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극/성극선

도마의 증언

은바리라이프 2009. 6. 22. 19:07

도마의 증언

  ※ 파일별첨

첨부파일 도마의증언.hwp


 

등장인물들 :

 

도마

도마의 아내

예수

유다

베드로

루시퍼(악마)

헤롯

빌라도

가야바

가야바의 동료 제사장들

나사로

마르다

마리아(나사로의 여동생)

막달라 마리아

 

 

 

이 희곡은 요한복음을 텍스트로 삼아 그 내용과 사건을 중심으로 썼다. 이 작품의 어떤 장면들은 픽션으로 재구성 되었는데, 제 6장의 빌라도와 헤롯과 가야바 3인의 식사 장면이나, 제 7장 도마의 집에 초대받은 사람들 가운데 빌라도가 등장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장면들이 물리적 공간으로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할지라도 심리적 공간으로서의 연극 무대에서는 사용 가능한 일이며, 극적인 강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기 바란다. 이 희곡을 공연하는 데 있어서 무대 장치나 의상은 특별히 만들 필요는 없다. 예를 들면 빌라도의 복장이 굳이 로마인의 옷이어야 할 필요가 없이 권위를 상징하는 간단한 장식을 붙이는 정도면 된다. 서막의 슬라이드들은 관객들의 뇌리속에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는 현대의 사건들과 가급적 우리의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상황들로 구성되는 것이 효과적이다.

 

서막

 

 

(십자가 위에 한 사람이 달려 있는 모습이 어둠 가운데에서 희미하게 보인다. 루시퍼의 음성이 들려온다)

 

 

루시퍼 : 아, 쓸데없는 짓일세. 인간의 목숨이 천하보다도 귀한 것이라 말한 게 누구였지? 바로 자네 아닌가? 그런데 지금 자넨 그 귀한 목숨을 버리려 하고 있군. 사람이 온 우주를 얻고도 자기 목숨을 잃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청년 : (십자가 위의 인물, 고뇌한다)

 

루시퍼 : (그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며) 자, 내려오시게 어서. 그따위 십자가에설랑 내려서란 말일세.

 

(청년, 천천히 십자가에서 내려선다. 황야의 바람소리 내려선 청년, 여기저기 지친 듯이 헤맨다)

 

청년 : 무엇이 나를 이 세상에 보냈을까? 이 세상에서, 내가 할 일은 무엇인가? 세상은 왜 내 앞에 이렇게 끝없이 펼쳐져 있는가? 아, 이 끝없는 질문. 갈고리 같다. 끈적이는 역청 같다. 문둥이의 이지러진 손같다.

 

(이제까지 바닥에 꼼짝 않고 엎드려 있던 사람들이 서서히 그를 향해 손을 뻗으며 구원을 청한다. 벽에는 각종 슬라이드가 비춰진다. 감독관의 매에 맞아 피를 흘리는 노예, 황금으로 장식한 거대한 바퀴에 허리가 깔린 어린 병사, 그의 툭 불거진 두 눈알등....)

 

어린병사 : 난 전쟁이 싫어! 정말 싫어! 어머니가 보고 싶어요. 마을에 아름다운 처녀가 있어요. 난 그녀와 약혼을 할 작정이었어요. 그런데.. 그런데.. 허리가 부러졌어요. 난 이제 그만입니다. 고향에 돌아가도 아무 소용이 없어요!

 

(으리으리한 어느 저택 대문에 기대선 거지. 그의 다리에 돋아난 종기, 으르렁 거리는 개의 이빨, 배가 고파 우는 아이의 커다란 입, 아이를 안은 여인의 비틀려 말라빠진 젖꼭지, 짙은 화장을 한 매음녀, 털복숭이 남자의 털난 가슴, 슈르레알리즘의 여러 그림들)

 

매음녀 : 여보세요, 당신은 날 위해 무엇을 해주실 수 있나요? 나를 사랑할 수 있나요?

 

거지 : 빵 가진게 있거든 한쪽만 보태줍쇼.

 

여인 : 어린애가 굶어 죽어갑니다.

 

(손, 손, 손의 슬라이드, 숱한 돌무덤. 산같이 쌓인 빵이 덧비친다)

 

루시퍼 : 주저할 것 없다. 지금 당장 빵을 만들게. (돌을 지어 청년에게 내민다) 이 돌로써 빵을 만들어라! 그래서 저 뚫어진 인간들의 입을 메꾸어 주라! 그러면 다른 모든 구멍들도 메꾸어진다. 전쟁도, 매음녀도, 거지도, 모두 사라진다. 빵 있는 곳에 희망이, 사랑이, 자유가 있다. 주저하지 말라니까! 자넬 부르는 이 가련한 사람들을 외면하겠는가?

 

청년 : 외면할 용기는 없네, 이들을 그러나 이들에게 거짓 빵을 줄 용기도 나에겐 없네.

 

루시퍼 : 무슨 소릴! 돌로 만들었어도 빵은 빵이야. 왜 그것이 거짓 빵인가?

 

청년 : 그것으론 마음을 만들 수 없어. 돌을 먹는 마음, 돌처럼 굳어지는 마음으로 사람은 살 수가 없어.

 

루시퍼 : 그렇다면 무엇인가? 자네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건 도대체 무엇인가?

 

청년 : 그것은.. 사랑이네.

 

루시퍼 : (청년을 데리고 십자가가 세워져 있는 계단 위로 올라서서) 보게, 저 아래를. 사람들이 보이지? 모두들 기다리고 있네.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지 알겠나?

 

유다 : (관객석에서 벌떡 일어나) 보라 메시아가 오셨다. 우리를 구원하실 메시아가 오셨다!

 

군중들 : 메시아! 메시아!

 

루시퍼 : 맞았어, 저 가롯 유다가 말을 잘하고 있군. 그들은 억울하게 상처입은 백성들이라네. 터무니 없이 억눌리고, 자유를 빼앗기고, 소중한 인권마저 유린당하였네. 자, 이젠 무엇을 더 주저하려는가? 자네가 저들을 사랑한다면 뛰어 내리게. 당장 뛰어 내려!

 

유다 : (흥분된 어조로) 네, 우린 만반의 준비가 다 되어 있습니다. 당신에게 용기가 있다면, 그 위에서 아래로 띄어 내리십시오. 그럼 당신은 우리들의 정치적 지도자, 이스라엘의 왕이 되시는 겁니다. (관객들에게 선동하듯이 손을 휘두르며) 뭣들해, 이 멍청한 인간들아, 가슴을 펴라! 손을 쳐들라! 메시아를 맞이하라!

 

군중들 : 메시아! 메시아!

 

유다 : 이스라엘아, 손을 쳐들라! 가슴을 펴라! 우리들의 왕이 내려 오신다.

 

루시퍼 : 간단히, 간단히 해결될 길은 아직 열려 있네. 뛰어 내리게 어서 십자가에서 뛰어내려!

 

(청년 묵묵히 십자가에 돌아가 고통스럽게 팔을 벌린다. 루시퍼의 악착스런 유혹과 질문이 끝나고, 열광하던 군중들도 침묵속에 물러난다)

 

청년 : (그의 고뇌는 절정에 이른다) 아버지, 견딜 수가 없습니다! 이제 당신이 나를 버릴 시간입니다. 어서 떠나시오. (사이) 아, 목이 마르다! (사이) 차라리 죽겠습니다. 죽여주시오. 무엇 때문에 견디라는 겁니까? (사이) 다 이루어 졌다. 나는 견뎌 냈어. (사이) 부활은 아버지의 뜻에 맡깁니다. (커다랗게 부르짖으며)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제 1장 도마

 

(무대 오른쪽에 열 다섯 개의 의자들을 두 줄로 놓은 코러스 박스가 형성된다. 장엄한 음악이 끝나면 코러스 박스에서 도마역을 맡은 남자가 일어선다. 나머지 인물들은 자기 차례가 올때까지 의자 위에 앉아 있다. 도마, 관객석 앞으로 걸어 나온다)

 

도마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밤은 유달리 더 어두운 것 같군요. 방금 보셨듯이, 오늘 밤 메시아의 죽음이 있었습니다. 먼저, 제가 누구인지 그것부터 소개드려야 하겠군요. (가지고 나온 성경책을 펼쳐든다) 저는 도마입니다. 도마. 성경에는 저에 대한 기록이 그다지 많지가 않습니다. (코러스 박스에 있는 등장인물들을 가리킨다) 지금 저기 앉아있는 베드로라든가 요한, 또 가롯유다에 대해선 누구나 다 알 만큼 많이 적혀 있습니다만, (자신을 가리킨다) 저에 대해서는, 예수님의 열두제자 중 한 사람이었고, 군복무의 경험이 있으며, 뭐 그정도거든요. (관객석 앞 줄에 앉아계신 장로님 한 분에게) 그렇지요 김장로님? 말하자면 저는 그저 그렇고 그런-- (웃으며) 보통 평범한 남잡니다. 장로님이나, 또 저기 계신 평신도님이나 전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이거지요. (펼친 성경책을 넘기다가) 그런데 저 자신을 크로즈업 시킨 부분이 있습니다. 좀 부끄러운 내용이긴 합니다만-- (관객석을 둘러본다. 적당한 한 사람에게) 선생님, 잠깐 일어나 주실까요?

 

한 인물 : (일어서며) 나 말입니까?

 

도마 : 성경책 가지고 계신가요?

 

한 인물 : 네, 마침 갖고 있습니다만..

 

도마 : 그럼 저 자신에 대한 기록 요한복음 20장 24절부터 29절까지를 낭독해 주실까요?

 

한 인물 : (지적된 곳을 커다란 목소리로 읽는다) 열 두 제자중에 하나로서 도마는 예수께서 오셨을 때 그들과 함께 있지 않았습니다. 다른 제자들이 그에게 "우리는 주님을 보았소"하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도마는 그들에게 "나는 내 눈으로 그의 손에서 못자국을 보고, 내 손가락을 그 못자국에 넣어보고 또 내손을 그의 옆구리에 넣어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 하고 말했습니다.

 

도마 : 그럼요. 어떻게 믿을수가 있겠습니까? 그 분은 십자가에서 돌아가셨습니다.

 

한 인물 : 여드레 후에 제자들이 다시 집안에 있을 때, 도마도 같이 있었습니다. 문이 잡겨 있었는데 예수께서 오셔서 가운데 서시고 "너희에게 평안이 있으라"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나서 도마를 향하여 "네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 내 손을 만져 보고, 네 손을 펴서 내 옆구리에 넣어보라. 그리고 믿지 않는 사람이 되지 말고 믿는 사람이 되라"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도마가 예수께 "나의 주님, 나의 하나님" 하고 말하니, 예수께서 도마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나를 보았기 때문에 믿느냐? 나를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복이있다"

 

(전자 올갠의 낮고 명상적인 음악이 잠시 계속된다)

 

도마 : 네 고맙습니다. 오늘밤, 저는 여러분을 저의 추억으로 모셔갑니다. 추억, 그건 으레 슬픔과 기쁨이 뒤섞여 있고, 그 어떤 보잘 것 없는 인간의 추억 속에서도 깊은 절망과 솟구치는 희망이 자리잡고 있는 겁니다. 어느 날, 우리들은 베다니 땅, 나사로의 집을 향하여 가고 있었습니다.

 

(도마, 제자리걸음을 시작한다. 코러스 박스에 앉아 있던 등장 인물들, 여자들과 죽은 나사로 역을 맡을 남자만을 제외하고 모두 무대 위에 나와서 코러스 박스 쪽을 향해 제자리 걸음을 시작한다. 긴 여행을 나타내는 것이다. 도마는 그들의 뒤, 조금 떨어져서 걷는다. 코러스 박스에 남은 나사로, 의자 위에 죽은 듯 누워있고, 그 주위에 마리아, 마르다, 그리고 동네 여인들이 슬픔에 잠겨있다)

 

도마 : 그때, 전 좀 뒤쳐져서 걷고 있었습니다. 몸도 지쳤고, 그리고 마음속에 뭔가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앞서 가던 일행 속에서 예수가 뒷걸음으로 도마에게 다가와 말없이 그의 곁에서 발걸음을 맞춘다. 한동안 그들은 그렇게 걷는다. 무대 뒤 벽에는 하늘과 구름, 나지막한 언덕들로 이루어진 풍경이 슬라이드로 비춰진다)

 

예수 : 도마?

 

도마 : 네.

 

예수 : 왜 그런 얼굴을 하고 있지?

 

도마 :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예수 : 난 알아, 자네 마음을

 

도마 : (침묵)

 

(두 사람은 계속 제자리 걸음을 걷는다)

 

예수 : 괜찮아, 도마. 자네 마음속에 일어나는 온갖 생각, 사람이라면 응당 할 수 있는 거지.

 

도마 : 왜 나를 제자로 택하셨습니까? 난 베드로나 요한에 비해서 너무 마음이 약한 것 같습니다.

 

예수 : 나에겐 베드로도 유다도 다 필요해, 그리고 또 자네도.

 

도마 : 무슨 말씀인지 자세히 좀--

 

예수 : 지금은 그때가 아니야, 그러나 그때가 되면-- 유다는 나를 팔아 넘길 거구, 베드로는 날 모른다 부인할 거네. 그래, 도마, 인간이란 여러 모습을 가지고 있지. 내가 자넬 택한 건, 자네 역시 인간의 한 모습을 가졌기 때문이네.

 

도마 : 아, 저는 결코 모른다거나 배반하진 않겠습니다.

 

예수 : 그럴 거야, 도마, 그러나 결코 날 안다 나서지도 않을 걸세, 베드로는 안다고 할 용기가 차마 없겠지만, 그래도 그 질문 앞에 곧바로 마주설 거야. 그런데 도마, 그 질문을 적당히 피해 버리는 인간은 많고도 많네. 평생 동안 그렇게 미뤄 나가는 사람들 앞에 나는 내 손과 옆구리의 상처를 보여 줘야 한다네.

 

도마 : 상처라니요?

 

예수 : 그래서 나의 부활은 사람에겐 피할 수 없는 질문이 되는거야. 기억해 두게, 도마

 

(예수, 걸음을 빨리하여 도마 곁을 떠나 앞서가는 일행들에게 합류한다. 도마 방금 끝난 예수와의 대화를 생각하며 묵묵히 뒤쳐져서 걷는다)

 

 

//이하 파일 참조//

도마의증언.hwp

 

도마의증언.hwp
0.06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