겔 20장 하나님의 끈질긴 은혜가 인간의 끈질긴 죄를 이긴다 (찬 441, 447)
1. 에스겔과 함께 바벨론에 포로로 붙잡혀 와 있던 이스라엘 사람들 뿐 아니라 당시 비참한 운명을 겪고 있던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자기들을 부당하게 대하시거나 또는 적들의 침략에 대해서 자기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무능하신 하나님에 대한 실망감이 차있거나 혹은 언젠가 하나님이 곧 구해주실 것이라고 생각하는 비참하리만치 순진한 낙관주의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들의 비현실주의와 불신앙을 에스겔 선지자는 잔인할 정도로 현실에 입각한 신앙관으로 그들의 태도를 비난한다. 신앙은 철저하게 현실위에 서있는 것이다. 이것이 20장을 읽을 때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다. 또 20장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향하여 고소하는 하나의 고소장이기도 하다.
2. 본문은 이스라엘 역사를 네 시기에 나누어 설명한다. 각 시기는 모두 하나의 패턴을 가지고 있는데, 1)하나님의 행동하시는 은혜, 2)’그러나’로 시작하는 이스라엘의 반역, 3)’그러므로’(한글 성경에서는 생략되었지만)로 시작되는 하나님의 진노의 선포, 4)’그러나’로 시작하여 하나님의 자기 이름에 대한 열정을 보이심 등이다.
3. 첫째는 이스라엘이 애굽에 있었던 시기이다(5~9). 이 본문에서 에스겔 선지자는 좀 독특하게 마치 이스라엘 백성을 하나님이 선택하신 것이 아브라함 때가 아니라 애굽에 있을 때라는 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의도적인 것인데,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에서 애굽의 신들을 섬기고 우상숭배로 그들의 삶을 채워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그들을 선택하셨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5~7). 이런 사랑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의 말씀을 즐거워하지 않았고 애굽의 우상들을 떠나지도 않았다(8a).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향해 진노하셨지만(8b), 이방인의 목전에서 자기 이름을 더럽히지 않으시려고 진노를 다 부으시지 않으시고 ‘달리’ 행하셨다(9,14,22). 즉 이스라엘이 출애굽의 은혜를 입은 것은 전혀 그들 자신 안에 있는 어떤 이유 때문이 아니었음을 본문은 강조한다. 하나님의 이름을 위한 하나님의 열심이 아니었다면 이스라엘 백성도 애굽에서 나오지 못하고 다 멸망받았을 것이다.
4. 둘째 시기는 출애굽하여 광야로 나온 1세대들이다(10~17). 이들은 불순종으로 광야에서 다 망하고 만 세대를 대표한다. 이 시기에 하나님은 그들에게 위대한 선물을 주셨는데, 삶의 원천인 율법과 창조와 구속 모두를 대표하는 언약의 표징인 안식일이었다(11~13). 그런데 율법과 안식일을 받은 그 첫 세대부터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께 반역하였고(13a) 그래서 하나님은 그들에게 진노를 선포하셨다(13b). 그러나 이번에도 하나님께서는 이 모든 과정을 보았던 열국 앞에서 자기 이름을 더럽히지 않으시기 위하여 ‘달리’ 행하셨다(14).
5. 세째는 광야의 2세대들의 시기이다(18~26). 이들에게도 하나님은 은혜를 베풀어주셨다(18~20). 이들은 가나안에 들어가기 직전에 다시 모세로부터 율법을 들었으며 하나님과 언약을 맺었었다. 그러나 이들도 하나님께 반역하기는 마찬가지였기에(21a), 하나님은 이들에게도 심판을 선언하셨다(21b). 그러나 이번에도 하나님은 오직 열국 앞에서 자기 이름을 더럽히지 않으시려고 ‘달리’ 행하심으로 완전한 심판을 유보하셨다(22). 그러니까 한편 이스라엘이 누리는 평강은 하나님의 신실하심의 증거이기도 하였지만, 에스겔 선지자의 관점으로 볼 때 그것은 하나님의 심판이 잠시 유보된 증거일 수 있었다. 단지, 하나님께서 열국 중에 당신의 이름이 더럽혀지기를 원치 않으셨기 때문에 말이다. 결국 삶의 원천이 될 율법은 그들의 불순종으로 말미암아 선하지 않은 것이 되어 죽음의 원천처럼 되어버렸다(25). 그들은 마치 하나님이 요구하시는 것처럼 생각해서 자녀를 제물로 바침으로써 하나님의 노를 누그러뜨려보려고 애썼던 것이다(26, 30). 하나님께서는 그런 패역한 백성을 그대로 놓아두셨다(26).
6. 이제 마지막 시기는 바벨론에게 정복당하고 포로로 붙잡혀 온 세대에 관한 것이다(27~31). 역사는 갑자기 확 뛰어넘어 당시 사람들의 시대로 들어왔다. 하나님은 그들을 주기로 맹세하신 땅에 데리고 들어가심으로써 은혜를 베풀어주셨지만(28a), 그들은 모든 곳에서 행음하고 우상을 섬겼다(28b). 그래서 하나님은 그들과 그들의 죄악을 반드시 다루시고 그냥 넘어가지 않으시겠다고 말씀하신다(30~31). 그래서 하나님의 진노가 지금 이스라엘 백성이 당하고 있는 모든 현실 속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7. 하나님께서는 모든 열방 가운데 당신의 평판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신다는 것을 보았다. 하나님은 열방 가운데 자기 백성을 통해서 선하신 분으로 알려지기를 바라셨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궁극적으로 구원하시길 원하시는 백성이 바로 모든 열방들이기 때문이다. 열방들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다루시는 모든 손길을 보면서 열방들은 하나님의 완전한 성품을 배우게 될 것이다(41). 그러나 그 하나님께서 모든 열방에게 알려지시기 위해서는 먼저 하나님의 백성된 자들이 하나님을 바르게 알아야 할 것이다.
8. 소망은 오직 하나님께만 있다. 본문은 하나님의 은혜를 얻기 위해서 이스라엘 백성이 보일 수 있는 반응이나 기여는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한다. 소망은 오직 하나님께서 기꺼이 행하시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끈질긴 죄는 하나님의 끌질긴 은혜를 이기지 못할 것이다. 32절을 보라. 이 긴 이야기를 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은 철없는 어린애가 부모에게 그러듯이 그래도 자기들은 이방인처럼 멋있게 우상을 섬기겠다고 하나님께 반응한다(32a). 하나님은 부모의 마음처럼 일언지하에 ‘안 된다’고 하신다(32b).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은혜이며, 하나님의 은혜는 이스라엘의 불순종을 이길 것이다(42~44). 여기에 소망이 있다.
9. 기도: “하나님 아버지, 우리도 이스라엘 백성과 같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불순종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얼마나 많은지요? 오, 주님, 그들이나 저희나 다 동일하게 소망이 없는 자들이오나, 오직 하나님의 끈질긴 헤세드와 사랑으로 말미암아 저희를 찾아오시고 구원을 이루어주심을 인하여 감사를 드립니다. 오직 저희로 그 하나님의 선하심을 온전히 알게 하여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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