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국 섬에서 행복을 찾다 | ||||||||||||||||||
SBS 20일, EBS 21~22일 밤 각각 남태평양 군도 조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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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도시는 불행한 사람들로 넘쳐난다. 물질적 풍요보다 더 비대해진 욕망 탓이다. 그르니에는 "비밀 없이는 행복도 없다"고 했다. 섬은 흔히 격리의 은유다. 또 행복은 먼 곳에 있을 것 같다. 핀지랩과 바누아투는 태평양의 섬나라들이다. '여기'서 아득하게 떨어져 있고 '우리'를 에워싼 물질-문명에서도 비껴서 있다. 이국의 가난한 섬에서 행복의 의미를 탐색해 보는 다큐멘터리가 잇달아 시청자를 찾아간다. SBS TV가 20일 밤 11시20분에 방송하는 <SBS스페셜> '185명의 왕국, 그 섬은 왜 행복한가?' 편에서는 태평양 한가운데의 작은 섬 핀지랩을 찾아간다. 난음와키르('왕'이라는 뜻의 토속어)가 185명의 주민을 다스리는 이 섬의 1인당 연간소득은 500달러(약 50만 원)가 채 안 된다. 더욱이 이 섬은 이른바 '색맹의 섬'이다. 섬 인구의 3분의1이 마스쿤('안 보인다'는 뜻의 토속어로 색맹을 지칭) 유전자를 갖고 있고, 사물을 흑백사진처럼 보는 전색맹이 섬 인구의 10%에 달한다. 이들의 눈앞에선 에메랄드빛 바다도, 화려한 열대 꽃도 색을 잃는다.
그러나 대재앙은 마스쿤만 남긴 게 아니다. 섬이라는 지리적 여건은 주민들에게 나눔이 생존의 길임을 깨닫게 했다. 17대 난음와키르는 소유하고 있던 토란 밭을 주민들에게 고루 분배해주고 '거지왕'이 됐지만 주민들로부터 식사와 노동을 제공받는다. 존경과 애정과 함께다. 늘 185명의 사람 수대로 음식을 나눠 갖는 게 이곳의 일상이다. 마스쿤도 소외되는 일이 없다. 제작진은 "'색의 천국'에 전색맹이 이같이 많다는 건 신의 장난 같은 아이러니"라면서도 "나눔이 여유 있는 특정인들의 전유물이 돼버린 우리에게 핀지랩은 나눔이 어떻게 더 큰 하나를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EBS TV는 지난 12일 내보냈던 창사특집기획 문화인류 다큐멘터리 <행복한 섬, 바누아투>를 2부작으로 다시 만들어 21~22일 밤 11시20분에 <다큐프라임>을 통해 방송한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576달러(약 158만 원)에 불과한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바누아투가 2006년 영국 한 재단의 행복지수 측정 결과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게 된 배경을 살핀다. 다큐는 '문명화와 행복'이란 화두를 던진다.
22일 전파를 타는 제2부 '천국의 실험'은 문명 세계에서 사용되는 화폐 없이도 불편함 없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섬 주민들의 이야기다. 돼지 이빨, 돗자리, 조개, 살아있는 돼지 등 다양한 전통 화폐를 취급하는 전통은행이 소개된다. 영국과 프랑스의 공동 식민지 통치는 바누아투에 현대식 은행을 유산으로 남겼지만 이곳의 예금계좌를 가진 사람들은 바누아투 인구의 10%에 불과하고 나머지 90%는 여전히 전통경제 속에서 현금 없이 살아간다. 제작진은 "현대의 세계 경제 속에서 잘 사는 건 무엇이고 행복이란 무엇인지의 해답을 세계화 물결 속에서도 전통과 현대의 공존을 시도하는 열대 원주민들의 실험 속에서 찾아보려 했다"고 밝혔다. | ||||||||||||||||||
최초입력 : 2008-07-20 17:57: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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