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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성극의 감초- 동방박사

은바리라이프 2010. 4. 5. 19:07

성탄 성극의 감초

-동방박사

 

은바리애비

 

 

귀여운 동방박사들

아기 예수가 탄생한 성탄절이 다가오고 있다. 성탄 시즌에는 교회마다 이를 기념하는 다양한 성극들도 공연된다. 아기 예수 관련 성극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캐릭터가 있으니 바로 동방박사다. 동방박사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예언하고 그 위대한 탄생을 축복하는 중요한 인물이다. 그런데 역사 속 동방박사는 분명 성인(成人)들일 텐데 재미있게도 내 기억 속 박사들의 이미지는 귀여운 어린이이다.

 

산 넘고 물 건너고 사막 광야도 거치며 험하고 먼 길을 달려온 동방의 박사들. 그들이 어린이일리 만무하다며 TV 수상기 색 조정하듯 이미지를 조정해 보지만 금세 제자리다. 제법 세뇌가 심하게 됐다. 어린이 성탄 성극의 영향인 모양이다. 하지만 뭐 어떠랴. 어린이 성극의 귀여운 동방박사들이 은혜를 덜 주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영화<네티비티 스토리>의 동방박사 3인방

영화 <네티비티 스토리-위대한 탄생>는 익히 알려진 성경 속 예수 탄생의 과정을 고스란히 밟아나가지만, 이야기의 방점은 마리아와 요셉, 두 젊은 남녀의 만남과 갈등 극복에 찍혀 있다. 또래들과 깔깔대는 마리아는 성녀라기보다는 철없는 소녀이고, 자신과는 무관하게 임신해 나타난 약혼녀에 대해 고뇌하는 요셉은 보통 남자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요컨대 이 영화는 인류 역사상 가장 고귀한 성가족의 인간적인 면모를 조명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 등장하는 동방박사들은 성인들이지만 코믹하고 익살스러운 모습이어서 여전히 어린이 성극의 연장선을 보는 듯 하다. 동방박사 3인방의 면모를 살펴보면, 어떤 험난한 여정도 두려워하지 않는 모험가, 어디를 가든 대추야자와 향신료 포도주를 챙기는 미식가, 그리고 여행기간 내내 불평 불만을 터트리는 투덜이가 있다. 아마도 동방박사들은 영화에서 전체적으로 무거운 극의 흐름을 떠받치는 임무를 수행하는 듯 하다.

 

 

예루살렘에 소동을 일으킨 동방박사들

‘헤롯 왕 때에 예수께서 유대 베들레헴에서 나시매 동방으로부터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이르러 말하되,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 계시뇨 우리가 동방에서 그의 별을 보고 그에게 경배하러 왔노라 하니 헤롯 왕과 온 예루살렘이 듣고 소동한지라’(마2:1-3)

 

구세주가 탄생하셨다는 메시지는 ‘큰 기쁨의 좋은 소식’(눅 2:10), 곧 ‘복음’이다. 그런데 아기 예수가 태어났을 때 정작 이 복음을 유대 백성들에게 알려준 사람은 동방에서 찾아간 일단의 현자들이었다. 정작 그 땅의 유대인들은 메시아의 탄생을 알지 못할 때, 먼 곳의 이방인들이 찾아와 경배한 이 사건은 대단히 기이한 일이다.

 

사실 이방인들의 말 한마디에 온 이스라엘이 시끄러워진 데는 그럴만한 이유도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왕위 계승 문제 때문이었다. 헤롯 왕은 노쇠(약 69세)했고, 부인은 열 명에 아들들은 많았다. 그러니 아들들이 서로 왕위를 차지하려고 권력 다툼을 벌인 것은 당연지사. 당시 시국은 첫 번째 부인 마리암의 소생인 알렉산데르와 아리스토불루스가 대역죄로 처형됐고, 또 다른 부인, 도리스의 소생 안티파테르도 독살미수죄로 처형되는 등 매우 어수선하고 흉흉했다.

 

 

이때 난데없는 등장한 이방의 박사들이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 계시뇨?"라고 물정 몰라도 너무 모르는 질문을 했으니, 호떡집에 불난 듯, 불난 집에 기름 부은 듯, 온 이스라엘이 발칵 뒤집혔던 것이다. 어쨌거나 동방박사들은 하느님의 구체적인 계획 가운데 예루살렘까지 간 것은 분명하다. 그러면 과연 동방박사는 누구일까?

 

동방박사의 정체

독일 라인강변의 쾰른시에 유명한 쾰른대성당이 있는데, 그곳에 동방박사의 시신을 황금관에 안치하고 있다고 한다. 해마다 1월6일에 그 시신을 공개하는데, 물론 그 시신이 동방박사라는 증거는 없다.

 

동방박사는 말 그대로 동방에서 온 박사이다. 동방박사의 정체에 대해서는 별을 연구하는 점성가, 학자, 현자 등 다양하게 추측되며 동방의 왕이라는 분석도 있다. 고대 사회에서는 하늘의 별을 미신적으로 섬기기도 하고 별의 위치나 움직임이 신들의 뜻을 나타내거나 인간의 운명을 말해준다고도 믿었다. 그러나 동방박사들은 ‘유대인의 왕으로 나실 이’가 아닌 ‘나신 이’를 찾고 있었다. 이는 이미 왕으로 오신 메시아를 찾는 것이니 점성가들의 예언행위와는 다른 것이었다. 어쨌거나 열심히 연구하고 치밀하게 준비하여 메시아를 스스로 발견한 사람들이었다.

 

동방박사의 국적이 新羅?

동방박사의 고향은 대체로 요단강 동쪽 아라비아 지역, 페르시아로 추측하며, 또 이라크 쪽일 것이라는 견해도 많다. 그런데 새롭게 서구 학자들 사이에서 고려되고 있는 출발점은 신라이다. 헤롯왕이 2세 이하의 아기들을 살해했다는 점에서 동방박사들은 최소 1년 이상 여행했다는 것이 새 추론의 출발점이다. 1년 이상 소요되는 동방 지역이라면 극동아시아 쯤이며 그중에서도 첨성대를 개발·운용할 정도로 천문학이 발전했던 신라가 유력한 후보지로 부각되는 것이다. 게다가 당시 신라의 천문 기록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한다. 사실 여부를 떠나 매우 흥미로운 이론이다.

 

이스라엘을 깨우는 동방박사

‘기다리는 사람’ 시므온과 안나가 그리스도가 오셨음을 소리쳐도 이스라엘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오직 비천한 ‘목자’들과 이방의 ‘동방박사’들만이 아기예수를 경배했다. 이는 복음이 심령이 가난한 자와 열심을 갖고 하나님의 뜻을 찾는 자에게만 들리는 것임을 뜻한다. 이제 곧 하나님의 아들도 오시고 천국도 온다. 우리는 잠든 이스라엘이 아니라 이스라엘을 깨우는 동방박사가 되어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