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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기독교 이미지, 이대로는 안돼

은바리라이프 2009. 11. 27. 16:17
영화속 기독교 이미지, 이대로는 안돼
영화 속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인 단상,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


 

▲교도소에서 출소하는 금자씨를 맞이한 전도사에게 금자씨는 "너나 잘 하세요"라고 말하며 면박을 준다.(영화'친절한 금자씨'의 한 장면)

최근 한국 영화는 천만 관객을 넘어서는 양적인 팽창과 더불어 해외영화제에서도 호평을 받는 질적인 성장을 이뤄 가히 영화의 르네상스 시대라 할 만큼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 속에 나타나는 기독교에 대한 단상은 대부분 부정적 이미지로 치우쳐 있는 상황이다. 이에 서울기독교영화제는 19일 ‘최근 한국영화 속에 재현된 기독교 이미지에 대한 비판적 읽기’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어 관심을 모았다.

영화보기가 부담스러운 기독인

최근 한국 영화 속에는 ‘친절한 금자씨’의 유명한 대사 ‘너나 잘 하세요’처럼 기독교를 조롱과 놀림의 대상으로 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친절한 금자씨’를 비롯해 ‘박하사탕’, ‘4인용 식탁’, ‘오로라 공주’ 등이 이러한 선상에 있는 영화들이다.

영화 ‘박하사탕’(이창동 감독, 2000년)에서 홍자(김여진)는 남편 김영호(설경구)의 구원은 고사하고 자신의 상처도 해결하지 못한 무기력한 기독인이다. 자동차 운전 강사와의 불륜현장을 들킨 홍자는 이후 집들이에서 잔칫상에 둘러앉은 남편의 동료들에게 식사기도를 제안하고 중언부언하다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양아버지인 목사는 오로지 교회를 증축하는데 관심이 있을 뿐, 아들의 피폐해지는 영혼에는 관심이 없다.(영화'4인용 식탁'의 한 장면)

이수연 감독의 ‘4인용 식탁’(2003년)에 나타나는 기독교는 구원의 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모두 교회와 관계가 있다. 죽은 아이들의 영혼에 시달리는 강정원(박신양)은 목사의 아들이고 여자친구인 연(전지연)은 아버지 교회에 출석하는 성도다.

하지만 목사는 자신의 아들의 영혼의 문제에는 관심이 없고, 교회 건축 빚을 갚는데만 열중해 있다. 강정원은 연이 ‘비오는 날의 우화’를 통해 기독인들의 믿음 없음을 비판할 때 아무 말 못하고 수긍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정원의 아픔까지 연에 의해 치유되는 듯 인상을 준다.

영화 ‘오로라 공주’(방은진 감독, 2005년)는 대놓고 구원의 통로로서의 기독교를 거부하고 조롱하며 비난한다. 정순정(엄정화)은 자신의 여섯 살 난 딸을 유괴하여 성폭행한 범인이 정신질환자로 판정받아 정신병원에서 편하게 지내는 데 분노하고, 사건에 연루된 주변 인물들을 차례로 무참하게 살해한다.

그녀를 추적하는 형사 오성호(문성근)는 순정의 이혼한 전남편이자 목사가 되기 위해 신학을 공부하는 신학도이다. 딸의 죽음에 대한 자책으로 신앙에 더욱 매달리던 오성호는 정신병원에 위장 잠입한 순정에게 칼을 넣은 성경책을 전달함으로써 복수에 가담하고 만다.

미디어 거울에 드러난 교회의 모습,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이렇게 최근 한국 영화 속에 나타난 기독교에 대한 이미지는 교회와 기독인들이 보기에는 거북하고 불편한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는 ‘일반 사회가 기독교에 가진 기대에 대한 반증’이라는 의견이 이날 포럼에서 제기됐다.

한동대학교 언론정보문화학부 강진구 교수는 “이것은 기독교에 대한 사회의 기대가 높다는 반증이다”며 “영화 속 부적절한 기독인들의 모습을 보며 회개와 반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케노시스 정혁현 대표는 “이는 그 동안 기독교가 대중들의 갈급한 내면의 소리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고, 사회자정능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며 “영화 속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들은 교회의 외형적 성장에만 치중하는 한국 기독교에 근본적인 믿음의 각성을 요구하는 외침”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교회가 잠잠히 자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선교의 사명을 효과적으로 감당하기 위해 기독교의 대중적 이미지 유통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영화 속 부적절한 기독인들의 모습을 보며 회개와 반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강진구 교수는 “영화 속 기독교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가 자칫 집단의 정형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영화 속 기독교인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전환시키는 작용은 스크린 안과 밖에서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스크린 안에서의 노력’이라는 것이 ‘벤허’같은 세계적 대형영화를 제작해서 관객에게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을 주는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처럼 기독 영화 제작자들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기독교에 대한 긍정적인 단상을 담아내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평가를 지켜보는 비기독인의 입장의 시각은 현재의 상황에 대해 그다지 부정적이지만은 않았다.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주은우 교수는 “한국사회의 근대화는 서구화와 같은 의미였고 기독교는 서구 근대화를 상징하고 있다”며 “기독교가 영화에서 조롱과 놀림의 종교로 상징되는 것은 기득권의 종교로 인식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대인의 고통과 구원의 문제를 다루는 영화에서 기독교가 전혀 등장하지 않을 때가 가장 위기라고 할 수 있다”며 “이러한 영화들을 통해 기독교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파급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