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1일, 소말리아 해적에게 나포되었던 주얼리호 선원 21명이 모두 구출되었습니다.
국민의 목숨을 구해낸 장병들의 노고에 많은 국민들이 기뻐했고,
몇 날 며칠 가슴을 졸인 가족들을 생각하면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군 청해부대가 소말리아 해적 8명을 사살한 '아덴만 여명 작전'이
하나의 ‘영웅담’이 되어 연일 뉴스를 장식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소말리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구 매체에서 애써 외면하는
강대국들의 '소말리아 침탈 역사'를 들추어 볼 수밖에 없습니다.
강대국들의 침탈, 미국의 군사개입이 낳은 재앙
세계지도에서 유독 아프리카의 국경선은 반듯합니다.
아프리카의 역사와 종족적 토양을 무시한 채
서구의 이해에 따라 폭력적으로 그어놓은 것입니다.
그들이 심어놓은 ‘부패한 독재권력’의 횡포와 식민통치는
종족 간의 내전과 국경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소말리아는 인도양과 홍해를 두루 감시할 수 있는 위치이기에,
영국과 이탈리아는 전략적 요충지로 삼고 식민지화했다.
또한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각 지역과 종족에 따라 갈린
여러 군부 세력의 난립 속에 유혈 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소말리아는 현재 사실상 무정부 상태이고, 국민들은 계속되는 내전과
살인적인 생활물가, 극심한 가뭄으로 생계를 이어가기도 막막한 상황입니다.
2006년 '이슬람법정연대'(ICU)가 수도인 모가디슈에 입성한 뒤,
이슬람 율법으로 민심을 아우르며 치안과 안정을 되찾아갔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테러와의 전쟁'을 빌미로
조지 부시 미 행정부가 소말리아에 군사개입을 강행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다시 악화되었습니다.
"약 120만 명의 소말리아인이 난민으로 떠돌고 있다" 유엔난민기구
“소말리아 문제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무시되고 있는 비극” BBC
소말리아 '어민'들이 '해적'이 되기까지
소말리아 어민들, 그들은 진짜 해적일까요?
오랫동안 소말리아인들은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끊이지 않는 내전으로 국민을 지켜줄 세력이 없는 상황에서,
각국은 소말리아 영해에 허락도 없이 침입해 약탈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이 참치와 새우를 닥치는 대로 잡아들이자 고기의 씨가 말라갔고,
그 아름답던 바다의 생태계는 망가져 갔습니다.
자국에서 처리하기 껄끄러운 핵폐기물은 소말리아 앞바다에 버려졌습니다.
굶주린 어민들이 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무기를 드는 것이었습니다.
소말리아 해적들이 국민 70%의 지지를 받으며 '자원 해안 경비대' (National Volunteer Coast Guard)의
이름을 달기까지는 이러한 비극의 역사가 감추어져 있습니다.
ⓒguardian
소말리아에 갚지 않은 빚
"소말리아 해적들은 8명의 동료를 죽인 "한국 선원들을 보복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
“각국 해군이 공격적 대응을 시작하면 해적들도 인질을 인간 방패로 사용할 것”
영국 해상보안업체 이아스의 이사 데이비드 존슨
소말리아인들은 어떤 명분으로도 민간인을 위협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비를 늘리려는 한국군의 움직임과,
보복에 보복을 더해가는 악순환식 해결은 우려스럽기만 합니다.
이들을 오직 납치범 취급하며 '소탕'되어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본다면,
소말리아 사람들은 오늘도 살기 위해 무기를 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오늘날 풍요를 누리는 선진국 중에 아프리카에 빚지지 않은 자는 없습니다.
우리 선원들의 무사귀환에 대한 기쁨이, 소말리아인들의 고통에 대한
세계시민의 관심과 책임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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