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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부문 심사평

은바리라이프 2008. 1. 1. 17:36
 

할머니의 소풍〉은 치매에 걸린 할머니 얘기다. 흔한 얘기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야기고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본 듯한 풍경이다. 그 점이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읽어가다 보니 할머니의 해맑은 웃음이 눈에 선하다. 어머니의 마음도 사랑스럽다. 별 얘기 아닌 것 같지만 끝내 마음을 짠하게 만든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생각하게 만든다. 단점이 있지만 사랑스러운 장점을 놓칠 수 없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마음이었다. 당선작 결정은 그래서 쉬웠다.

〈사랑은 삶처럼 계속된다〉는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문자로 사랑하고 이메일로 이별하는 세상’에 만난 운명적인 여인을 추억하는 이야기다. 읽고 나면 잔잔한 미소가 남는다. 하지만 그녀와 헤어지게 되는 과정이 (실화임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싱거운 점이 아쉬웠다. 당선작이 되기에는 이야기가 단조로운 감도 없지 않았다. 가작으로 뽑을 수밖에 없어 심사위원들도 아쉬웠다.

〈감자탕과 함께 부르는 스물아홉의 슬픈 노래〉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두 사람의 대화를 읽고 있으니 감자탕을 앞에 두고 함께 소주를 마시는 기분이 들었다. 술집에서 옆 좌석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사랑이란 ‘상처받고, 떠나보내고, 그럴 줄 알았다고 원망하고 미워하’는 것이다. ‘스토리 공모’에 걸맞지 않은 소품임에도 불구하고 수상작에 포함됐다.

요즘 세상에도 한 눈에 반하는 사랑이 있을까? 그런 운명적인 사랑이 있을까? 〈그가 너에게 반한 이유〉는 그런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이야기라기보다는 첫눈에 반하는 사랑에 대한 단상에 가깝지만 귀엽고 예쁜 작품이었다.

세상에는 무수하게 다양한 사랑이 있다. 응모작의 사랑 역시 다양했다. 심사위원들은 다양한 사랑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자 했다. 모든 사랑의 무게는 동일하다. 수상작에 들지 못한 ‘사랑’은 그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단지 이야기로서의 가공이 부족했던 것뿐이다. 위로를 보낸다.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들려준 모든 응모자들에게 고맙다.


심사위원: 김중혁 백가흠 정이현 (이상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