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C.S.루이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4

은바리라이프 2008. 11. 1. 04:12

                                                                     

                                                                    4

       

       

                                                                                                                              사랑하는 웜우드에게,

          너의 지난번 편지에 적어보낸 아마추어적인 제안들은 이제 내가 너에게 기도라는 고통스러운 주제에 대

      하여 자세하게 써보내야할 시기가 왔다는 경고나 다름없다.  그리고, 자기 어머니를 위한 너의 환자의 기도

      에 관한 나의 충고가 '극히 보기 드문 실패로 판명되었다'라는 논평은 삼가는 편이 좋았을 뻔했다.

           그런 식의 발언은 조카가 자기 삼촌에게 보내는 편지에 쓸 것이 못되며, 또한 하급악마가 일개 부서의

      보좌관인 상급악마에게 올릴 종류의 글도 못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불쾌하

      기 짝이 없는 너의 욕망을 노출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ㅡ 너는 자기 자신의 실책에 대하여 대가를 지불하는

      것을 배워야만 한다.

          최상의 방법은, 가능한 때마다, 너의 환자가 기도를 심각하게 하려는 의도를 전혀 갖지 못하도록 방해하

      는 것이다.  이 방법은 어느 한 환가가, 너의 환자처럼, 최근에 원수의 편으로 다시금 귀의한 성인일 경우,

      그로 하여금 어린시절 앵무새 같았던 자기 기도의 성격을 상기 하도록, 아니면 적어도 상기한다고 생각하

      도록 부추겨줌으로써 가장 효과적으로 실시될 수 있다.

          이에 대한 반동으로 그는 완전히 무의식적이고, 내적이고, 비공식적이면서 또한 비조직적인 그 어떤 것

      으로 지향하도록 설득되어질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초심자에게 있어서 이것이 지니는 실제적 의미는, 의

      지의 진정한 집중력과 지력이 철저하게 배제된 상태에서 불분명하게 경건한 '기분'을 그의 내부에서 자아

      내게 하는 효과를 가져 온다는 것이다.

          인간 시인들 중 콜리지라는 시인은, 자기는 '무릎ㅇ르 꿇고 입술을 움직여' 기도드리지 않으며, 다만 '사

      랑을 하도록 자기 영혼을 가다듬고' '기원하는 기분' 에 탐닉할 뿐이노라고 기술한 바 있다.  바로 이것이야

      말로 우리가 원하는 종류의 기도인 것이다.

          그리고, 이는 원수를 오랜 동안 극진히 섬기어온 자들이 행하는 침묵의 기도와 외양적인 유사성을 지니

      고 있기 때문에, 영악하고 게으른 환자들은 장기간을 이러한 형식의 기도에 속아넘어갈 수가 있다.  여하튼,

      적어도 너는 육신의 자세가 그네들의 기도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고 그들을 설득시킬 수가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네가 항상 기억해야만 할 것으로서, 인간들은 자기들이 동물이라는 사실과 그들의 육신이 행하

      는 일은 그들의 영혼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항상 망각하기 때문이다.

          인간들은 우리가 자기들의 마음속에 무엇인가를 집어넣는다고 상상하니, 이 얼마나 재미있는 현상이냐

      ㅡ사실, 우리의 최상의 작업은 그들의 마음속에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도록 할 때에 성취되는 것인데 말이다.

       

          만약 이 방법이 실패하면, 너는 그의 의도를 좀더 미묘하게 왜곡시켜 그릇된 방향으로 그를 인도하는 수

      밖에 없다.  인간들이 원수 자신에게 열중할 때마다 그것은 매번 우리의 패배를 의미하는 것이지만, 그러나

      인간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미리 막는 방법들이 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그들의 주의가 원수로부터 자기들 자신에게로 전환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즉, 인

      간들로 하여금 항상 자기들 자신의 마음을 주시하도록 만들고, 그들 마음속에서 자신의 의지를 사용하여

      '기분'을 산출하려고 노력하도록 만들어라.

          그들이 우리 원수에게 자비를 청하려는 의도를 보일 때, 너는 대신 그들로 하여금 자기들 내부에서 스스

      로 자비로운 기분을 제조해내려는 노력을 시도하도록 유도해야 하며, 동시에 그것이 바로 자기들이 하고 있

      는 일이라는 사실을 결코 깨닫지 못하도록 해야만 한다.  그들이 용기를 얻으려고 기도하려고 할 때에는 그

      들로 하여금 용감하게 느끼도록 진정으로 노력하도록 하여라.  그리고, 용서를 구하려고 기도드리고 있을

      때에는 용서받은 기분을 느끼게끔 노력하도록 하여야 한다.

          그들이 열망하는 감정을 산출시키는 성공 여부에 따라서 기도의 가치를 평가하도록 가르쳐라 ㅡ 그리고,

      그런 종류의 성공이나 실패가 그 순간 그들의 건강상태나 기분 여하에 따라서 얼마나 많이 좌우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결코 의심조차 못하도록 하여라.

       

          그러나, 물론, 우리의 원수는 그동안 한가하게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언제고 기도가 있을 때에는 우리

      원수 자신의 즉각적인 행동이 나타날 위험이 있다.  우리의 원수는 자신의 위치의 존엄성은 물론, 순수한

      혼령들로서의 우리 위치의 존엄성에 대하여 냉소적으로 무관심을 보이면서 무릎을 꿇고 있는 인간동물들

      에게 극히 파렴치한 방법으로 자각을 퍼붓듯이 베풀어준다.

          그러나, 비록 우리의 원수가 그릇된 방향으로의 네 첫 시도를 좌절 시킨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보다

      더 교묘한 무기가 있다.  인간들은 시초에 우리의 원수를 직접 대면하도록 되어 있지 않다 ㅡ 불행히도 우리

      는 이를 회피할 수 없다만.  그러므로 우리들 삶에 영원한 고통의 배경을 이루고 있는 그 끔찍한 광휘, 뼈아

      프게 통렬한 그 무서운 눈빛을 인간들은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다.

          만약 네가 기도드리고 있는 순간의 네 환자의 마음을 들여다본다면 너는 '그것'을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가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대상을 자세히 살펴본다면, 너는 그 대상이라는 것이 여러 가지 우스꽝

      스러운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는 복합체라는 사실을 알 게 될 것이다.

          또한, '육화'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그 수치스러운 에피소드 기간중에 나타난 우리 원수의 모습에서 따온

      여러 그림들도 있으며, 이보다 좀더 막연한, 어찌 보면 극히 미개하고 유치한 것들로서, 두 인간들과 관련된

      그림들도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너의 환자가 그의 숭상물에다 그 나름대로 객관화한 (육감까지 수반시킨) 경외심을 부가하

      여 만들어놓은 이미지들도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 내가 알고 있는 경우들을 살펴보면, 환자들이 자기네의 '신'이라고 부르는 것이 실제로 차지하

      고 있는 '자리'는 침실 천장의 한쪽 모퉁이 우측으로 약간 위쪽이라든가, 아니면 그들 자신의 머리 속이라든

      가, 아니면 벽에 걸린 십자가에 위치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그 복합체의 본질이 무엇이든지간에, 너는 너의 환자로 하여금 그가 항상 '그것'에 기도하도록

      만들어야만 한다.  즉, 자기를 창조한 자에게 기도드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만들어낸 것에 기도를 올

      리도록 유도하라는 말이다.

          그로 하여금 자신이 만들어낸 복합체가 수정되고 향상되는 것에 지대한 중요성을 부여하도록 그를 부추

      겨주어도 좋고, 그가 기도드리는 동안 줄곧 그의 상상력 앞에 그 복합체의 수정과 향상이 끊임없이 이루어

      지도록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왜냐하면, 혹시라도 그가 이 차이를 구별할 수 있게 된다면, 즉, 혹시라도 그가 자기의 기도를 '내가 당신

      이라고 생각하는 당신이 아니라 당신께서 당신 자신으로 알고 계시는 당신께'라고 의식적으로 그의 기도를

      인도한다면, 우리의 사정은 당분간 절망적이기 때문이다.

          하나, 그의 모든 생각과 이미지가 일단 한켠으로 떨쳐 버려지거나, 혹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오로지 주관

      적인 성질만을 인정한 채로 남아 있게 된다고 하면, 그리고 그가 완전히 현실적이고 외적이며 전혀 눈에 보

      이지 않는 존재에게, 즉 그 자신과 같은 방에 존재하며 그를 잘 알고 있으나 그 자신은 결코 그를 인식하지

      못하는 존재에게 자신을 맡겨 버리게 된다면 ㅡ 글세,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예측할 수 없었던 일이 일어

      나게 될지도 모른다.

          이같은 상황, 즉, 기도하는 자의 영혼이 적나라하게 본연의 참 모습을 드러내는 상황을 피하기 위하여, 인

      간들 자신들도 자기들이 생각하는 만큼 그들 자신의 영혼의 벌거벗은 모습을 내보이는 것을 열망하지는 안

      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너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들에게는 자신들이 원하는 것 이상의 것을 얻게

      되는 상황이 발생 한단 말이다!

       

                                                                                                                                      너의 다정한 삼촌

                                                                                                                                           스크루테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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