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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북한 인권운동가 로버트 박

은바리라이프 2009. 12. 28. 16:12

[만물상] 북한 인권운동가 로버트 박

입력 : 2009.12.27 23:10

지난 9월 4일 서울 탑골공원에서 '북녘 동포를 위한 자유와 생명, 2009' 집회가 열렸다. 굶어 죽어가는 북한 700만 동포를 구하고 25만명이 수용된 북한 정치범수용소를 폐쇄하라며 종교인·시민 100여명이 모였다. 꼭 20년 전 동독에서 통일 기도회가 시작됐던 날 9월 4일에 맞춘 집회였다. 기도회는 동독 정부에 대한 항의와 시위로 번졌고 이듬해 베를린 장벽 붕괴로 이어졌다. 올해 초 '자유와 생명 2009'를 만들어 서울에서 꾸준히 북한 관련 집회를 열고 있는 이가 28세 재미동포 로버트 박이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한인 교회 선교사로 작년 초 한국에 온 그는 중국을 오가며 북한 선교에 나섰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그의 한국명은 박동훈. 북에서 월남한 할머니 때부터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다. 한국에 오기 전엔 멕시코에 선교사로 나가 노숙자를 돌봤다. 그는 지난달 서울역 집회에서도 노숙자들에게 점퍼를 벗어주고 지갑을 털어주고는 차비가 없어 1시간을 걸어 숙소에 갔다고 한다.

▶그가 북한 인권운동가가 된 것은 중국에서 북한 인권 실태를 목격하면서다. 그는 미국에서 기부를 받아 북에 은밀히 성경책을 보내고 굶주린 북한 동포들에게 10~20달러씩을 보냈다. 국내 교회를 돌며 북한 참상을 외면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북한 동포를 위해 잇따라 단식기도도 해 최근엔 몸이 바짝 마른 상태였다고 한다.

▶그는 성탄절인 지난 25일 중국에서 두만강을 건너 북한에 들어가면서 '김정일에게 보내는 편지'를 갖고 갔다. 미리 인터넷에 공개한 편지에서 그는 '북한 인민을 살릴 식량, 의약품, 생필품을 갖고 가도록 국경을 열라. 정치범수용소를 폐쇄하고 수감자들을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북에 가기 전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시민권자인 나를 구출하기 위해 대가를 치르는 것은 원치 않는다. 정치범수용소가 해방될 때까지 북에서 나오지 않겠다"고 했다.

▶그의 부모는 '자유와 생명 2009' 관계자들에게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한 순수한 의도로 입북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단체는 조만간 미국과 일본, 남아공 등에서 북한 인권 개선 집회를 동시에 열기로 했다. 지난 3월 북·중 국경지대를 취재하던 미국 기자 2명을 억류하며 대미관계 카드로 활용했던 북한이지만 이번엔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북한으로선 꽤나 당혹스러운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