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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의 항소 정신 살아나길
18일 세브란스병원은 인공호흡기로 연명치료를 받고 있는 김모씨(76세)에 대해 내려진 법원의 존엄사 인정 판결에 대해 항소키로 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서부지법이 의학적으로 회생 불가능한 환자에 대해 인간답게 죽을 권리, 즉 ‘존엄사’를 인정하는 국내 첫 판결을 내렸었다. 김씨는 지난 2월 서울의 한 병원에서 폐 조직검사를 받다가 출혈로 인한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으며, 김씨의 자녀들은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어머니로부터 인공호흡기를 제거해 달라”며 연세의료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존엄사를 형법의 자살 방조와 의료법상의 진료 거부로 해석해 금지해 왔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국내의 존엄사문제에 대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함과 동시에 이 문제의 논란을 본격화시켰다. 존엄사에 대한 입법추진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존엄사는 어떤 문제를 갖고 있으며 그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일까. 첫째, 이번 법원 판결이 환자가 ‘자연스러운 죽음’을 택할 자기 결정권을 처음 인정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법원은 환자의 생명권을 인간의 존엄성보다 우위에 두고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판결은 인간의 권리중 ‘존엄하게 죽을 수 있는 권리’도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죽음에 대한 선택권’이 인정되면 생명은 더이상 신의 영역이 될 수 없다. ‘안락사’의 범주에 이르기까지 자살이나 다를 바 없는 죽음을 방조하는 현상이 보다 폭넓게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둘째, 의식불명이 된 환자의 ‘존엄사’ 의사를 추정하는 것은 자칫 경제적 이유 등으로 ‘타인의 생명권을 단축시키는’ 결과에 이를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중에 최고의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 비춰볼 때 자칫 ‘생명경시풍조’가 만연할 수 있다. 일반인들의 경우 경제적 부담 때문에 환자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가족들이 치료를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경제난과 맞물린 진료비 가중을 못 견딘 가족들의 유사 소송이 줄을 이을 수도 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현재 원고측 환자 가족은 진료비를 납부 안하고 있다”며 “경제적인 문제가 없다곤 하지만 지정진료계약도 해지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세째, 다양한 의학적 판단의 가능성을 차단할 우려가 있다. 식물인간 상태도 매우 다양해 사안별로 엄격한 심사가 필요하다. 이번 법원 판결은 환자가 뇌사상태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불가역적인 뇌사상태가 분명히 이뤄지는 것은 기본이며, 사실 뇌사상태를 판단하는 것도 오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에대해 만전을 기할 방법이 정해져야 한다. 이에 더해 삶과 죽음의 경계는 어디로 삼고, 누가 정할 것인가. 부작용 차단 장치는 있는가의 문제에 대해서도 명확한 결론이 나올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같은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존엄사 인정이 이르며 아직 많은 문제가 있다. 세계적으로는 미국 40여개주와 일본, 네덜란드 등이 존엄사를 극히 제한적인 전제하에서만 인정하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회생 불능 환자와 보호자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존엄사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지만 존엄사의 부작용 가능성이 엄존하는 이상 생명을 다루는 문제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 교계에서도 존엄사에 대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고 한기총은 조만간 신학연구위원회를 통해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오늘날 존엄사 논란의 이유는 그동안 신의 영역으로 통해온 생명이 오늘날 의학기술 발달로 연장되면서 죽음과의 경계가 모호해진 까닭이다. ‘존엄한 죽음’이라는 미명하에 합법적으로 살인을 하는 위험이 상존하게 된다. 성경이 가르치는 것은 오직 하나님만이 인간의 생명을 거두실 권한이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대 전제가 충족되는 범위내에서 존엄사문제가 시간을 두고 조심스럽게, 만전을 기해 다뤄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