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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WBC와 피겨대회로 본 한국과 일본

은바리라이프 2010. 5. 27. 23:24

라이벌

-WBC와 피겨대회로 본 한국과 일본

 

 

LA의 한·일 시리즈

지난 3월 미국 LA에서는 흥미로운 한·일 시리즈가 벌어졌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주요 스포츠 경기에서 열강을 제치고 극동의 두 라이벌, 한국과 일본이 야구와 피겨스케이트로 종목을 바꿔가며 자웅을 겨룬 것이다. 무대만 제공한 꼴이 된 미국이 시기할 법도 했지만 워낙 한·일 라이벌의 실력과 투지가 출중한지라 넋 놓고 바라보기만 했다. 다른 국가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먼저 벌어진 야구는 무려 5합을 겨뤘는데, 마지막 승부인 결승전은 연장까지 가는 혈투였다. 세계 언론과 야구팬들은 이 희대의 라이벌이 ‘너무도 훌륭한’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게임을 했다고 감탄했다. 그 치열함은 ‘(MBL 최고 라이벌인)양키즈와 레드삭스 경기를 교회 야유회 소프트볼 수준으로 만들 정도’였다. 라이벌전의 승리는 간발의 차로 일본에게 돌아갔다. 즉시 일본 열도는 승리의 감격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도무지 포기할 줄 모르고, 두려움 없이 온몸으로 부딪혀 오고, 한순간의 방심도 용납하지 않는 라이벌의 강함이 승리의 감격을 배가했다.

그러나 일본은 감격하면서 찜찜해지는 한 구석이 있었다. 고교야구팀수 4000 대 60의 격차가 어디에서 좁혀졌을까.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일찍이 탈아입구(脫亞入歐)한 일본은 시작도 늦고 환경도 뒤떨어진 한국에게 자주 덜미를 잡히곤 했다. 스포츠면 스포츠, 경제면 경제, 어느 하나 시원하게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조금만 방심하면 바로 뒷덜미를 잡아채는 한국이다.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WBC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 역시 LA에서 열린 세계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 여기에선 한국의 김연아와 일본의 아사다 마오가 주인공이었다. 둘은 여자 싱글 부문 최고의 라이벌로 주니어 시절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세계정상을 다투어 왔다. 이번 대회에선 김연아가 여자 최초로 200점을 넘기는 세계기록으로 우승했다. ‘일본의 자랑’ 아사다는 4위로 밀렸다.

일본은 막강한 경제력으로 피겨스케이트 부문에 엄청난 투자를 해왔다. 기반과 저변이 탄탄하여 많은 인재들이 등장했는데 아사다는 그중에서도 특출했다. 일본에서 아사다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남녀노소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는 ‘국민적 영웅’이다. 그런데 피겨스케이트의 불모지 한국에서 김연아라는 천재가 나타나더니 아사다를 가볍게 눌러버린 것이다. 열도는 WBC의 감격에서 깨어나 충격에 빠졌다. 둘의 성장과정을 안다면, 일본의 아사다에 대한 기대를 안다면 이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 이해할 것이다.

야곱과 에서, 아히도벨과 후새

쌍둥이 형제 야곱과 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서로 경쟁했다. 야곱은 에서에게서 장자권을 가로채고 아버지 이삭을 속여 축복까지 훔쳤다. 하나님과 힘을 겨루어 버틸 정도로 강인한 야곱이지만 훨씬 강팍한 에서의 분노를 피해 밧단아람의 외삼촌 집에서 20년을 지내야 했다. 그러나 에서의 존재는 분명 그 시절의 야곱을 분발하게 한 큰 요인이었다. 야곱은 에서의 분노를 가라앉힐 만한 자산을 마련하고, 에서의 기세에 맞설 세력을 갖추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다.

아히도벨은 다윗 시대의 뛰어난 전략가였다. 다윗이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할 정도로 아히도벨의 지략은 탁월했다. 그나마 아히도벨과 견줄만한 인물은 다윗의 숙부 요나단이나 아렉 사람 후새 정도였다. 훗날 압살롬의 반란 때, 아히도벨이 압살롬 편에 합류했다는 보고를 들은 다윗은 너무도 놀라 즉시 하나님께 간구했다 ‘여호와여 원컨대 아히도벨의 모략을 어리석게 하옵소서(삼하15:31)’

압살롬이 아히도벨의 작전을 따랐다면 다윗을 없애고 왕이 될 수도 있었지만 하나님이 이를 폐하고 위장 귀순한 후새의 모략을 중용케 했다. 하나님의 뜻을 깨달은 아히도벨은 낙심하여 낙향한 후 자살했다. 두 모사의 지략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대결 장면은 구약의 압권이다.

다윗 또한 이해할 수 없는 사울의 라이벌 의식에 핍박을 받았다. 라이벌과 광야의 연단은 다윗을 겸손한 용사, 하나님과 동행하는 왕으로 만들었다.

라이벌을 안배하신 뜻

문득 <동사서독>같은 무협영화의 대결장면이 떠오른다. 한 치의 물러섬 없이 피차 서로의 능력을 최고조로 끌어 올리게 하는 상대. 목숨을 건 싸움의 치열함은 내재된 잠재력까지 이끌어낸다. 동사에게 서독의 존재는 복이었다. 서로에게 의미가 되는 상대, 라이벌의 존재는 복이다. 일본은 한국을 위해 예비된 에서이며 아히도벨이며 사울이다. 우리 곁에 강한 라이벌을 안배하신 하나님의 뜻을 되새겨본다.

'우리가 주를 의지하여 우리 대적을 누르고 우리를 치러 일어나는 자를 주의 이름으로 밟으리이다(시 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