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극/성극(대본)

성극: 현대판 욥기

은바리라이프 2010. 12. 21. 18:14
    성극: 현대판 욥기
    (강남대 신학과 4년/ 김형권, 1998년)
     

    믿음이 깊고 슬하에 많은 자식을 거느린 부자 욥은 이 세상에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러나 어느 날 그에게 불어닥친 갑작스런 불행은 그를 하루 아침에 처자식 하나 없는 거지 신세로 만들어 버린다. 이때부터 그의 믿음은 시련 속에 빠지게 된다. 어찌하여 신실한 믿을 지키며 바르게 살아가는 사람에게 하나님은 이유없이 고난을 주시는가 하는 회의에 빠진다. 좁게는 한 개인의 고난사로 볼 수도 있겠으나 넓게 보면 기독교인 전체가 고난 앞에서 자신의 신앙을 되돌아보고 깊이 살을 깎으며 반성케 하는 책이다. 이 욥기를 현대에 어울리도록 각색하였다. 그런 과정에서 은어, 비어, 속어 등이 사용되었다. 그 이유는 일반적으로 성극(聖劇)이라고 하면 고리타분하다는 인식을 깨기 위함이고 실생활에 많이 부합되도록 했기 때문이다.

    구성 : 총3막

    : 1998년

    등장인물 : 용민(욥)-주인공. 45세의 나이로 (주)프로 스팍스 사장

    경석(엘리바스)-용민의 대학동창. 46세의 나이로 금란교회 담임목사

    형권(빌닷)-용민의 대학동창. 46세의 나이로 무역회사 부장. 돈이 인생의 목표

    요한(소발)-용민의 대학동창. 46세의 나이로 음란소설작가. 최신작 '젓소부인 바람 과 함께 사라지다'로 인하여 현재 전국 수배중. 여자가 인생의 목표

    하나님, 사단, 부인, 기자

    제1막

    (천상회의. 하나님은 목소리로 처리하고 사단은 검은 색의 옷을 입고 등장)

    사단 : (간사한 목소리로) 하나님! 혹시 용민이라는 사람 아십니까?

    하나님 : 그래, 네가 용민이를 보았구나. 용민이처럼 신앙이 좋고 악에서 떠난 자가 세상에 없느니라.

    사단 : 에이∼. 세상에 아무런 까닭 없이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하나님께서 용민이에게 축복을 주시니까 하나님을 잘 섬기는 거지요. 만약 그에게 고난이 온다고 하면 하나님을 잘 섬길까요? 그를 시험해 보시죠. 그의 자식과 재산을 빼앗고 몸에 병을 준다면 하나님을 원망할 겁니다. 아니, 원망만 하겠습니까? 아마 하나님을 저주할 겁니다.

    하나님 : 좋아. 용민이에게 어떠한 고난을 주어도 좋다. 그의 재산과 자식을 빼앗아도 좋고 그의 건강을 빼앗아도 좋다. 그러나 그의 목숨만은 빼앗지 말아라.

    제2막

    (용민의 집. 소파에 용민과 부인이 앉아서 TV를 보고있다.)

    기자 : 뉴스 속보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오늘 오전 9:30분에 성수대교가 또다시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확인된 사망자는 총 10명으로 김말이, 김치국 등 모두 김용민씨의 자녀로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오늘 오전 9:00에 용인시 신갈리에 위치한 주식회사 프로 스팍스 공장에 큰 화재가 났습니다. 이 화재로 인하여 김용민씨는 알거지 신세가 되었습니다. KBC뉴스 김국진입니다.

    용민 : (대성통곡하며) 아니∼. 세상에 이럴 수가. 모든 것이 하나님으로부터 왔으니 가져가시는 분도 하나님이시라. 오직 하나님만이 찬양 받으옵소서. (온몸을 긁으며) 여보! 등좀 긁어 줘. 갑자기 온몸이 가려운데. 으∼ 간지러워. 가서 빨래판이라도 가져와서 긁어 줘. (찬양을 부르면서 긁는다. 존귀! 오 존귀하신 주. 감사 찬양과 영광 받으실 주님…??)

    부인 : (화를 내며) 그래.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찬양할 맛이 나요? 자식들이 죽었는데 무슨 하나님이에요! 차라리 하나님께 욕이나 퍼붓고 콱 죽어버려요! (부인퇴장)

    용민 : 오∼. 주여.

    (불이 잠시 꺼졌다가 켜진다. 친구들-경석, 형권, 요한- 등장)

    경석 : 용민아. 뉴스보고 급히 달려왔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냐?

    형권 : 하늘도 무심하시지. 이 집도 차압딱지 붙었다며?

    요한 : (용민의 바지를 들춰보며) 아니? 갈갈이까지 걸렸냐?

    용민 : (한숨쉬며) 휴∼. 여보게들. 난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아니, 어머니 뱃속에서 콱 죽어버렸어야 하는 건데 이 세상에 태어나서 고생만 하는 구먼. 지금이라도 하나님이 날 데려갔으면 좋겠어. 왜 나에게 이런 고난을 주시는 것일까… 난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경석 : 이 사람아!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자네는 큰일날 소리를 하는구만. 하나님은 결코 아무에게나 고난을 주시지 않는다네. 하나님은 오직 악한 사람에게만 심판을 내리시지. 사람이 어찌 하나님보다 의롭다 할 수 있겠는가? 또한 사람이 어찌하여 창조자 하나님보다 성결하겠는가? 자넨 TV도 못봤나? 성직자인 나도 여러 채의 집이 있고 딴 살림 차린 것도 걸렸는데. 죄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잘 생각해 보게. 자신도 모르게 죄지은게 있으니까 하니님께서 벌 내리셨겠지. 하나님은 인과응보(因果應報)의 하나님이셔. 하나님께 개기다간 큰 코 다치네.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용서를 빌어. 잘못했다고 비는데 배를 째시겠어? 모든것을 용서하시고 오히려 더 큰복을 주실 거야.

    용민 : 자네는 욥기에 나오는 엘리바스처럼 말하는 구먼. 그렇다면 난 욥만큼이나 결백해.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단 말이야. 자네 해도 해도 너무 하는 구만. 다 필요 없어! (혼자 중얼거리며) 믿었던 친구마저 배신을 때리다니… 내 인생에는 아무런 소망이 없어. 오∼ 주여. 왜 나를 이 고난에서 건져 주시지 않는 것입니까?

    형권 : 야! 너는 신학과 출신이면서 기본적인 것도 모르냐? 하나님의 공의는 오류가 없어. 네 마음이 바르지 못하니까 그런 거야. 너 혹시 십일조 빼돌리지 않았냐? 아니면 세금을 포탈했냐? ? PCS 사업자 선정 로비에 네가 깊숙이 관련되었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이냐? 너 대학 4학년 때 나한테 5천원 꾸고 안 갚았지? 지금이라도 회개하고 갚어. 솔직히 불어.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어? 하나님은 무죄한 자를 좋아하셔.

    용민 : 나도 알아. 누가 하나님 앞에서 감히 의롭다 할 수 있겠어. 하나님의 지혜와 산을 옮기는 힘을 왜 모르겠나? 설령 내가 의롭다고 해도 어떻게 전능하신 하나님께 무어라 말하겠나? 단지 하나님께 어여삐 봐달라고 애원하는 심정이라네. 인간의 수고는 헛된 것이고 하나님만이 완벽하시다는 것쯤은 나도 알아. (기도어조로) 하나님! 나에게 지혜를 주시어 내가 왜 고난을 당해야 하는지 알게 하옵소서. 주께서 세상을 지으시고 또한 나를 만드셨으니 모든 것이 하나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나의 인생에 더 이상의 고통은 거두어 주시고 편히 눈감게 해주옵소서.

    요한 : 참네. 이 자식 말도 드럽게 많네. 머리로 알면 뭐해? 니 입은 스스로 결백하고 의롭다고 말하는데. 측량할 수 없는 하나님의 뜻을 인간인 네가 어떻게 알겠어? 하나님의 지혜는 무궁하시기 때문에 너의 술수 정도는 금방 간파 하셨을 거야. 하나님께 솔직히 고백해. 회개하는 자에게는 하나님이 축복을 주신단 말이야. 너 사실대로 말해. 경석이처럼 딴 살림 차렸지? 박모 교수님 말씀에 남자는 거시기를 잘 다루어야 한다고 했는데. 짜식, 괜찮아! 살다보면 한눈 팔 때도 있는 거지.

    용민 : 자네들은 친구도 아니야. 자네들은 인간 쓰레기고 인간 말종이야. 자네들이 알면 얼마나 안다고 그러나? 자네들이 하나님만큼 지혜롭고 지식이 많나? 나도 자네들이 말하는 것쯤은 다 알고 있네. 또한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의 심판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고!

    경석 : 인간말종 이라니? 우리에게 너무 심한 거 아니야? 그리고 자네 또한 얼마나 안다고 우리를 비난하는 거야? 자네가 성직자인 나만큼 알겠어? 자네의 짧은 지식과 경험보다 우리가 못한게 어디에 있겠나? 그렇다고 자네가 하나님 앞에서 의로운가? 내가보기엔 절대 아니네. 악인은 필히 멸망 받게 되어 있네. 그에 반하여 의인은 기쁨을 얻게 된다네. 회개하고 하나님께 돌아오길 바라네. 그러면 하나님께서 자네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시고 복을 주실 것이네.

    용민 : 경석! 자네는 아직도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구만. 그러니까 대학생 때 성적이 나쁘지. 나의 고난은 바로 하나님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야. 나는 정말로 결백해 . 나의 무죄함은 하나님께서 더 잘 아실 거야. 하나님께서 나의 결백에 보증을 서 주실 거야. 그리고 하나님은 나의 모든 죄를 용서해 주실 거야. 심지어 형권이에게 5천원 안 갚은 것도 말이야.

    형권 : 하나님께서는 용서하셔도 나는 용서 못해! 내 돈 내놔! 아니면 오늘 점심사! 내가보기엔 PCS 사업자 선정 로비에 자네가 분명히 관련되었어. 안 그러면 왜 이렇게 되었겠어? 자네 같은 악인들은 나중에 어떻게 되는 줄 아나? 시험 잘 보고 결석 없고 레포트도 꼬박 꼬박 내고도 F학점이 나오지. 또한 경석이 처럼 콧구멍을 후비다가 코피가 나거나, 경석이 처럼 화장실에서 볼일 다 봤는데 화장지가 없게 되지. 악인의 운명이 이렇게 되고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자도 이렇게 된다네.

    용민 : 자네 해도 너무 하는군. 내가 경석이 처럼 된다고? 아무리 지금의 내 형편이 이렇다고 해도 막말은 삼가 해 주길 바라네. 난 분명히 하나님을 만날 거야. 이 육체를 벗어 던진 후에라도 말이야. 이 확신 때문에 모든 고난을 참는 것이라네. 그리고 자네들 나를 완전히 막가파 처럼 취급을 하는데, 조심하게. 지금 자네들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심판 날에 무서운 징계로 되돌아 올 테니까.

    요한 : 하나님을 만나서 뭐 할려고? 고스톱 치려고? 그리고 뭐? 심판 날이 징계? 하나님의 징계가 아무렇게나 휘두르는 선무당의 칼날인줄 알아? 괜히 우리에게 위협하는 거 보니까 더 수상한데. 너 솔직히 말해. 딴 살림 차렸지? 짜식, 대학 다닐 때부터 인터넷에서 음란물 사이트나 다운 받고 그러더니 사고 쳤구나? 욥기 20장을 보면, 악인의 형통은 일장춘몽(一場春夢)과 같다고 했어. 그리고 악인의 종말은 꼭 너처럼 재산이 홀라당 날아가고 씨가 말리움을 당하게 된다고 했어. 내 생각에도 지금 너의 고난은 죄의 대가야. 죄의 대가!

    용민 : 자네는 너무 극단적으로만 말하는군. 이 세상에는 악인들도 잘 살고 있다네. 그 악인들은 결국 멸망하겠지만 심판은 오랫동안 보류되기도 해. 자네들 주장처럼 악인들의 심판이 반드시 현세(現世)에 있다는 것은 무한한 하나님의 섭리에 어긋날 수도 있다고. 그리고 나는 결백해. 결백하단 말이야! 왜 안 믿는 거야? 이 꼴통들아! 자네들은 자네들의 지식으로 날 훈계하려 하지만 그러한 지식은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것이야. 그러나 참 지혜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세상의 것도 아니야. 지혜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 지혜의 근원은 바로 하나님이시라고. 이 밥통들아!

    경석, 형권, 요한 : (시비어조로) 뭐? 밥통? 야 임마! 니가 잘못했으니까 벌받는 거지 괜히 벌받겠어.

    용민 : 뭐? 임마? 이 사람들이 왜 온거야? 불난 집에 휘발류 부으러 온거야 뭐야?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는 거야?

    제3막

    (용민 홀로 앉아 흐느끼고 있다)

    용민 : 아이고 내 신세야. 옛날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살았는데, 이제는 친구라는 것들까지 날 죄인 취급하다니. 이 모든 고난은 다 하나님에게서 온 것이야. 왜 하나님은 나를 버리셨을까?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나처럼 하나님을 잘섬기는 사람이 없을 것인데. 난 정말로 음란물을 본적도 없고, 박양진한테 흑심을 품은 적도 없는데. 그렇다고 다음주 구약신학Ⅲ 휴강이라고 말한 적도 없고 십일조를 삥땅친 적도 없는데. 그렇다고 교통신호 위반이나 무단횡단 같은 것도 한적히 없는데 왜 하나님은 나에게 이런 고난을 주시는 것일까? 왜?

    (이때, 폭풍소리와 함께 하나님 음성)

    하나님 : 무지한 말로 이치를 어둡게 하는 자가 누구냐? 너는 내가 묻는 말에 다답할지니라. 내가 땅의 기초를 놓을 때에 네가 어디에 있었느냐? 내가 우주 만물을 창조하였을 때 네가 그곳에 있었느냐? 인간의 미래와 자연의 조화에 대하여 네가 아는 것이 있느냐? 또한 인간의 지헤는 누가 주는 것이냐? 마음 속의 총명은 누가 준 것이냐? 깨달아 알았거든 말할지니라. 나는 전능자이신 여호와이니라. 네가 전능자인 나와 논쟁을 벌이려 하느냐? 네가 나를 비난하려 하느냐? 말해보거라!

    용민 : (벌벌 떨며) 내가 참으로 어리석은 말을 하였습니다. 나는 미천하오니 무엇이라 주께 대답하겠습니까? 다만 손으로 내입을 가릴 뿐입니다. 예전에는 내가 하나님과 변론하려 했으나 다시는 더하지도 아니하고 오직 하나님의 말씀만 듣겠으니 나에게 말씀하시옵소서.

    하나님 : 다시 한 번 물으니 너는 대장부처럼 내가 네게 묻는 것을 대답하여라. 너의 교만을 낱낱이 보았느니라. 네가 스스로 의롭다 하고 모든 것의 주인이 되는 나 여호와를 불의하다 할 수 있겠느냐? 네가 내 심판을 페하려냐? 네가 나보다 힘이 세냐? 아니면 네가 나보다 뛰어난 지혜를 가졌느냐? 내가 우주 만물을 창조하였을 때 네가 그곳에 있었느냐? 이 자연을 네가 움직일 수 있느냐?

    용민 : 주께서 못 하시는 일이 없으시고 못 이루는 일이 없는 줄을 저는 이제 잘 알겠나이다. 제가 미처 깨닫지도 못하고 무지한 말로 하나님의 법과 하나님의 의를 가리우게 되었나이다. 주께서 나를 위하여 하시는 놀라운 일을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을 하였나이다. 내가 말하겠사오니 주여 들으시고 내가 주께 겸손히 묻겠사오니 주여 나에게 지헤를 주시어 알게하소서. 내가 하나님에 대하여 전에는 귀로 듣기만 해왔으나 이제 두 눈으로 주님를 뵈옵나이다. 그러므로 이렇게 내가 꿇어 엎드려 회개합니다.

    이렇게 하여 용민이는 하나님으로부터 축복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를 비난하였던 친구들은 회개하고 용민과 화해를 하게 된다. 용민은 45세라는 나이로 20세의 영계에게 새 장가를 가게 되었다. 또한 그는 재기에 성공하여 IMF극복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