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극/성극선

성령의 바람 (The Wind of the Spirit)

은바리라이프 2009. 6. 22. 18:49

성령의 바람
(The Wind of the Spirit)

원작: Johnson & Johnson

번역/각색: 이문원


(관련 성경귀절: 요 3:8; 마 16:24)


등장 인물

하나 (현재의 편안함에 만족하고 있는 크리스천)

둘 (믿음의 모험을 원하는 크리스천)



(두개의 구명조끼, 두개의 노, 보트모양으로 놓여진 네 개의 의자. 선글라스, 얇은 책.)


하나: 바람이 임의로 불매,

둘: 네가 그 소리를 듣느니라.

하나: 강하고 힘찬 소리!

둘: 그러나 그 바람이 어디서 오며,

하나: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나니

함께: 성령으로 난 사람은 다 이러하니라.


(두 사람 다 보트 안에 있다. '하나'는 선글라스를 끼고 한가롭게 책을 읽고 있다.'둘'은 지루해 보인다. 두 사람 다 구명조끼를 입고 있다. '둘'은 한숨을 폭폭 쉬며 '하나'의 무기력함에 대해 답답해하고 있다. 한숨의 빈도가 점차 높아진다. 그 외의 동작들: 하품, 기지개 등등.)


둘: (폭발) 아-악!!

하나: 왜?!

둘: 숨 막혀. 답답해 죽겠어. 우리 오늘 이 선창 밖으로 나가보자, 응? 응? 이 바람 좀 봐, 돛을 달면 우리도 쌩쌩 달릴 수 있을 거야.

하나: 바람? 뭔 소리야. 가긴 어딜 가? 몇 년동안 이 항구 안에서 잘 지내왔잖아. 넌 불평이 너무 많아 탈이야. 감사할 줄 모르고, 만족할 줄 모르고.

둘: 불평이 아냐. 배를 탔으면 바다로 나가든지 아니면 걷어치우고 집으로 가든지, 아니 딱 한번, 딱 한번만이라도 항구밖에 나가봐야 할 것 아냐.

하나: 바다로 나가야 꼭 항핸가? 이렇게 배 위에 있는 게 바로 항핸거야. 아, 얼마나 안전해. 그리고 우리에겐 이 노가 있잖아. 돛이랑 바람 없이도 우린 어디든 갈 수 있어. 우린 바람이 필요 없다구.

둘: 바람이 필요 없다구?

하나: 거봐, 나한테 노가 있다는 걸 까먹고 있었지?

둘: 노가 있으면 어디든지 안전하게 갈 수 있나?

하나: 그럼. 만약 돛을 달고 바다로 나갔다가 바람이 제멋대로 불면 어디로 떠내려갈지 어떻게 알아. 이 노는 내 맘대로 저을 수가 있거든.

둘: 아, 네 말이 맞아. 네 말이 지당해. 넌 언제나 옳아. (사이.) 맞아. 자유롭다는 게 꼭 좋은 건 아닐 거야. 바람을 타고 저 바다에 나갔다 퐁당 빠져죽느니, 여기서 곱게 죽는 편이 낫다 이거지. 이 아늑한 부두에 갇혀서, 조금씩, 조금씩.

하나: 그래, 넌 꼭 한 박자씩 늦는단 말야.

둘: (사이. 갑자기 소리지른다.) 아-악!!

하나: 왜 그래, 또?

둘: 이제야 생각났어. 너 노 젓는 실력이 형편없잖아.

하나: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난 프로야, 프로!

둘: 행, 프로? 우리 다시 한번 해볼래? (서로 노려보며 노를 젓는다. 배가 움직이지 않는다. 서로 등을 돌려 다시 힘차게 노를 젓는다. 역시 배는 움직이지 않는다.) 것 봐. 우리는 항상 이 모양이야. 넌 언제나 내 반대방향으로 노를 저으니까 배가 뱅뱅 돌다가 이렇게 제자리에 돌아와 서버리잖아. 언제 이 얕은 물을 벗어나 보지. 처량해.

하나: 근데, 얕은 물이 뭐 어때서 그래. 적어도 여기선 우리가 어디 있는지 확실히 알잖아. 적어도 여기선 저 바닥이 보여. 만약 네 말대로 했다가 저 시커먼 바다 어디에선가 헤매게 되면, 하나님도 우릴 못 찾으실 거야.

둘: (겁을 내며) 우~

하나: (겁을 주려는 듯) 저 깊고 어두운 바다 속에서. (인생이 끝장이라는 제스처를 한다.)

둘: (침을 꿀떡 삼키며) 근데 너 깊은 바다에 가본 적 있어?

하나: 아니. 내가 거길 왜 가. 이제 좀 조용해줄래? 책 좀 읽자.

둘: (사이, 한숨) 그래, 근데 너 뭘 읽고 있어?

하나: "물에 젖지 않고도 성공적인 뱃사람이 될 수 있는 비결."

둘: 아- (사이, 뒤늦게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다.) 근데 한번도 가본 일이 없으면서 바다가 무섭다는 걸 어떻게 알아?

하나: 북극이 춥다는 걸 가봐야 알아? 용암이 뜨겁다는 걸 만져봐야 알아? 저 망망대해에선 파도랑 비바람이 언제 우릴 집어삼킬지 모른다구.

둘: 파도랑 비바람은 여기도 마찬가지야.

하나: 그만둬. 우린 아직 준비가 안됐어!

둘: 준비가 안된 게 아냐. 이걸 봐. 이 답답한 걸 얼마나 오래 입고 있어야하지?

하나: 애꿎은 구명조낄 왜 구박하고 그래. 하나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도우시는 거야.

둘: 하나님은 스스로 돕지 못하는 자를 도우시는 줄 알았는데.

하나: 난 성경얘길 하고 있는 게 아냐. 일반 상식! 게다가 난 스스로 도울 수 있어. 내겐 이 노가 있거든. 난 내 힘으로 어디든 갈 수 있어. 난 약하지 않아.

둘: 난 연약해. 내 힘으론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무력하게 이곳에 그냥 갇혀있어. 뭘 해야 좋을 지 모르겠어. 이렇게 여기 앉아 있다가 내 엉덩이에 점점 곰팡이만 필거야.

하나: 기왕 필 바에야 좀 조용히 피는 게 어때?

둘: 싫어. 곰팡인 싫어. 내 엉덩이에 고약한 곰팡이 냄새가 나는걸 용납할 수 없어.(울먹이며 거의 히스테리컬하게) 뭘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뭘 해야 좋을 지. . . 차라리 . . . (반색하며) 야, 저것 봐! 저 사람들 좀 봐! 와, 저 바람을 가득 안고 달려가는 돛좀 봐! 헤이! 어이! 여보쇼! 얏호! (계속 소리지른다.)

하나: 조용, 쉿, 조용히 해! 저 사람들이랑 얘기하지마. 우리랑 다르게 사는 사람들이야.

둘: ('하나'를 돌아보며 엄지를 볼에 대고') 흥! (다시 다른 보트에 대고) 어이, 돌아와! 나도 데려가! 어이, 날 여기 버려 두지 말아! 헤이! 헤이! (대사가 서로 교차된다.)

하나: (더욱 큰소리로) 그만해! 시끄러워! (소리지르며) 앉아. 너 때문에 배가 흔들리잖아. ('둘'이 일부러 보트를 더 흔든다. '하나,' 무서워하며) 어, 그만 하라니까. 그냥 가만, 가만히 있어, 응?

둘: 맞아. 줄을 풀어야지.

하나: 아냐, 안돼! 풀지마! 앉아있어. ('둘,' 노래하기 시작한다. 돛을 올린다. '하나' 겁에 질리기 시작한다.) "흰 돛에 바람을 가득 안고 바다로 나간다네, 호호. 저 바람처럼 오 자유롭게 파도를 뛰어넘어, 호호."

하나: ('둘'의 노래 중에) 넌 아직 이 책도 안 읽었잖아. 이런 쬐그만 배론 아무데도 못 가. 식량도 안 실었고 선실에 덧창도 아직 . . .

둘: 돛을 올려라.

하나: 돛을 올려라. 아냐! 돛을 올리면 안돼. ('둘'의 옷깃을 잡으며) 너 미쳤어. 어떡하려고 그래?

둘: ('하나'를 밀어내며) 바람에게 맡기는 거야.

하나: 으악. (노를 움켜쥐고는) 그래 네 말대로 됐어. 이젠 어떻게 되는 거지?

둘: 바람 가는 대로 우리도 가는 거야. 바람이 우리와 함께 있는 한 하나도 겁날 것 없어.

하나: 나, 난, 노 젓는 게 더 좋아. 난 노 젓는 것밖엔 몰라. 이제 내가 뭘 할 수 있다지?

둘: 내려놔.

하나: 뭐?

둘: 그 목숨처럼 붙들고 있는 노를 내려놔.

하나: 시-싫어. 이, 이건 내거야. 너, 넌 지금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것을 믿고 목숨 걸고 있는 거야.

둘: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순 없어. (시적으로) 요트맨은 노를 잡지 않아. 내가 곧 바람이요, 바람이 곧 나. 난 알아. 내 눈에 보이진 않지만 분명 바람은 저기 있어. (커다란 미소.) 봐, 우리의 돛이 부풀어오르는 걸 봐. 자 간다. . . "흰 돛에 바람을 가득 안고 바다로 나간다네. 저 바람처럼 오 자유롭게 호호" (계속 노래한다.)

하나: 어, 움직인다. 기분이 이상해. 울렁거려. 바람 땜에 내 머리가 망가지네. (두려움이 기대감으로 바뀌며) 그리구 . . . 그리구 . . . 정말 바람이 불고있네. 바람이 우릴 바다로 데려가고 있어. 보트가 정말 가고 있잖아. 아마, 아마, 이젠 이 노가 필요 없겠지. ('하나,' 노를 내려놓고 함께 노래한다.)

함께: "흰 돛에 바람을 가득 안고 바다로 나간다네. 저 바람처럼 오 자유롭게 호호" ('하나'와 '둘', 연극에서 걸어나와 메시지를 전한다.)

하나: 우리가 우리 자신을 부인하지 않으면

둘: 성령님의 인도하심에 순종할 수 없습니다.

하나: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둘: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함께: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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