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죽인 부족의 일원이 된 스티브 세인트 선교사 스토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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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라이프] 외부 세계는 그들을 아우카족이라 불렀다. ''아우카''란 야만인이란 뜻으로 원래 부족 이름은 ''와오다니''(Waodani)였다. 와오다니에는 백인 소년이 살고 있었다. 그에겐 친절한 아저씨가 언제나 동행했는데 소년에게 창던지기, 3m나 되는 화살총(blowgun) 쏘기, 창으로 물고기 잡는 법 등을 가르쳐 주었다. 소년이 다른 부족민을 만났을 때 아저씨는 그들에게 "소년도 우리 같은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미심쩍은 반응이 돌아오자 소년은 나무 위의 새를 창으로 잡았고 화살총도 보여줬다. 그제야 사람들은 경계를 풀었다. 아저씨는 놀랍게도 소년이 5세 때 아빠와 아빠 동료를 죽인 장본인이었다. 하지만 엄마와 다른 가족은 그를 용서했고 얼마 후 복음을 받아들여 가족과 화해했다. 소년은 그렇게 아저씨와 ''화해의 동행자''가 됐다.
영화 ''아바타''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이 광경은 남미 에콰도르에서 태어나 평생을 와오다니 부족과 함께 살아온 스티브 세인트(Steve Saint) 선교사(60)의 실제 이야기다. 그는 1956년 와오다니족에게 죽임을 당한 휘튼대 출신 5인 순교자의 한 명인 네이트 세인트(Nate Saint) 선교사의 아들이다. 베스트셀러이자 영화 ''창끝''(End of the spear)을 썼던 세인트 선교사가 지난 13일 방한했다.
이날 세인트 선교사는 그동안 자신에 대해 알려진 사실 가운데 한 가지 오류가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사람들은 당연히 제가 원주민들에게 세례를 주었다고 가정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와오다니 사람들이 제게 세례를 주었습니다." 순교한 선교사의 아들이 아버지를 죽인 사람에게 세례를 받은 것이다. 적어도 우리가 아는 선교의 ''그림''대로라면 원주민들이 세례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그런 그림은 없었다. 사연은 이랬다. 선친의 뒤를 이어 어머니와 고모가 선교에 나섰고 고모 레이첼 선교사는 와오다니인들을 말씀으로 양육했다. 세인트 선교사는 와오다니 교회 지도자에게 청소년 시절 세례를 받았다. 세인트 선교사는 이 같은 오해를 바로잡고 진정한 선교를 말하고 싶어 한국에 왔다고 했다.
선친 네이트 세인트 선교사는 44년 설립된 항공선교회(MAF·Mission Aviation Fellowship) 소속 선교사로 항공 선교 역사상 가장 뛰어난 정비기술자이자 비행사로 알려져 있다. 당시 정글 비행은 위험이 많아 고도의 조종 기술과 장치가 없이는 사고가 빈번했다. 세인트 선교사는 탁월한 기술을 이용해 정글 비행과 착륙에 알맞은 보조연료장치를 개발했고 정글 속에 사는 원주민들에게 물품을 전달하기 위한 장치인 나선형 운반기구도 창안했다.
5년 전 암 투병 끝에 82세의 나이로 별세한 어머니 매리 패리스 여사는 선교사가 꿈이었던 간호사 지망생이었다. 결혼하기 전 교회 집회에서 평생을 선교사로 살 것을 다짐했다. 세인트 선교사가 갖고 있는 선친에 대한 기억은 아련하지만 지금껏 잊지 못하는 장면이 있다. 비행기를 분신처럼 여기던 아버지의 모습이다. 아버지는 비행기에 페인트를 칠하고 정글에 착륙하는 다른 비행기의 안전을 걱정했다. 아버지는 영웅이었다. 아버지에게 비행술을 배워 언젠간 자신도 멋진 파일럿이 되고 싶었다. 그랬던 아버지가 더 이상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의 꿈은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아버지의 피 값으로 와오다니 사람들에게 복음이 들어가고 화해를 이룬 것을 생각하면 아버지는 진정한 영웅이었다.
부모에 대한 무한한 존경을 머금으며 한동안 생각에 잠겼던 세인트 선교사는 "가족 이야기는 성경의 스토리"라며 "하나님 자신이 화해자가 되어 인간에게 오셨고 그의 죽으심으로 하나님과 인간이 가족이 된 바로 그 이야기"라고 말했다. 와오다니의 일원으로 살았던 그는 수혜자 입장에서 선교를 경험했다. 거기서 얻은 교훈은 이것이었다. 선교는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시키는 것을 하는 것이다.
와오다니 신앙 공동체에 변화가 있었다. 20년 전 와오다니 교회는 힘을 잃고 있었다. 미국교회의 지나친 관심 탓에 원주민 교회가 자생 능력을 상실하고 있었다. 북미의 많은 교회들이 선교라는 이름으로 장비와 재정, 기술을 투입했지만 원주민 교회에겐 독(毒)이었다. 하나님 대신 선교사에게 의존해 자립을 방해했다. 다른 부족을 향한 복음전파 활동도 위축시켰다.
"선교사의 특징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주께로 인도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영적 자녀들을 주께로 인도했는가에 있습니다. 선교에서의 폐단(indictment)은 영적 자녀들이 그들의 영적 자녀를 낳지 못할 때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한국교회를 향한 애정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선교사를 파송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입니다. 그러나 미국교회와 닮아 우려가 됩니다. 미국교회는 선교지에 ''새우를 주는 대신 양념을 뿌린 새우빵''을 주었습니다. 당부하기는 한국교회가 이 같은 방식을 따르지않기를 바랍니다. 문화가 아니라 순전한 복음을 전하십시오."
95년 아이텍(I-TEC)이란 비영리단체를 만든 그는 원주민 교회의 자립을 돕고 있다. 아이텍은 영적 자녀가 부재한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한 와오다니 크리스천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최근 ''그의 길을 따라서''(쿰란출판사)를 펴내기도 한 세인트 선교사는 18일 오후 2시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대강당을 시작으로 19일 여의도순복음교회, 20일 대학생성경읽기선교회, 21일 분당한신교회, 부천삼광교회, 군포제일교회 등에서 간증 집회에 나선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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