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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선장들에게 보물섬은 없었다.

은바리라이프 2011. 2. 1. 15:54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보물섬'은 프린트 선장이 남긴 보물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이다.  다른 소설이나 영화에서도 해적 선장(두목)들은 엄청난 금은보화를 숨겨둔 것으로 나온다. 실제로 그들은 어느 정도 부를 쌓았을까?

'블랙샘' 새뮤얼 벨러이.



 미국 경제주간지 포브스가 역대 해적 선장의 노략품을 현재 화폐가치로 환산한 결과 상위 20위 모두 150만달러(17억여원)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포브스는 17∼18세기 다니엘 드포와 같은 작가와 데이비드 코딩리와 같은 역사가들의 글, 해적들 주장을 기록한 공식 문서 등을 참고했다고 한다.
 
 집계 결과
역대 해적들 중에서 가장 많은 노략품을 챙긴 해적은 18세기 초 악명을 떨친 ‘블랙샘’ 새뮤얼 벨러이(1689∼1717)로, 1억2000만달러(1350억여원)였다. 영국 출신인 벨러이는 1717년 2월 4.5t의 금과 은이 실린 노예선 ‘위다’호를 나포한 것으로 악명 높다. 비교적 관대함을 지녔던지 300톤 규모의 위다호를 자신의 기함(flagship)으로 삼고 자기가 갖고 있던 낡은 배를 위다호 선원들에게 내주었다.
  
 1억1500만달러(1300억여원)로 2위에 오른 프랜시스 드레이크(1543∼1596)는 스페인 무적함대를 견제하려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묵인 아래 해적활동을 벌여 기사 작위까지 받은 영국의 ‘해적 영웅’이었다.

토마스 튜(왼쪽)

'블랙바트' 바솔로뮤 로버츠


 새로운 항로를 개척해 해적계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영국인 토마스 튜는 1693년 인도에서 오토만 제국으로 가던 금 수송선을 약탈하는 등 1억200만달러(1160억여원)어치의 노략품을 챙겨 3위에 올랐다. 
 

'블랙 비어드'


 이 밖에도 홍해, 인도양 등에서 해적질을 일삼은 존 보언(?∼1704)이 4000만달러(450억여원)로 4위, 3년 만에 400여척의 상선을 나포해 악명높은 영국 출신의 ‘블랙바트(검은 남작)’ 바솔로뮤 로버츠(1682∼1722)가 3200만달러(360억여원)로 5위, 영국 출신으로 해적의 대명사 격인 ‘블랙비어드(검은 수염)’ 에드워드 티치(1680∼1718)가 1250만달러(140억여원)로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들의 노략품 값어치는 부하들에게 나눠주고 해적들이 즐긴 럼주와 매춘에 들인 비용은 감안돼 있지 않다. 보험성 비용도 빼지 않았다.
 사실 해적 선장들은 혼자 금은보화를 독식하다시피했을 것이라는 오해와 달리 꽤 공평하게 분배했다. 노략품을 선원 숫자만큼 나눠줬고 자신은 프리미엄으로 선원 두 명 몫만 받았다.
 해적들은 전투 도중 다친 동료에게는 팔다리 한 개당 30만달러(3억4000여만원) 가량을 보상비로 줬다. 전투에서 팔다리를 잃는 해적이 많으면 많을수록 각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줄어들기 때문에 해적들은 가급적 포탄 한 발이라도 쏘지 않고 배를 나포하려고 애썼다.

 또 선장 해적들은 바다에 빠지거나 붙잡혀 처형되면서 아무런 영예도 부도 남기지 못했다. 가장 많은 노략품을 챙긴 블랙잭은 1717년 4월26일 케이프 코드에서 폭풍우를 만나 배와 함께 바닷속으로 사라졌는데, 그의 금은도 수장됐다. 
 3200만달러(360억여원)으로 5위에 오른 바솔로뮤 로버츠는 1722년 전투 도중 숨진 뒤 압수됐다.
 아즈텍 문명을 무너뜨린 헤라난도 코르테스가 스페인 찰스 5세에게 보낸 금은 프랑스 해적 장 플뢰리 일당에게 약탈당했는데,  그 금은 프랑스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지의 매춘굴이나 술집으로 퍼뜨려진 이후 지금도 반지로 만들어져 어느 누구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을 것이다.
                         박희준 기자
july1st@segye.com
                             역대 해적 노략품 값어치 순위
                     순위         해적                    노략품(달러)
                       1.     새뮤얼 벨러이              1억2000만
                       2.     프랜시스 드레이크        1억1500만
                       3.     토마스 튜                     1억300만
                       4.     존 보언                           4000만
                       5.     바솔로뮤 로버츠               3200만
                       6.     장 플뢰리                        3150만
                       7.     토마스 화이트                  1600만
                       8.     존 핼시                           1300만
                       8.     해리 모건                        1300만
                       10.   에드워드 티치                  1250만
                                                                  <자료=포브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