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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문학 산책⑧]‘의심’으로 찾아가는 ‘믿음’

은바리라이프 2009. 6. 11. 18:07

[기독교 문학 산책⑧]‘의심’으로 찾아가는 ‘믿음’
조성기의 〈야훼의 밤〉
2009년 02월 09일 (월) 14:30:10 조준영 기자 joshua@kidok.com

   
불현듯 90년대 초 훈련소를 마치고 갓 자대에 배치 받아 모든 것이 어리둥절하던 그 봄날이 떠올랐다. 내무반을 청소하다 우연히 들춰본 신문에는 몸담고 있던 선교단체의 분열 소식이 실려 있었다. 빈틈이 없이 일사분란해 보이던 단체의 내분은 그간의 확신을 혼돈으로 이끌었고, 기사에 실린 지도자의 그늘은 그간의 존경심 사이로 의심이 되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대다수의 기독교 소설이 애초에 성경적 결론을 전제하고 이야기를 끌어가거나, 일상을 다루면서도 관념적 깨우침을 의도하는 것과 달리, 조성기(1951∼)의 〈야훼의 밤〉은 실제 있었던 한 선교단체의 내분을 배경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현실감을 더하고 주인공의 영적 각성과 고뇌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감정이입이 용이하다. 작가 역시 그 선교단체에서 치열한 대학시절을 보냈었기 때문에, 소설은 작가의 자서전적 작품이나 마찬가지다.

주인공의 눈에 비친 선교단체 내분의 정점에는 조용하지만 절대적 카리스마로 무장된 지도자가 있다. 영적 각성이란 명목으로 육체적 고통을 수반하는 훈련을 강제하고, 자아비판이나 다름없는 소감문을 수시로 써오게 하는 등 절대적 순종과 헌신을 강요하는 인물이다. 획일화된 위계질서와 강제된 순종에 반기를 들기는커녕, 그것이 믿음의 표현인양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단체 구성원들의 행동 또한 역설적이다. 주인공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지도자를 향한 집단적 최면과 사욕에 파묻혀 언뜻언뜻 떠오르는 의심과 회의는 고개를 쳐들기도 전에 시들어버렸다.

작품이 흥미를 끄는 것은 작품 속 선교단체 지도자와 내분은 현재 한국교회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라는 점이다. 교회 내에서 유일무이하게 선택된 지도자임을 자처하며 절대권력을 행사하거나, 지도자를 향한 도덕적 비판을 교회를 향한 사탄의 책략이라고 거부하기에 앞장서는 신도들의 모습은 작품 속 선교단체의 한계와 고스란히 닮아있다.

공동체의 그러한 갖가지 한계에 대해 작품 속 주인공이 내놓은 대안은 ‘자식아’(自識我), 즉 하나의 관점에 치우치지 않는 의식 있는 개인이다. 어떤 공동체에도 한계가 있고 와해될 수 있으며, 때문에 자신이 앞서 의식 있는 개인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자식아의 형태로 김교신의 무교회주의를 예로 들고 있어, 현대 한국교회의 정서상 거리끼는 점이 없지 않다. 그러나 교회를 대표하는 ‘믿음’이라는 개념과 상반되는 ‘의심’이라는 도구를 통해, 올바른 하나님 교회를 찾아가고자 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현재도 의미심장한 도전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