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에 충실했던 사람들 -스데반3
순교의 현장
흥분한 군중들이 스데반에게 소리를 질러댔다. 하나님을 모독한 자라면서 그를 저주하고 그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군중들의 손에는 벌써부터 돌멩이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누가 먼저 시작하느냐 하는 문제만 남았다. 그런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도 스데반은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바울은 그러한 스데반의 태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죽음 앞에서 저렇게 의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시종 바울의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스데반 집사의 주위에는 많은 구경꾼들이 둘러 서 있었다. 그들 중에는 유대주의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지만 그저 구경하기 좋아하는 구경꾼들도 많이 있었다. 초대교회 교인들 중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 몇 명도 군중들 틈에 숨어 있었다. 그들은 스데반을 염려하는 눈빛으로 스데반을 안타깝게 지켜보면서 속으로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유대인들은 지금 유대인의 율법에 따라 돌을 던져 죄인을 죽이는 사형을 집행하려는 것이다. 돌로 치는 사형은 십자가 사형에 비해 그 무자비함에 있어서 결코 뒤지지 않는 잔인한 사형 방법이다. 로마인들이 당시 집행했던 십자가 처형은 주로 로마정권에 도전하는 정치범들에게 이루어지던 사형제도인데, 주검을 십자가에 걸어 두어 보게 함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시각적인 효과를 높이는 데 아주 그만인 방법이었다. 하지만 돌로 치는 처형법도 만만치 않았다. 아니, 그 비참함은 오히려 훨씬 더할지도 모른다. 죄인은 자신을 향해 던져지는 돌멩이에 맞을 때마다 살이 찢어지고 뼈가 부러지고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자신의 두 눈으로 지켜보면서 서서히 죽어간다. 돌멩이 하나 하나가 날아올 때마다 사형수는 죽음의 공포를 맛보면서 최후의 순간을 맞이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던진 돌이 스데반의 발아래 떨어졌다. 그건 마치 신호탄과 같았다. 그 때부터 여기저기서 돌이 날아갔다. 스데반은 피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손으로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다. 그는 서서 하늘을 바라보며 기도를 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날아든 돌멩이 하나가 그의 이마를 강타했다. 이마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기도하고 있었고, 천사같은 얼굴빛은 사라지지 않았다.
바울의 본명은 ‘큰 자’라는 뜻인 사울이었는데 그는 지금 이 순간 그 어느 때보다 작은 자가 되는 느낌이었다. 바울은 유대인들의 판결이 정당하고, 스데반의 죽음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당연한 그 일이 자꾸만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는 것은 왜 일까?
그것이 바울로 하여금 그 자리로부터 발을 떼지 못하게 했다. 그는 스데반을 주시했다. 죽음 앞에서 조금이라도 나약해지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아니면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표정이라도 봐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러나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는 스데반의 모습을 보게 되자 바울은 스데반이 한없이 커 보였고 자신은 작아 보였다. 나아가서는 패배감마저 들었다. 마침내 스데반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더 이상 날아드는 돌멩이가 없었다. 죽은 것일까 하는 의문이 일어났다. 그의 모습은 마치 자는 모습과 같았기 때문이다.
김진국 ■ 시냇가에심은나무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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