 미하일로 하여금 인간의 판단을 넘어서는 그 무엇, 즉 하나님의 계획하심과 도우심을 깨닫게 하신 것이다.

도도한 강물보다는 작은 샘 근원이 갈증을 풀기에 더 적당한 법이다. 역사 이래 계속돼 온 인간의 고민을 이 한 편의 소설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말한다면 과장일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분량에 그만큼의 묵직한 주제를 담은 소설도 많지 않기에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찬사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