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역사/성경세계사

제목 : 그 어느 날 갑자기

은바리라이프 2008. 5. 10. 23:12
제목 : 그 어느 날 갑자기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2002-08-05
어떻게 보면 우리의 인생이 매우 분주하고 바쁜 것 같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이 너무 단조롭고 건조하다고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상의 수필<권태>라든가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의 <일식>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복잡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던 사람이 어느 날 문득 그 세상으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몹시 길고도 지루한 일상의 무위 속으로 속절없이 가라앉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뜻밖의 공백은 가장 활력이 있어야 할 것 같은 젊은이들의 생활 속에 오히려 더 흔하게 깔려진다. 특히 치열한 경쟁을 거쳐서 대학에 들어간 젊은이의 경우 이런 식으로 갑자기 마주하게 되는 생활의 공백과 무료한 일상 때문에 어리둥절하게 되기가 일쑤이다.
일단 합격만 해놓고 보면 매우 화려하고 바쁠 것 같았던 대학 생활이 별 볼일 없다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하루하루가 무의미하고 삭막한 채로 그럭저럭 떠내려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친구들과 만나고 카페에 가고 영화구경을 가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매일과 만나고 카페에 가고 영화구경을 가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매일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보면 눈앞에 널려져 있는 엄청난 시간의 광야와 그 속에 서 있는 자신이 몹시 황당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
「오늘은 또 무엇으로 시간을 보내나?」
그러면서 침대에 드러누운 채로 기타를 두들겨보기도 하고 엎드려서 낙서를 하기도 하며 그러다가 낮잠을 자보기도 하지만 그것도 역시 지루하다.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보기도 하지만 만나기만 하면 신나고 재미있는 친구가 그렇게 많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그런 무기력한 생활 속에 긴장을 불어 넣어주는 사건이 일어난다. 친구의 소개로, 또는 어떤 모임에서 알게 된 이성에게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고 얼마간 망설이다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용기를 낸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언제 어디서 만나자는 제안을 하면 그 한쪽은 그러자고 응답함으로써 소위 「데이트」의 약속이 성립되는 수가 있다.
일단 만남의 약속이 성립되면 무기력하고 무의미했던 전날의 찌거기들은 씻은 듯이 사라지고 그의 인생에는 돌연 긴장이 감돌기 시작한다. 그날에 입을 옷을 챙기기 시작하고 헤어 스타일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거울을 들여다보며 얼굴의 표정까지 배우처럼 연습해 보기도 한다. 상대방을 어떤 장소로 안내해야 좀더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을까도 알아두어야 하고 어떤 화제를 꺼내야 상대방의 관심을 좀 더 많이 끌 수 있을까 대해서도 궁리해 두어야 한다.
무료하던 생활이 갑자기 바빠지기 시작하고 무기력하던 몸과 마음이 어느새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텅 비어 있는 것 같던 눈동자에 광채가 나게 되고 메말라 있는 것 같았던 혈관에는 다시 피가 돌기 시작하며 잿빛의 권태 속에 처박혀 있던 코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콧노래가 흘러나오게 된다. 마치 죽어 있던 사람이 다시 산 것 같고 늘 보아오던 하늘도 땅도, 그리고 산과 들도 모두가 다 새로워진 것 같다.
도대체 어디서 이 놀라운 변화가 온 것인가? 지루하고 무의미하던 그 일상 속에서 기적처럼 나타난 이 뜻밖의 파문은 어디서 온 것인가? 그 무기력하고 적막하던 인생 속에 갑자기 찾아든 이 갑작스러운 변화는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그것은 마치 저 동화 속의 이야기처럼 신기하게 이루어진 바로 그 만남의 「약속」에서 비롯된 것이다. 「약속」이란 무의미했던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들고 무기력했던 생활에 긴장을 가해주는 대변혁의 출발점이 된다.
그것은 곧 죽어있던 인생을 다시 살려내는 위력을 지닌 「생명」의 샘이 되는 것이다.
약속이 없는 인생은 죽은 인생이고 무의미한 인생이며 그것은 곧 먹고 마시고 새끼 낳고 빼앗으며 싸우다가 죽어가는 짐승의 삶과 같은 것이다. 인간의 역사는 두개의 큰 줄기로 엮어져 내려왔다.
그 하나는 짐승처럼 아무런 「약속」도 없이 살다가 간 짐승같은 사람들의 짐승같은 역사이고 또 하나는 빛나는 「약속」을 신뢰하면 믿음과 소망과 사랑으로 빛처럼 또 소금처럼 살다 간 사람들이 남겨놓은 위대한 역사인 것이다.
아무런 약속도 없는 잿빛의 거리에서 방황하고 있던 나는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환멸의 나락 속에서 어느 날 한권의 책을 붙잡았다. 내가 전에 알기로 그 책은 그냥 유익한 이야기책이거나 꽤 잘 기록된 역사책 같았고 또는 거친 사람들을 길들이기 위해서 만들어놓은 교훈이나 계율이나 계율의 책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내가 캄캄한 어둠 속에서 다시 그 책을 손에 잡았을 때 나는 그것이 「약속」이었다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게 되었다. 그 책 속에는 하나님이 사람과 더불어 맺었던 「성취된 약속」과 「새로운 약속」이 함께 담겨져 있었던 것이다.

<김성일님의 "성경대로 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