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주석강해/모세오경

심판이야기 : 노아와 홍수

은바리라이프 2009. 6. 7. 13:48

심판이야기 : 노아와 홍수

안정현 2008-07-07 08:58:15 주소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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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이야기와 세가지 타락이야기에 이어 나오는 이야기가 심판이야기이다.

하나님께서는 세상을 심판하신다.

죄가 인간 내면을 넘어 인간관계와 사회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쳐 세상에 악이 편만해지면 세상을 심판하신다.

노아 시절에는 홍수로, 바벨탑 사건에서는 언어를 혼잡하게 하여 흩어버리는 일로, 히브리 백성이 가나안 땅에 진입한 후로는 '땅이 사람을 토해낸다'는 사상으로 심판 모티브가 계속 등장한다.

심판 사상과 함께 등장하는 것이 '의인 사상' 혹은 '남은자, 그루터기 사상'이다.

세상을 심판하시지만 새로운 세상을 위해 남겨진 자, 그루터기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사야를 비롯한 예언서에서 이 사상은 본격적으로 꽃피게 된다.

 

유대 랍비들 사이에 노아가 왜 의인인가에 대한 오랜 논란이 있어 왔다.

기독교에서는 노아가 하나님을 믿었고, 그분의 말씀에 순종했기 때문에 의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서구사상의 영향을 받은 해석이다.

성경이 쓰여질 당시 히브리적 개념에서 의인은 하나님과의 관계가 올바른 사람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의인은 온전한 삶을 사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은 하나님과의 관계가 올바를 뿐 아니라 세상을 향하여 올바른 삶과 태도를 보여주고 그런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이다. 

랍비들이 노아의 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이유는 노아가 동시대의 사람들을 향하여 '홍수가 올테니 너희도 방주를 지으라'고 말한 기록이 한번도 없다는 데서 출발한다.

성경이 모든 것을 기록한 것은 아니므로 당연히 노아는 그런 이야기를 했을 것이며, 백년이나 홍수가 올 것을 준비하면서 산에서 방주를 짓는 행동 자체가 메시지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추정이다. 성경은 노아가 다가올 심판을 이야기했다는 기록이 하나도 없다.

심판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면서도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전하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구원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는 홀로 의로운 사람이었다. 죄악된 세상과 죄인들로부터 떠나 홀로 거하는 그런 류의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랍비들은 소극적 의와 적극적 의를 구분한다. 자기자신과 자기 가족만을 살리는 소극적 의가 있고 많은 사람을 살리는 적극적 의가 있다고 한다. 이러한 견해를 뒷받침하는 것은 창세기 6장 9절의 히브리어에 대한 해석이다. '노아는 의인이요 당대에 완전한 자'라는 원문을 보다 정확히 번역하면 '노아는 의의 행동을 한 사람이다'이다. 

성경에 의인으로 기록된 인물이 네 사람 있는데 욥, 다니엘, 야곱, 그리고 노아이다. 그런데 노아는 앞의 세 사람보다는 한단계 떨어지는 의인으로 기록된다. 세 사람은 '의인, 완전한 사람'으로 하나님께 인정을 받았으나 노아는 '의의 행동을 한 사람'으로만 기록된다. 왜냐하면 노아의 의는 자기자신과 자기 가족만을 살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에게 이러한 구분은 중요했다.

역사 속에서 수많은 박해를 경험하면서 어떤 이들은 자신이 가진 부와 권력을 이용해 자신과 가족만 살린 사람도 있었고, 재산을 아끼지 않고 수많은 사람을 살린 이들도 었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의인이란 자신만 살아남는 사람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라는 사상이 성장해가게 된 것이다.

 

오늘날 기독교인으로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의'의 사상이 너무 개인적이고 폭이 좁은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예수의 죽으심과 부활 위에 우리는 구원받았고 그분의 '의'가 우리에게 전가되어 우리는 의인이 되었다. 우리의 노력으로 의인이 된 것이 아니므로 우리는 의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할 것도 없다는 사상이 오늘날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그러나 예수의 의가 우리에게 전가되었으므로 우리는 예수가 생각한 방식, 예수가 사셨던 삶의 태도대로 살아야 한다. 예수의 삶은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세상을 위해 십자가를 지는 삶이었다. 예수는 의인이셨는데 죄가 없으셨기 때문만이 아니라 세상을 위해 십자가를 지는 삶을 사셨기 때문이기도 하다.

의인이 되는 길은 죄사함과 속죄만이 아니라 십자가를 좇고 예수를 좇아가는 것을 포함한다. 우리는 의의 개념을 넓혀야 한다. 십자가를 지고 걸어가는 길, 그러면서도 그 십자가가 우리 자신의 의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