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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의 중생(重生) 이야기

은바리라이프 2010. 5. 27. 23:40

배추의 중생(重生) 이야기

-김장

 

 

김치의 전성시대

프랑스 리용에서 만난 티에리는 역사 교사답게 동서양의 역사와 문화에 이해가 깊었다. 특히 그를 오래도록 추억하게 하는 것은 그가 양인(洋人)임에도 불구하고 김치를 즐겨 먹던 모습이다. 게다가 한참 팍 삭은, 나조차 포기하고 버릴까 고민하던 김치 국물에 밥을 비벼먹는 모습에서는 묘한 경외감마저 들었었다.

당시는 멋모르고 김치 냄새를 풍겼다간 이웃들로부터 쫓겨날 것을 걱정하던 시절이었다. 구라파의 한인에게 김치란, 눈치 보며 몰래 먹는 불온스런 금단의 식물(食物) 쯤 되었다. 물론 된장, 청국장의 광범위한 전도성과 파괴력은 김치보다 한참 윗길이어서 그런 장류의 찌개를 끓였다간 테러분자 취급받기 십상이었다. 어쨌거나 그것이 약 15년 전 일인데 어느덧 김치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니 격세지감이다. 바야흐로 김치 전성시대가 도래한 듯한데, 밭의 배추가 식탁 위 맛난 김치가 되는 과정은 성도가 거듭나고 성화되는 과정과도 많이 닮아 보인다.

 

1단계: 배추, 뿌리째 뽑히다-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기

아브라함이 살던 갈대아 우르는 당시 최고 문명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중심지였다. 그곳은 아브라함 집안이 뿌리박고 살던 안락한 터전이었지만, 하나님을 등지고 우상숭배를 일삼던 타락한 곳이기도 했다. 아브라함의 아버지 데라조차 세상과 타협하여 우상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었다.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창12:3)’ 하나님은 맨 먼저 아브라함의 뿌리를 송두리째 뽑으셨다. 하나님의 사람이 되는 일은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는 데에서부터 시작된다. 내가 거하는 환경과 고정관념, 생활습관을 배설물로 보는 인식의 전환과 거기에서 떠나는 거룩한 용기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뿌리가 뽑히면 금방 죽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진정을 깨달아야 한다. 뽑혀서 들려짐은 멸망의 자리에서 영원한 생명의 자리로 옮겨지는 것이다.

 

2단계: 뻣뻣한 배춧잎, 소금에 절여지다-自我 죽이고 거듭나기(重生)

하나님의 말씀은 생명력과 운동력이 있어 골수를 쪼개듯 강력하게 작용하여 자아를 죽여준다. ‘술 취하지 말라 이는 방탕한 것(엡5:18)’이라는 말씀에 술맛이 달아나고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거하시는 것을 알지 못하느뇨 누구든지 하나님의 성전을 더럽히면 하나님이 그 사람을 멸하시리라(고전3:16-17)’는 단호한 말씀에 담배맛도 떠나갔다. 내 이야기다.

사람들은 대부분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쉽게 변화를 실천하려 하지 않는다. 자신의 노력만으로는 오랫동안 몸에 밴 구습을 끊기 어렵다. 가장 좋은 방법은 말씀의 소금을 내 온 몸, 온 마음에 뿌리는 것이다. 소금으로 인해 배추의 수분이 밖으로 배출되듯, 말씀은 내 속에 가득한 자존심, 교만 따위를 쏙 빼준다. 그리하여 나를 비우고 나를 죽게 한다. 내가 죽고 거듭나는 것이 중생이다. 내가 죽으면 내 안의 그리스도가 산다. 그래서 바울은 날마다 죽었다.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전 15:31)’

 

3단계: 배추, 양념 바르고 김치 되다-합력하여 선을 이루기

여러 재료들이 버무려져 김치가 되며, 완성된 김치는 자체로 개성 만점의 독특한 음식이면서 다른 요리들과 조화를 이루는 데도 인색하지 않다. 출신과 성분과 성장과정이 다른 이들, 산의 채소와 바다의 젓갈처럼 도저히 만날 일이 없던 이들이 하나님의 일이라는 공통관심사에 각자의 시간과 달란트를 내놓는다. 우리 사회에서도 여러 계층의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간다.

하나님이 가장 아름답게 보시는 것이 바로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것’이다. 이에는 제각기 다른 색깔을 가졌지만 하나님이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실 것을 믿고 자신을 내맡기는 믿음이 바탕이다. 저마다의 주장을 멈추고 고추와 마늘과 젓갈들처럼 자신을 던져 김치의 일부가 되는 것, 어떤 상황에서도 조화를 이루고 평화를 만드는 것을 하나님은 기뻐하신다.

 

4단계: 김치, 맛있게 숙성되다-성화

성화(聖化)는 인간이 처음 창조되었을 당시에 부여된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것이며, 예수님을 닮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나를 본 자는 아버지를 보았다’고 말씀하셨으니 예수님을 통해 하나님의 형상을 그려볼 수 있다. 예수님은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다. 따라서 우리의 성화는 날마다 성령충만을 구하며, 겸손과 철저한 희생과 순종의 모습을 배울 때 이루어질 것이다.

 

5단계: 김치, 세계로 나아가다-선교

맛의 세계는 소금의 시대, 소스와 양념의 시대를 거쳐 발효의 시대로 가고 있다. 그 중심에 한국의 김치가 있다. 김치는 독특한 영양학적 가치와 맛을 인정받으며 세계인의 음식이 되고 있다. 김치는 세계 5대 건강음식으로 선정됐고, 김치볶음밥을 학교급식메뉴로 넣은 나라도 있을 정도다.

우리는 김장을 할 때, 품앗이로 합력하는 미풍(美風)이 있고, 이웃과 나눠먹기를 즐기는 양속(良俗)도 있다. 우리가 거저 받은 좋은 것, 아름다운 것을 땅끝까지 널리 알릴 때다.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나아갈 때다.

 

09.12 은바리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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