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 로버트 박 무단 입북 | |
“정치범수용소 폐쇄 전엔 안나와” 북, 대화국면 감안 추방할수도 | |
이용인 기자 | |
재미동포 출신의 선교사이자 미국 시민권자인 로버트 박(28·한국 이름 박동훈·사진)씨가 북한 인권 개선을 촉구하려고 성탄절인 25일 북한 당국의 허가 없이 중국을 통해 입북했다. 그는 북한에 들어가기 전에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정치범 수용소가 폐쇄될 때까지 북한에서 나오지 않을 것이며, 미국 정부가 자신을 구해주기를 원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북한 인권 단체인 ‘자유와 생명 2009’ 관계자는 27일 “우리 단체 대표인 로버트 박씨가 중국 연길(옌지)을 거쳐 25일 오후 5시께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 쪽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씨의 도강을 지켜본 다른 관계자의 말을 따 “박씨가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며 ‘나는 미국 시민이다. 하나님의 사랑을 가지고 왔다’며 크게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으며 당시 눈발이 많이 날리고 있었다”고 전했다. <에이피> 통신은 26일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관이 박씨의 도강에 대해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씨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앞으로 보내는 편지를 지니고 있으며, 편지에는 죽어가는 북한 인민들을 살릴 식량·의약품 등이 들어갈 수 있도록 국경을 개방할 것과 모든 정치범 수용소를 폐쇄하고 정치범들을 석방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박씨는 입북을 위해 중국으로 떠나기 직전인 지난 23일 서울에서 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기독교인으로서 북에 들어가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북한에 억류되더라도 “(과거 미국 여기자 억류 사건처럼) 미국 정부가 나를 구해주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박씨는 “북한 사람들을 자유롭게 해주길 원한다”며 “정치범 수용소가 해방되기까지는 (북에서) 나오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씨는 미국 교회에서 파송한 선교사로 지난 7월 중국 옌지에서 기도를 하던 중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주변에 말했고, 그 이후 북한 인권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이전에는 멕시코 등지에서 빈민 활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단체는 박씨의 북한 진입을 계기로 27일부터 31일까지 미국 뉴욕, 남아프리카공화국, 일본 등에서 북한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일 계획이며, 한국에서도 30일 한 방송사 앞에서 집회를 할 예정이라고 이 단체 관계자는 밝혔다. 북한은 27일 현재 박씨의 체포 여부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북-미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박씨를 ‘추방’ 형식으로 석방한다면 사건은 조기에 마무리될 수 있다. 그러나 박씨가 사실상 공개적으로 무단 입북을 하며 북한 인권 상황을 비난한 점 등을 문제삼을 경우 장기간 억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정부도 대응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씨가 미국 시민권자이기는 하지만 석방 교섭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데다, ‘의도적인’ 무단 입북에 가깝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미국 여성 언론인 2명이 탈북자를 취재하던 중 우연히 북한 국경을 넘어섰다 북한군에 체포된 사건과는 성격이 다른 셈이다. 이 때문에 북-미 간에 석방 교섭이 이뤄지더라도 특사 파견 형식보다는 뉴욕채널을 통한 ‘조용한 해결’이 모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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