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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아바타

은바리라이프 2010. 5. 27. 23:46

하나님의 아바타

 

 

아바타 열풍

<아바타>가 영화의 기술적 진보와 흥행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세계가 온통 아바타 열풍에 휩싸였고,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자신의 전작 <타이타닉>이 세웠던 최고흥행기록을 갱신했다. <아바타>는 매우 잘 만들어진 헐리웃 SF블록버스터다. 최첨단 3D 덕분에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체험과 감상을 느낄 수 있으며, 많은 종교적·철학적 상징과 코드도 넘친다. 한마디로 재미있는 영화다.

 

그런데 노파심 탓인지 그저 오락영화라고 보아 넘기기에는 위험한 면이 제법 보인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지만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위험한 사상조차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도구로 오용되는 것이 대중문화의 해악이다. 각종 세속주의 사상과 음란과 죄악의 문화가 대부분 대중문화의 이름으로 퍼져나간다.

 

넘치는 뉴에이지 코드

외계 위성 ‘판도라’에서 자연과 교감하며 살아가는 ‘나비족’, 인간과 나비족의 DNA 합성을 통해 만든 ‘아바타’, 영적 존재인 ‘영혼의 나무’ 등 영화에 등장하는 배경과 이야기에는 범신론과 토테미즘, 진화론 등이 혼재되어 있다. 이른바 뉴에이지 코드다. ‘인간을 대체하는 아바타’ ‘현실과 가상 세계의 공존’이라는 설정 자체가 뉴에이지적 사고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이다.

 

뉴에이지란 매우 폭넓은 개념이어서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대체로 ‘모든 종교, 철학, 사상은 결국 하나로 통한다, 모든 만물에 신이 깃들어 있다, 인간의 기술로 생명체를 창조할 수 있다, 지구 밖의 다른 별에도 인간과 같은 생명체가 있으며, 온 우주에 퍼져 있는 우주 에너지, 우주 기운, 우주정신을 받아들이면 큰 능력을 받게 된다’ 등의 주장을 예로 들 수 있는데, 놀랍게도 <아바타>에는 이 모든 것들이 담겨있다. 가히 뉴에이지 사상의 보고(寶庫)라 할 만하다.

 

영화 속 무수한 신화적 상징들

<아바타>에는 또, 세계 곳곳에서 가져온 온갖 사상과 전설, 신화, 상징들이 망라되고 있다. 애니미즘, 샤머니즘, 그리스 신화, 북유럽 신화, 동아시아 신화, 아메리카 인디안 신화 등. 그런데 이 소재들은 잘 버무려지지 못하고 그저 한 바구니에 ‘담겨’ 있다. 그래서 현란한 3D의 감격에 매몰되지 않는다면, 영화를 보는 내내 ‘어디서 본 듯한’ 장면들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아바타>의 본질은 지구와 우리의 모습을 ‘재해석’한 영화. 즉, 친환경 메시지를 가미한 ‘문명의 자연 약탈’의 우주 버전인 것이다.

 

판도라의 모든 동식물은 '영혼의 나무'를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소통하고 있는데, 나비족은 만물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으며, 자연과 서로 교감하는 애니미즘(만물정령설) 신앙을 갖고 있다. '영혼의 나무'는 생명의 힘이 있어 박사와 제이크를 살리기 위해 촉수를 뻗기도 한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나 <천녀유혼>이 떠오른다.

 

판도라에는 강력한 자기장 소용돌이가 작용한다. 이 때문에 산이 공중에 떠있는데, 이름이 '할렐루야'다. 공중에 떠다니는 산의 개념은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차용했음이 분명하다. 산의 형상은 중국 장자제(張家界) 산림공원의 바위산 ‘난톈이주(南天一柱)'에서 땄다. 중국인들이 자부심을 느껴 흥행에도 플러스가 됐으며, 급기야 ‘난톈이주'가 ’할렐루야산‘으로 개명을 추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나비족은 ‘에이와’신을 믿는데, 이 이름은 ‘여호와’와 유사하다. 또 중국 고대전설의 ‘여와’로도 읽힐 수 있다. 여와는 중국 고대신화에서 인간을 창조한 것으로 알려진 여신이며, 삼황 중 한 명이다. 인간의 머리와 뱀의 몸통을 갖고 있으며 복희와 남매라고도 알려져 있다.

 

나비족들은 네피림이나 아낙 자손처럼 장대하여 인간을 메뚜기처럼 보이게 한다. 키가 무려 3m가 넘는다. 나비족은 그 이름과 스토리상 나바호 인디언을 연상케 한다. 따라서 무녀의 딸 네이티리에겐 백인 남자를 사랑하는 인디언 추장의 딸 포카혼타스의 이미지가 겹쳐진다. <아바타>와 <포카혼타스>는 내용상 일치점이 많다. 신령한 정령나무까지 일치한다.

 

가능성은 적지만 나비가 한국어라면 제법 식견 있는 작명이다. 이 경우엔 ‘나비가 내 꿈을 꾸는 것인지, 내가 나비꿈을 꾸는 것인지’ 헷갈리는 장자의 호접몽(蝴蝶夢)을 떠올릴 수 있다. 꿈으로 들어간 생시의 이야기는 <아바타>의 근간이다. 지구인 제이크가 눈을 감으면 나비족 복제인간이 되어 ‘꿈 같은’ 판도라 세상으로 들어가고, 눈을 뜨면 복제인간은 잠든다. 하반신이 마비된 제이크는 꿈이 현실이길 더 원한다. 우연이겠지만 ‘나비’는 히브리어로 선지자를 뜻한다.

 

하나님의 아바타

아바타(Avatar)는 컴퓨터나 인터넷 통신망에서는 사용자가 게임, 채팅, 가상현실 등을 즐길 때 가상공간에서 사용자를 대신하여 움직이는 그래픽 아이콘을 가리킨다. 산스크리트어로 '하강', '내려오다'란 뜻의 아바(ava)와 '땅'을 의미하는 테르(terr)의 합성어다. 힌두교에서는 세상의 특정한 죄악을 물리치기 위해 신이 인간이나 동물의 형상으로 나타난다고 믿는다.

 

‘무리가 바울이 한 일을 보고 루가오니아 방언으로 소리 질러 이르되 신들이 사람의 형상으로 우리 가운데 내려오셨다(행14:11)’

이방인들은 바울을 하강한 신, 아바타로 믿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아담도 하나님의 아바타다.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된지라(창2:2)’

영화를 보면서 나도 아바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성령에 의해 조정되는 하나님의 아바타, 예수님의 아바타. 나는 매일 죽고, 대신 그분이 내 속에서 눈 뜨기를 소망한다.

 

‘내가 아버지 안에, 너희가 내 안에, 내가 너희 안에 있는 것을 너희가 알리라(요14:20)’

 

10.02 은바리애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