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요한은 이제 묵시록을 끝맺으려고 한다. 그리스도의 재림, 성도들의 천국 입성, 사단과 그 하수인들의 멸망과 신천신지의 도래가 21,22장의 내용이며 그로 인해 하나님의 종말 섭리는 마감된다. 본 20장은 그와 같은 신천신지의 세계 이전 이 땅에 '과도기적인 천국'이 이룩됨을 강조한다. 즉 천년 왕국설이 본 장에서 기인됐으며 계시록에서 가장 해석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이 천년 왕국에 대한 내용은 해석상 견해가 가장 분분한 종말 시대의 한 사건인 것이다.
1. 천년왕국의 개념(계20:1-4)
계20:4에는 그리스도께서 지상에 강림하사 천년 동안 성도들과 왕 노릇하신다고 증거되어 있다. 이 내용이 천년 왕국설의 핵심이요, 요지다. 과연 이 천년 왕국의 개념은 무엇일까?
1) 현실적, 상징적 해석으로 인한 견해들
천년 왕국설에 대한 개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즉 전천년 왕국설과 무천년 왕국설이 그것이다. 전자는 천년 왕국 전에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재림하사 실제로 천년 동안 왕권을 가지고 전세계를 다스릴 것이라는 개념이요, 후자는 천년 왕국을 상징으로 보고 그리스도의 초림부터 재림 때까지 이 세상의 교회가 누리는 의와 은혜의 권세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 외에도 후천년설이 있으나 이는 정통 보수 신학 계열과는 달리 세계가 복음화되고 인간의 심성과 과학과 교육과 제도의 발전으로 지상 천국이 이루어진다는 견해이기에 여기서 논의의 대상은 될 수 없다. 그러므로 천년 왕국에 대한 견해의 초점은 천년이라는 성경의 표현이 사실적인 것인지, 또는 다른 상징적인 용어처럼 상징적인 것인지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견해가 갈리는 것이다.
2) 모든 섭리에 대비해야 할 성도들
그렇다면 성도들은 어떤 견해를 받아들여야 옳을까? 전천년 왕국설, 또는 후천년 왕국설 둘 중 한 가지 견해만 진리라고 생각해야 할까? 그럴 필요는 없다. 두 가지 견해 모두 정통 보수 개혁 신앙교회에서 신봉하는 내용들이다. 즉 주님이 재림하사 이 땅에서 성도들과 더불어 천년동안 다스리는 것이라고 믿는 성도들도 과할 것이 없으며 천년 왕국이라는 표현을 상징적으로 보고 현재 교회가 그리스도 안에서 누리고 있는 은혜의 권세를 천년 왕국 시대로 믿는 성도들도 잘못된 태도가 아니다. 확실한 것은 현재 모른다. 오직 그 대 주님만이 이루실 일이다. 그러므로 성도들은 모든 섭리에 대비하는 신앙 자세를 지녀야 한다. 천년 왕국이 실제로 실현된다면 그 왕국에 참여할 수 있는 참성도가 되도록 노력해야 하며 혹 상징적인 내용이라면 현재 그리스도 안에서 누리고 있는 구속의 은총에 더욱 감사드릴 수 있어야 한다.
2. 천년왕국 시대에 일어난 일들(계20:5,6)
본 서는 처음 부활과 천년 왕국 시대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서 상세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천년 왕국 동안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그 의미는 무엇일까?
1) 그리스도와 왕노릇할 성도들
먼저 죄악과 불의의 근원인 사단이 결박되는 일이 벌어진다(계20:1-3). 죄악은 더 이상 번성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 후 성도들이 '첫째 부활'(계20:5)이라고 불리는 부활 은총으로 살아나 천년 동안 그리스도와 함께 이 땅에서 왕 노릇하게 된다. 핍박이나 시험이나 괴로움이 없이 세상의 주인이 되어 천국 권세를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내용도 사실과 상징으로 해석됨을 유념하자. 다만 성도들은 사망과 악을 이기고 기필코 그리스도 예수와 더불어 영광과 존귀의 삶을 누리게 될 것이라는 성경 전체의 증언이 이루어지게 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2)현재의 고난과 미래의 영광
그러므로 성도들은 천년 왕국 시대에 이루어질 내용에 대해 너무 세세하고 확실한 지식을 얻고자 시간을 허비할 필요는 없다. 그 내용의 메시지는 이것이다. 즉 '너희 성도들아 너희가 지금 어떤 처지에 있든지 너희는 왕 같은 족속이요 택하신 백성이므로 이 땅에서도 영광과 존귀를 누리게 될 것임을 믿으라'는 것이 천년 왕국설이 메시지다. 그러므로 성도들은 현재 그리스도 안에서 당하는 애로와 괴로움과 희생으로 인해 실망해서는 온당치 못하다. 그 희생과는 비교할 수 없는 보상을 그리스도의 재림 후에 얻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건대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족히 비교할 수 없도다"(롬8:18)라고 사도 바울은 교훈하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와 하나님 나라를 위해 더욱 헌신하고 희생하는 성도들이 되어야 한다.
3. 천년왕국 후에 될 일들(계20:7-15)
천년 왕국은 영원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그 후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이며 그 결과와 의미는 무엇일까?
1) 최후의 대심판이 시행됨
천년의 기간이 지나자 사단은 풀려나게 되며 그는 이 땅의 정치 권세를 모아 성도 공동체와 일대 격전을 벌인다. 그 결과 사단과 그 수하들은 하나님의 권능으로 대패하고 영원한 심판의 불못에 던지움을 받게 된다. 또 유사 이래 죽은 모든 자들이 부활하여 영원한 심판을 받게 되는 데 그 심판은 크고 흰 보좌에서 시행된다. 그리고 현재의 하늘과 땅은 사라지게 된다. 이로써 하나님의 지상에 대한 섭리는 마감하게 되며 새 하늘과 새 땅의 세계로 역사는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2) 천지의 대주재이신 성삼위 하나님
우리는 이와 같은 천년 왕국 전후와 관련된 내용을 통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재삼 확신해야 한다. 즉 하나님만이 하늘과 땅, 역사와 모든 가치, 생명과 사망을 주관하시는 유일한 통치자라는 진리가 그것이다. 사단의 권세가 아무리 크다 해도 그는 하나님의 손 안에서만 행동할 수 있다. 하나님이 가두시고 싶으면 가두시고 풀어 놓고 싶으시면 풀어 놓는 종속적인 존재다. 또 하나님은 사망과 생명의 주관자이시기도 하다. 성도들에게는 영생을 불순종하는 불신자들에게는 형벌을 인도하신다. 그 판결은 절대적이다. 그리고 하늘과 땅도 변혁시키실 수 있는 분은 하나님 한 분이심을 본 장은 증언한다. 이와 같은 천지의 유일하신 주재이신 성삼위 하나님을 그리스도 안에서 섬기게 된 축복을 성도들은 무한 감사드려야 할 것이다.
천년 왕국이 실재적인 사건이 될 것인지 아니면 상징적인 교훈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성경의 말씀은 상징적으로 표현되었을지라도 그 사실성까지 부인될 수는 없다. 성도들은 하나님의 종말적 섭리 속에 천년왕국도 실현될 수 있음을 믿고 감사와 희망의 자세로 사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