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우 박사의 성지 탐사기 / “바울의 길을 따라서”
밤빌리아의 버가에서 비시디아의 안디옥으로 사도 바울이 걸어갔던 길의 경로는 어떠했으며 그 길은 현재도 남아있는가? 필자가 답사한 바로는 밤빌리아 버가에서 비시디아 안디옥으로 넘어가는 로마시대의 도로(Via Sebaste)는 퇴적작용, 새로운 개발 또는 지진 등으로 대부분 볼 수 없었지만 버가에서 약 20km 떨어진 도스메(Doseme Bogazi) 촌락부근에서 토루스(Taurus) 산을 넘어가는 곳에 약 400m의 길이로 남아 있다. 산에서 흘러내린 돌들과 흙으로 도로가 중간 중간 묻혀 있으나 상당 부분이 드러나 있다.
로마시대의 길이 있었던 토루스 산 밑은 밤빌리아(Pamphylia) 지방에서 비시디아(Pisidia) 지방으로 넘어가는 경계(Borderline)가 되었고, 대상들과 로마 군인들이 거주했던 방대한 주거지와 우물이 남아있다. 산허리에는 비잔틴 교회 터로 전해지는 건물 터가 남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산 밑에 모여서 짐승과 강도들을 피하기 위해 그룹을 지어 산을 함께 넘어갔다. 이 길은 밤빌리아에서 비시디아 안디옥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다.
이 길을 따라 올라가서 비시디아 안디옥에 도착하기 전에 고대도시 아다다(Adada) 부근에 이 길과 연결되는 로마시대의 길이 또 남아있다.
토루스 산의 강도들과 Via Sebaste
소아시아를 정복했던 알렉산더 대왕이 죽은 뒤 그의 부하들 간에 치열해진 권력다툼을 틈타 유럽에서 강력한 제국을 형성한 로마가 동쪽으로 진출해서 소아시아를 정복했다. 그러나 곳곳에 약탈을 일삼는 해적 왕국들이 나타나 사회적인 질서를 교란시켰으며 특히 길리기아와 비시디아 지방이 심했다. 강도들의 약탈로 혼란을 입게 되자 로마인들은 퇴치 작전에 나서서 길리기아, 밤빌리아, 브루기아, 비시디아는 BC 102년 해적들을 격퇴하고 자유를 누리게 되었다. 그러나 토루스 산은 높고 험준해서 지형적으로 이들을 정복하기에 대단히 어려웠다. 그래서 호모나데시안들(Homonadesians)로 알려진 도적들이 밤빌리아와 비시디아 사이에 있는 토루스 산에 정착해서 문제를 일으켰다. 밤빌리아와 비시디아를 연결하는 길을 통제하고 있었던 마쿠스 안토니우스는 비시디아의 왕 아민타스(Amyntas)에게 이들을 퇴치하도록 맡겼으나 아민타스가 격투 중에 죽고 말았다. BC 25년 갈라디아 주가 새로 만들어지고 안디옥이 갈라디아 주에 편입되었다. 전술적으로 호모나데시안들을 격퇴시키기 위해 세바스테라 불리는 길(Via Sebaste)을 건설했으며 그 길은 갈라디아 주 지사(Cornutus Arrutius Aquila)가 만들기 시작, 비시디아 안디옥에서 밤빌리아로 통하는 길이었다. 세바스테 길(Via Sebaste)은 호모나데시안들을 포위하기 위해 서남쪽과 동남쪽으로 통하는 두 갈래 길로 갈라졌으며 이 두 길 사이로 또 다른 길을 만들어 연결시켰다. 이 길(Via Sebaste) 덕분에 로마의 큐리누스(P.Sulpicius Quirinus)는 BC 3년 호모나데시안 부족들의 조직을 소탕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호모나데시안 부족들의 잔당과 일부 비시디아 인들이 AD 1세기 말까지 계속 남아서 강도행각을 일삼았다. 이 길은 밤빌리아에서 비시디아 안디옥으로 가는 도로로 사용되었으며 사도 바울 당시에도 강도들이 출몰하고 있었다(사도바울 당시 토루스 산의 강도들에 대한 자료는 현 비시디아 안디옥 박물관장이며 유적지 발굴단장인 위날 데미에르 박사가 필자에게 제공해 준 자료이다).
아다다(Adada)는 토루스 산 깊은 곳에 있는 로마시대의 도시로서 버가에서 비시디아 안디옥으로 가는 사람들은 이 도시를 거쳐 갔다. 지금은 유적 터만 남아있지만 꽤 짜임새 있는 규모의 도시였다. 이 도시는 버가에서 약 80km 지점, 비시디아 안디옥에서 약 120km 지점의 토루스 산 위에 위치하고 있다. 이 도시의 남쪽 약 2km 지점부터 로마시대의 도로가 500 m 의 길이로 완연한 모습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당시 도로의 대부분은 땅 밑으로 매몰되고 파괴되었지만 아다다 앞에 있는 도로는 그 모습이 완연하다. 이 도로는 버가에서 비시디아 안디옥으로 연결되는 로마시대 도로였기 때문에 사도 바울이 이 길을 따라 버가에서 비시디아 안디옥으로 걸어갔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욱이 지금도 그 모습이 남아있는 아다다 도시 입구의 비잔틴 교회는 이 길을 따라 올라간 바울의 행보를 기념하여 세워졌을 가능성이 높다. 로마 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보면 아다다 시장(아고라)으로 연결되고 시장을 지나면 여행객들이 잠을 자고 쉬어간 대상들의 집(Caravan Saray)이 있다. 그 집을 지나면 아다다 도시를 빠져 나가서 비시디아 안디옥으로 연결되는 로마시대의 길이 일부 파손된 채로 그 모습이 또한 남아있다. 버가에서 비시디아 안디옥 까지는 약 200km가 되지만 험한 산길을 걸어가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위험부담과 많은 시간이 걸렸다.
토루스 산은 버가와 비시디아 안디옥 사이에 있는 험하고 높은 산이며 강도의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룹을 지어서 이 산을 넘어 다녔다. 버가에서 비시디아 안디옥을 가기 위해서 반드시 이 산을 넘어야 했다. 바울이 후일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면서 여러 번 여행에서 강도의 위험을 당했다고 했다(고후 11:26). 토루스 산은 강도들이 자주 출몰하는 곳이었다. 이 높은 토루스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무공해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맑고 미네랄 성분이 많은 물로 인정받고 있다.
성지문화원 원장
'GG뉴스 > 문화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말리아 해적', 그 뒤에 감춰진 슬픈 역사 (0) | 2011.02.01 |
---|---|
작년 한 해 상선 53척 해적에게 피랍 (0) | 2011.02.01 |
해적 (0) | 2011.01.28 |
소말리아, 유일한 기독교 도서관 완전히 파괴 당해 (0) | 2011.01.25 |
소말리아 도운 오드리 헵번의 유언 (0) | 2011.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