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세례 받으심의 의미
요한은 세례를 창안하지 않았다. 이미 유대인들에게 잘 알려진 세례가 있었다. 그것을 가리켜 개종자 세례라고 했다.
이것은 이방인 개종자를 유대교에 받아들이는 의식이었다. 이방인들은 “불결”하다고 간주되었으므로 씻는 의식으로 깨끗해져야 했다. 이것이 바리새인들의 눈에 요한의 사역이 무법하게 비치게 한 세례의 상징적 의미였다. 요한은 광야 출신으로서 유대인들에게 세례를 받으라고 요구했다. 사실상 이렇게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너희 메시아가 곧 오실텐데 너희는 그분을 맞이하기에 부적합하다. 부정하다. 정결케 될 필요가 있다.”
요한이 세례 받으러 나오는 무리에게 이르되 독사의 자식들아 누가 너희를 가르쳐 장차 올 진노를 피하라 하더냐 그러므로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고 속으로 아브라함이 우리 조상이라 말하지 말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하나님이 능히 이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손이 되게 하시리라(눅 3:7-8)
따라서 요한의 세례 사역은 오실 메시아를 위한 준비 사역이었다. 바리새인들이 요한에게 직접 와서 왜 세례를 베푸느냐고 물었을 때 요한은 이렇게 설명했다.
또 물어 가로되 네가 만일 그리스도도 아니요 엘리야도 아니요 그 선지자도 아닐진대 어찌하여 세례를 주느냐 요한이 대답하되 나는 물로 세례를 주거니와 너희 가운데 너희가 알지 못하는 한 사람이 섰으니 곧 내 뒤에 오시는 그이라 나는 그의 신들메 풀기도 감당치 못하겠노라 하더라(요 1:25-27)
그 다음날 예수님이 요단강가에 나타나셨다. 이때 요한은 아뉴스 데이(Agnus Dei, 하나님의 어린양)를 외쳤다.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이로다”(요 1:29)
이 선언으로 세상은 그리스도의 영광을 어렴풋이 본다. 여기서 요한은 예수께서 약속된 메시아라고 선언한다. 그분은 이사야가 예언한 이스라엘의 고난의 종이시다.
그러나 이 선언 뒤에 이어지는 장면은 자못 충격적이다. 방금 하나님의 무죄한 어린양으로 소개받은 예수께서 친히 세례를 받으러 나오셨던 것이다. 예수님의 이런 태도가 요한에게 충격을 주었다. 세례는 회개를 위한 것이었고, 죄 씻음을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어찌 하나님의 어린양께서 친히 세례를 받으시겠다는 것인가?
요한은 “내가 당신에게 세례를 받아야 할 터인데 당신이 내게로 오시나이까”(마 3:14)하면서 만류했다. 일찍이 요한은 예수님이 자기보다 크신 분임을 선언한 바 있다. 이제 그는 자기가 예수님께 세례를 줄 게 아니라 오히려 예수님께 세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수님이 요한에게 하신 대답은 예수님이 세례를 받으신 목적을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하다.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이제 허락하라 우리가 이와 같이 하여 모든 의를 이루는 것이 합당하니라”(마 3:15). 예수님은 요한에게 대답하실 때 먼저 “이제 허락하라”고 말씀하신다. 다른 역본들은 본문을 “이제 그냥 두어라” 또는 “이제 그 수고를 감당하라”로 옮긴다. 예수님은 마치 이렇게 말씀하시는 듯하다. “보라. 나는 이 모든 것을 네게 설명할 시간이 없다. 잠시 나 하는 대로 그냥 두어라. 나는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아니 나를 믿으라.” 예수님이 요한에게 제시하신 구체적인 이유는 “우리가 이와 같이 하여 모든 의를 이루는 것이 합당하니라”이다.
이 말씀이 예수님의 세례를 이해하는 데 열쇠이다. 예수님은 모든 의를 이루기 위해서, 즉 하나님이 요구하시는 모든 일을 하기 위해서 세례를 받으셨다. 세례 요한의 선지자적 계명을 통해서 하나님은 자신의 언약의 백성에게 새로운 요구를 하셨다. 그것은 임박한 하나님 나라를 준비하기 위해서 깨끗이 씻음을 받으라는 것이었다. 이스라엘의 종 되신 분은 이스라엘이 하도록 요구받은 것은 무엇이든 민족을 위해서 성취해야 하셨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어린양으로서 세례의 요구를 포함한 자기 백성의 모든 짐을 짊어지신다. 예수님은 우리의 의(義)가 되시기 위해서 하나님의 모든 계명을 이루셔야만 했다. p.52-54
그리스도의 영광(생명의말씀사, 1996) -R.C. 스프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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