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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가족의 극적 화해 뒷이야기

은바리라이프 2010. 2. 1. 11:08

용산참사 가족의 극적 화해 뒷이야기

[2010.01.31 16:38]   모바일로 기사 보내기


[미션라이프] 29일 출범한 한국교회희망봉사단은 한국교회가 봉사 영역에서 하나가 됐다는 역사적인 신호탄이었다. 섬김과 나눔에 있어서 분열과 대립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자신 있게 보여준 셈이다.

이날 행사에는 대통합의 정신을 보여준 또 다른 순서가 있었다. 용산 참사로 숨진 철거민 가족과 경찰관 유가족이 사고 1년여만에 처음으로 만나 화해와 용서의 악수를 나눈 것이다. 이들은 그동안 겪었던 고통과 분노, 원망을 제쳐놓고 용서로 하나가 됐다.

용서와 화해란 결코 쉬운 행위가 아니다. 신적(神的) 개입 없이는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이날 현장엔 그리스도의 일하심이 있었다. 화해 사역이었다. 고(故) 이상림 씨의 부인 전재숙 씨 등 유가족과 고 김남훈 경사의 부친 김권찬 씨는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미묘한 감정들이 교차하는 듯 했다. 망설였고 머뭇거렸다. 그러나 김삼환 대표회장이 화해를 선포하고 손을 잡자고 말하자 이들은 선뜻 손을 내밀어 마주잡았다.

화해는 한국교회희망봉사단의 주선으로 이루어졌다. 봉사단은 경찰측 가족을, 용산 철거민 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최헌국 목사는 유가족들을 설득했다.

봉사단 김종생 목사는 “유가족들은 단상에 서는 순간까지도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일단 손을 잡더니 태도가 달라졌다”고 31일 밝혔다.

김 목사는 이날 순서를 마치고 전재숙씨를 만났는데 “처음엔 불편하고 멋적었지만 그렇게 안 하면 어떻게 화해를 했겠느냐며 고마워 하더라”며 “결과적으로 잘 됐다”고 말했다. 전씨는 서울 신용산교회 집사로 유가족 중 유일한 신자였다. 이미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화해할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경사의 부친 김권찬씨 역시 착잡한 심정으로 이날 참석했다. 더욱이 김씨가 경찰측 가족이었기 때문에 철거민 유가족 모두가 화해의 뜻을 내비친 것도 아니었다.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앙금이 남아 있었으나 나중에는 고맙다고 표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용산 참사 이전까지 개인택시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아내인 최모씨가 심장과 혈압 그리고 우울증으로 경찰병원과 삼성의료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으면서 아내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택시를 팔려고 내놓은 상태다.

아내 최씨는 지금까지 동네 병원에서 통원 치료중이다. 미혼의 딸 역시 직장마저 그만두고 모친의 병수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서울의 한 교회에 출석하던 신자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동안 충격으로 교회 참석을 못했었다.

희망봉사단 김삼환 대표회장과 이영훈 오정현 상임단장도 이날 무대 뒤에서 양측 가족들을 만나 화해를 적극 권했다. 김삼환 대표회장은 순서를 마친 뒤 “쉽지 않았겠지만 화해를 하게 되어 잘 됐다”며 “앞으로 남아있는 재판 등 모든 절차가 잘 마무리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봉사단 관계자는 “용산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향후 재개발정책에서의 세입자의 보상 문제와 9명의 구속자와 3명의 수배자에 대한 선처, 그리고 양측이 지난 1년간 확대 재생산해 온 상처의 치유와 사회통합으로 이어지는 마무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양측 유가족의 화해는 사회통합으로 가는 첫걸음이었던 셈이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신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