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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모음] 진시황의 불로초

은바리라이프 2012. 4. 2.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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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조회 8|추천 0|2000.07.06. 20:23
[미스테리모음] 진시황의 불로초 
십장생.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산다는 10가지 물건이다. 해, 달, 산, 돌, 물, 구름, 학, 사슴, 거북, 불로초(영지), 대나무, 소나무 등이 그것이다. 열두 가지나 되는 것은 해와 산, 학과 거북, 소나무와 대나무는 대체로 공통이지만 사슴, 달, 돌, 물, 구름은 사람과 지역에 따라 꼽는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조상들은 이들을 그림에 그리거나 이불에 수를 놓거나 장롱에 자개를 놓아 장수를 기원했다. 

최장수 거북은 2백살 

우선 십장생에 들어있는 생물들의 실제 수명을 따져보자. 사슴의 수명은 보통 30년을 넘지 못한다. 노루는 10-12년, 돼지사슴 15-17년, 꽃사슴 15년, 엘크사슴 22년, 붉은 사슴 15년일 뿐이다. 천연기념물 202호인 학의 다른 이름은 두루미다. 수명은 보통 40-50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동물원에서 사육상태로 비교적 오래 살았다는 기록이 55년이고, 지름까지 기록된 최고 수명은 86년이다. 소나무에 둥지를 틀며, 흔히 학으로 착각하는 황새는 20년이 고작이다. 

거북이는 보통 1백년 넘게 사는 장수 동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민물에서 보이는 남생이는 보통 1백20-1백30년을 산다. 코끼리거북은 수명이 길기로 유명한데 약 1백80년을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은 별로 없다. 1776년에 아프리카에서 프랑스 탐험가에 의해 잡힌 황소거북은 1918년까지 사육상태에서 1백52년을 살았고, 잡힐 당시에도 성체였던 것으로 미루어 약 2백년을 산 것으로 추정된다. 

소나무는 보통 3백-5백년 정도 자란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모하베 사막에 사는 브리스틀 콘 소나무는 최장수의 생명체로 유명하다. 1964년 죽은 나무의 나이테를 확인한 결과 4천8백44개의 나이테가 확인됐다. 확인되지 않은 나이테까지 포함한다면 5천년 이상을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나무는 평생 한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면 죽는다. 보통 60년 주기로 꽃이 핀다. 불로초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설이 있지만 흔히 영지버섯이라고 여겨진다. 영지버섯의 실제 생장은 여름 한철 2개월 정도일 뿐으로 포자를 만들어 번식하면 죽는다. 십장생 중에서 수명이 가장 짧은 셈이다. 

인간 수명 1백50세까지 가능 

오랜 옛날에도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드물기는 했지만 70세 넘게 산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다. 또한 나이를 나타내는 단어로 미수(米壽, 80세), 망백(望百, 90세), 백수(百壽, 1백세)가 있는 것도 드물지만 1백세 정도까지 산 사람이 있었던 것을 말해준다. 최근 세계 보건기구가 집계한 사람의 평균수명은 66세이다. 그리고 현재 인류 중에서 최장수하고 있는 사람은 일본의 이즈미 할머니(1백21세)로 공인돼 있다. 의술의 발달, 건강관리, 식생활 향상 등으로 인간의 수명은 계속 늘고 있다. 학자들은 인간의 최대수명이 약 1백50세까지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단순한 수명만으로 보면 사람의 수명은 사슴, 학, 대나무, 영지보다 길고, 거북에 근접하는 것이다. 십장생의 생물 중에서 사람보다 더 장수하는 것은 거북이와 소나무만 남은 셈이다. 이제는 거꾸로 십장생이 인간에게 장수를 빌어야 할 입장이다.

그러나 십장생은 대부분 그 생물학적인 수명보다는 그것이 지니는 의미 때문에 십장생으로 여겨진 것이 많다. 소나무와 대나무는 상록수라는 점에서 영생과 불변을 상징하고, 대나무는 강한 번식력을 갖고 있어 십장생에 포함된 듯하다. 또한 사슴도 흔히 자연에 사는 동물이 아니라 신선이 길렀다는 상상 속의 동물인 기린이라는 설이 있다. 영지는 약효가 영험하기 때문에 취해진 듯하다. 한방에서는 영지가 강장에 효능이 있어 젊어지는 영약으로 불린다. 이 버섯은 갓자루가 단단한 각질로 싸여 있고 오래 두어도 변하지 않아 일본에서는 만년버섯으로 불린다. 

텔로미어, 불로장수의 열쇠? 

무엇이 인간을 늙게 하는가의 문제는 인류의 오랜 숙제였다. 진화학자들은 노화는 유전과 환경적 요인이 결합한 다양한 요인에 따라 나타난다고 보았다. 유전자가 관계된다고 하더라도 여러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그 메커니즘을 밝히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불로장생의 문으로 들어서는 열쇠는 하나일 수가 없다는 얘기다. 한편 세계의 장수마을이나 장수인들의 생활 습관이나 환경을 연구해서 장수의 꿈을 이루려는 노력이 이러한 생각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학자들은 식이요법을 통해 과도한 칼로리 섭취를 줄이면 약 30%의 수명연장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반해 분자생물학자들은 노화의 근원이 유전자에 있다는 생각으로 유전자연구에 매달려왔다. 1980년대 초반 노화를 일으키는 메커니즘으로 텔로미어 가설이 제기되면서 유전자에 의한 노화이론은 전기를 맞았다. 인간의 세포는 평생동안 50-1백번 분열한다. 염색체의 양쪽 끝 부분에는 염색체를 보호하는 뚜껑 구실을 하는 텔로미어라는 것이 붙어있다. 이것은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조금씩 닳아 없어진다. 텔로미어가 어느 한도 이상 짧아지면 세포는 분열을 멈추고 노화가 시작된다. 텔로미어는 세포의 수명을 가름하는 수명시계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 텔로미어가 짧아졌더라도 텔로머라제라는 효소가 분비되면 텔로미어의 길이를 원상으로 회복시켜 세포가 분열을 계속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학계는 이제 불로장생의 꿈이 실현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라며 흥분하고 있다. 텔로미어의 길이를 일정 정도 이상으로 유지시키거나 원상 회복시킬 수 있다면 노화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모든 세포는 애초부터 텔로머라제를 생산할 수 있는 유전자를 타고난다. 그런데 보통의 성장한 세포에서는 이 유전자가 사라지고 없다. 다만 암세포에서는 이 유전자가 재발현해서 세포가 무한정 분열하는 것이다. 학자들의 연구는 보통세포에서 사라진 텔로머라제를 어떻게 다시 만들어낼 것인가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일부 학자들은 시험관에서 실험한 세포의 노화와 인체 내에서 조직세포의 노화는 매우 다르다고 주장한다. 또한 인체세포의 텔로미어는 2백년을 넘게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길기 때문에 텔로미어가 모든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것은 터무니없다는 주장도 있다. 

진정한 불로장생 

불로장수는 인간의 보편적인 욕구다. 시황제가 천하를 통일한 후 신선과 불로초를 찾아오도록 명했던 일이며, 동방삭이 한무제의 복숭아를 훔쳐먹고 3천년을 살았다는 설화며, 우리 조상들이 집안 곳곳에 십장생을 그려두고 기원했던 것들이 모두 불로장수의 염원에 닿아 있다. 

그러나 예로부터 참다운 장생은 불로초를 먹는 것으로 완성된다고 믿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현대의 유전자 연구도 참된 장생을 가져다주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도가에서는 불로장생을 추구했지만, 신선의 경지는 생명 연장이 아니라 세상의 도를 깨우치고 삶과 죽음을 초탈한 경지였다. 

우리 조상들이 십장생에 생물뿐 아니라 해, 달, 돌, 물, 구름, 산과 같은 자연물을 넣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십장생의 영험으로 그저 목숨을 늘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변함없는 자연의 영원성을 배우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삶의 무질서 너머에 있는 불변의 영원성, 그것을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는 이미 죽음이라는 인간 숙명의 한계로부터 벗어난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