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하나님] 남녀탐구생활 성우 서혜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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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해서 웃긴 목소리처럼 세상살이 편했을거 같지요? 말씀 알기 전엔 암흑이었죠 1982년 KBS 공채 17기로 데뷔한 성우 서혜정입니다. 그동안 라디오 드라마, TV외화, 애니메이션, 내레이션 등을 통해 목소리 연기를 펼쳤지요. ''남녀탐구생활''이 뜨기 전까진 이름조차 잘 모르는 성우였습니다. ''X파일''의 스컬리, ''위기의 주부들''의 수전, ''세일러문''의 비키, ''독수리 5형제''의 3호(쥰) 목소리로는 꽤 유명했지만요. 기적, 그래요. 기적이라는 말이 맞아요. 성우 생활 27년 만에 저는 믿을 수 없는 인기를 얻었어요. 저는 원래 천주교 신자였어요. 제 신앙생활의 대반전이 시작된 것은 2008년입니다. 그동안 저는 암흑 속에 묻혀 있는 것처럼 참담하게 살았어요. 하나님의 죄 많은 딸, 늘 걱정만 끼쳐드렸지요. 바로 그 무렵, 기독교 성경 CD를 만들자는 의뢰가 들어왔어요. 성당에 다니던 터라 개신교의 성경이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제의를 마다하지는 못했어요. 당시 저는 벌려 놓았던 오디오북 사업의 실패로 상당한 부채를 끌어안고 있었어요. 수입이 생기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하지만 교회에 나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저 무작정 성경을 읽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어요. 그래서 평소 저를 아끼고 챙겨주시는 성우계의 대선배, 고은정 선생님께 교회에 좀 데려가 달라고 부탁을 드렸어요. 온누리교회 권사인 고 선생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기뻐하셨지요. 고 선생님의 손에 이끌려 난생 처음으로 찾게 된 곳이 바로 양재성전이었습니다. 그날 저는 생애 처음으로 발을 들인 교회에서 하염없이 울었어요. 찬양이 몸속으로, 마음속으로 스며들면서 마음이 더없이 평화로워지는 것을 체험했어요. 하용조 목사님의 설교 말씀이 온전히 마음 안에 채워졌습니다. 저는 마치 스펀지처럼 말씀과 찬양을 가득 머금은 채 돌아왔지요. 못살고 힘들었던 가난했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갔어요. 저는 서울 목동 판자촌에서 자랐지요.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니 집이 없어졌더군요. 다행히 아랫목은 온기가 남아 있어서 엄마와 잠을 잤어요. 새벽에 눈을 뜨니 별이 초롱초롱하게 빛나더군요. 수많은 꿈을 포기하면서 살았지요. 붙잡고 싶은 것이 없어서 그저 도망치고만 싶었던 시절이었습니다. 13년 전, 아이들 아버지와 헤어지고 혼자서 두 아이를 키웠어요. 아이들을 차에 태워 학교에 데려다주는 남자들만 보면 가슴이 아팠어요. 그런데 교회를 찾아가 첫 예배를 드리는 그 순간, 그 모든 아픔들이 씻겨나가는 것 같은 평안함을 맛보게 됐어요. 정말 눈물이 강물처럼 흐르더군요. 새 신자 교육을 통해서 예수님과의 인격적인 교제가 시작됐지요. 하지만 그런 중에도 고난은 계속됐습니다. 팔순이 넘으신 친정엄마가 허리 수술을 세 번이나 받는 등 위기를 넘겼어요. 사춘기로 접어든 아이들도 제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어린 믿음을 가진 저는 고난이 올 때마다 울부짖으며 하나님께 대들기도 했습니다. 왜 이렇게 나에게 고난을 주시는 거냐고 항변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내 아픔을 다 씻어주신 줄로만 알았던 저는, 이제 더 이상의 고난은 없을 것이라고 만만히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매달리고, 기도하고, 눈물 흘리는 일상 속에서도 성경 낭독 작업은 계속되었습니다. 어쩌면 성경 녹음은 저를 지탱하게 만들어준 통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정말이지 예측하지 못한 방법으로 못난 딸을 일으켜 세워주셨으니까요. ''tvN''이라는 케이블 방송에서 ''남녀탐구생활''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저에게 내레이션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해왔습니다. 저는 이미 30년 가까이 정극 성우로 일해 왔던 사람인데 그 프로그램은 코미디에 가까운 예능 분야였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나와는 맞지 않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거절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저는 알게 모르게 대단히 변화돼 있었습니다. 나에게 주어지는 모든 일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선물이라는 생각으로 삶 속에서 벌어지는 그 어떤 일에도 기꺼이 순종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던 것이지요. 최근엔 책을 한 권 썼어요. 지치고 아픈 이들에게 건네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를 담았지요. ''속상해 하지 마세요''(FORBOOK)라는 책입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삶에 지친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좋겠어요. 수시로 닥쳐오는 고난에 눈물짓는 사람들, 꿈을 버리고 희망을 잃은 사람들에게 부드럽고 따뜻한 음성으로 말하고 싶어요. 지금도 꿈꿀 수만 있다면 늦지 않았다고 말입니다. 지난 해 말,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러 갔다가 40일 특별 새벽 예배에 대한 메시지를 들었습니다. 저는 아무런 갈등도 없이 새벽 기도를 올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지금은 사순절 새벽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이제 저는 제 삶의 모든 것을 온전히 하나님께 바치겠다고 약속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나님께서 시키시는 일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따를 각오가 됐습니다. 이 마음으로 하루하루 하나님을 바라보며 사는 기쁨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요. 감사의 마음으로 평생토록 하나님의 옷자락을 붙잡고 살겠습니다. 정리=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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