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은주의 프랑스 교육이야기]친구들의 따돌림에 괴로워하다가 자살한 파리 중학생
레이디경향 입력 2012.02.22 17:45학교 폭력과 왕따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말 미국 뉴욕에서는 집단 따돌림에 시달리던 여고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해 미국 47개 주가 '왕따 방지법'을 도입했다. 그리고 올해 초 프랑스 파리에서도 여중생이 같은 이유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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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에서는 학교 폭력과 왕따가 매우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들었어요.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다가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한 대구 중학생의 사연을 멀리서나마 뒤늦게 뉴스로 접했는데, 비슷한 나이대의 자식을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마음이 무척 아팠어요.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그 아이의 엄마는 오죽할까요. 저는 상상만 해도 하늘이 노랗게 변하네요.
그런데 얼마 전 이곳 프랑스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노엘 방학을 마치고 개학을 하루 앞둔 전날 밤, 열두 살 소녀가 아버지의 사냥총으로 자살을 한 것이지요. 평소 털털한 성격으로 트레이닝복을 즐겨 입고 치마보다는 바지를 자주 입는 스타일이었다고 하는데, 친구들은 그런 소녀를 볼 때마다 "못생겼다", "선머슴 같다"라고 놀리고 괴롭혔다고 해요. 학교에서는 학교 폭력과 집단 따돌림은 절대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소녀가 남긴 유서에 '더 이상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싶지 않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졌답니다. 게다가 여덟 살짜리 남동생이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 있는 누나를 처음 발견해 신고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가슴이 더 미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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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는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으로 심리치료교실을 운영한다고 해요. 프랑스는 학교에 의사, 간호사, 상담 전문 교사가 있기 때문에 비교적 학교 폭력이나 왕따 문제에 잘 대비하고 있는 편이에요. 교실에서 진행되는 수업시간 외에 야외에서 수업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아이들을 일일이 관찰하는 교사가 따로 있을 정도거든요. 집단 따돌림이 우리나라처럼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크게 다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도 바로 이러한 체계적인 시스템 덕분인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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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딸과 중학생 아들을 둔 엄마의 입장에서 한창 감수성이 예민해지는 청소년기가 아이에게 얼마나 조심스러운 시기인지 다시금 되돌아보게 되네요. 외국에서는 총기류 소지가 합법적으로 허용된 곳이 많은데, 적어도 청소년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아이들의 충동적인 행동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부모들이 집 안에 무분별하게 총기류를 구비해놓는 일은 자제하는 게 좋을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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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파리에 지내면서 알게 된 아시아계 고등학생 아이가 뭘 먹어도 소화가 잘 안 되고 자주 체한다고 하기에 이유를 물었더니, 새 학년에 올라가서 친구를 못 사귀고 혼자 남게 될까 봐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렇다고 대답했던 일이 생각나요. 그때는 그냥 다른 인종의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는 게 좀처럼 쉽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하고 가볍게 넘겼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아이도 따돌림과 학교 폭력에 대한 두려운 마음에 그랬던 것이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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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우리의 아이들이 아무 탈 없이 이 시기를 잘 넘겼으면 좋겠어요. 학교 폭력을 주도해서도 안 되고, 피해를 받고 있는 아이들 역시 조금 더 강해져야겠지요. 집단 따돌림에 대한 두렵고 괴로운 마음이 어린 나이에는 죽고 싶을 만큼 견디기 힘들겠지만, 잘 극복하고 일어서면 다시 기쁘고 행복한 일들이 찾아올 것이란 사실을 가슴에 꼭 새겨뒀으면 좋겠어요. 물론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학부모와 학교 측의 세심한 관심과 지도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고요. 더 이상 꽃다운 나이의 청춘들이 스러져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www.twitter.com/pistos11
프랑스 특파원으로 발령받은 남편 덕분에 2010년 여름부터 프랑스 파리에 살고 있는 결혼 21년 차 주부다. 남편, 중학생 아들, 대학생 딸과 프랑스 생활에 적응 중이다. 평소 두 자녀를 통해 한국과 프랑스의 중·고등학교 교육을 직접 체험하면서 교육 분야에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됐는데, 앞으로 2년 더 파리지엔으로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백은주 주부가 전하는 프랑스의 교육 현주소가 궁금하다면 그녀의 트위터에 들어가보자! 팔로잉을 맺는 순간 궁금했던 프랑스 교육의 장이 활짝 열릴 것이다.
<■기획 & 정리 / 윤현진 기자(www.twitter.com/kkulbong) ■글 & 사진 / 백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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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과 왕따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말 미국 뉴욕에서는 집단 따돌림에 시달리던 여고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해 미국 47개 주가 '왕따 방지법'을 도입했다. 그리고 올해 초 프랑스 파리에서도 여중생이 같은 이유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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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에서는 학교 폭력과 왕따가 매우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들었어요.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다가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한 대구 중학생의 사연을 멀리서나마 뒤늦게 뉴스로 접했는데, 비슷한 나이대의 자식을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마음이 무척 아팠어요.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그 아이의 엄마는 오죽할까요. 저는 상상만 해도 하늘이 노랗게 변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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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얼마 전 이곳 프랑스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노엘 방학을 마치고 개학을 하루 앞둔 전날 밤, 열두 살 소녀가 아버지의 사냥총으로 자살을 한 것이지요. 평소 털털한 성격으로 트레이닝복을 즐겨 입고 치마보다는 바지를 자주 입는 스타일이었다고 하는데, 친구들은 그런 소녀를 볼 때마다 "못생겼다", "선머슴 같다"라고 놀리고 괴롭혔다고 해요. 학교에서는 학교 폭력과 집단 따돌림은 절대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소녀가 남긴 유서에 '더 이상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싶지 않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졌답니다. 게다가 여덟 살짜리 남동생이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 있는 누나를 처음 발견해 신고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가슴이 더 미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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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는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으로 심리치료교실을 운영한다고 해요. 프랑스는 학교에 의사, 간호사, 상담 전문 교사가 있기 때문에 비교적 학교 폭력이나 왕따 문제에 잘 대비하고 있는 편이에요. 교실에서 진행되는 수업시간 외에 야외에서 수업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아이들을 일일이 관찰하는 교사가 따로 있을 정도거든요. 집단 따돌림이 우리나라처럼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크게 다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도 바로 이러한 체계적인 시스템 덕분인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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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딸과 중학생 아들을 둔 엄마의 입장에서 한창 감수성이 예민해지는 청소년기가 아이에게 얼마나 조심스러운 시기인지 다시금 되돌아보게 되네요. 외국에서는 총기류 소지가 합법적으로 허용된 곳이 많은데, 적어도 청소년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아이들의 충동적인 행동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부모들이 집 안에 무분별하게 총기류를 구비해놓는 일은 자제하는 게 좋을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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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파리에 지내면서 알게 된 아시아계 고등학생 아이가 뭘 먹어도 소화가 잘 안 되고 자주 체한다고 하기에 이유를 물었더니, 새 학년에 올라가서 친구를 못 사귀고 혼자 남게 될까 봐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렇다고 대답했던 일이 생각나요. 그때는 그냥 다른 인종의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는 게 좀처럼 쉽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하고 가볍게 넘겼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아이도 따돌림과 학교 폭력에 대한 두려운 마음에 그랬던 것이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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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우리의 아이들이 아무 탈 없이 이 시기를 잘 넘겼으면 좋겠어요. 학교 폭력을 주도해서도 안 되고, 피해를 받고 있는 아이들 역시 조금 더 강해져야겠지요. 집단 따돌림에 대한 두렵고 괴로운 마음이 어린 나이에는 죽고 싶을 만큼 견디기 힘들겠지만, 잘 극복하고 일어서면 다시 기쁘고 행복한 일들이 찾아올 것이란 사실을 가슴에 꼭 새겨뒀으면 좋겠어요. 물론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학부모와 학교 측의 세심한 관심과 지도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고요. 더 이상 꽃다운 나이의 청춘들이 스러져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프랑스 통신원 백은주(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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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에서는 학교 폭력과 왕따가 매우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들었어요.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다가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한 대구 중학생의 사연을 멀리서나마 뒤늦게 뉴스로 접했는데, 비슷한 나이대의 자식을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마음이 무척 아팠어요.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그 아이의 엄마는 오죽할까요. 저는 상상만 해도 하늘이 노랗게 변하네요.
그런데 얼마 전 이곳 프랑스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노엘 방학을 마치고 개학을 하루 앞둔 전날 밤, 열두 살 소녀가 아버지의 사냥총으로 자살을 한 것이지요. 평소 털털한 성격으로 트레이닝복을 즐겨 입고 치마보다는 바지를 자주 입는 스타일이었다고 하는데, 친구들은 그런 소녀를 볼 때마다 "못생겼다", "선머슴 같다"라고 놀리고 괴롭혔다고 해요. 학교에서는 학교 폭력과 집단 따돌림은 절대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소녀가 남긴 유서에 '더 이상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싶지 않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졌답니다. 게다가 여덟 살짜리 남동생이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 있는 누나를 처음 발견해 신고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가슴이 더 미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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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는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으로 심리치료교실을 운영한다고 해요. 프랑스는 학교에 의사, 간호사, 상담 전문 교사가 있기 때문에 비교적 학교 폭력이나 왕따 문제에 잘 대비하고 있는 편이에요. 교실에서 진행되는 수업시간 외에 야외에서 수업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아이들을 일일이 관찰하는 교사가 따로 있을 정도거든요. 집단 따돌림이 우리나라처럼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크게 다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도 바로 이러한 체계적인 시스템 덕분인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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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딸과 중학생 아들을 둔 엄마의 입장에서 한창 감수성이 예민해지는 청소년기가 아이에게 얼마나 조심스러운 시기인지 다시금 되돌아보게 되네요. 외국에서는 총기류 소지가 합법적으로 허용된 곳이 많은데, 적어도 청소년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아이들의 충동적인 행동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부모들이 집 안에 무분별하게 총기류를 구비해놓는 일은 자제하는 게 좋을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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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파리에 지내면서 알게 된 아시아계 고등학생 아이가 뭘 먹어도 소화가 잘 안 되고 자주 체한다고 하기에 이유를 물었더니, 새 학년에 올라가서 친구를 못 사귀고 혼자 남게 될까 봐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렇다고 대답했던 일이 생각나요. 그때는 그냥 다른 인종의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는 게 좀처럼 쉽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하고 가볍게 넘겼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아이도 따돌림과 학교 폭력에 대한 두려운 마음에 그랬던 것이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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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우리의 아이들이 아무 탈 없이 이 시기를 잘 넘겼으면 좋겠어요. 학교 폭력을 주도해서도 안 되고, 피해를 받고 있는 아이들 역시 조금 더 강해져야겠지요. 집단 따돌림에 대한 두렵고 괴로운 마음이 어린 나이에는 죽고 싶을 만큼 견디기 힘들겠지만, 잘 극복하고 일어서면 다시 기쁘고 행복한 일들이 찾아올 것이란 사실을 가슴에 꼭 새겨뒀으면 좋겠어요. 물론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학부모와 학교 측의 세심한 관심과 지도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고요. 더 이상 꽃다운 나이의 청춘들이 스러져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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