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C.S.루이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3

은바리라이프 2008. 11. 1. 04:11

                                                                     

                                                                    3

       

       

                                                                                                                              사랑하는 웜우드에게,

          너와 환자와 그의 어머니와의 관계에 대하여 네가 보내준 편지를 읽고 나니 내 마음이 매우 흡족하다.  그

      러나 너는 너의 이로운 점을 더욱 강력하게 밀고 나아가야만 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원수는 외부로부터 공

      작을 시작하여 점차로 너의 환자의 행동을 새로운 기준으로  이끌어나갈 것이며, 노부인에 대한 그의 행위

      에도 곧 손을 뻗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너는 원수보다 한발 앞질러 가야만 한다.  네 환자의 어머니를 담당하고 있는 우리의 동료 글루

      보스와 긴밀한 연락을 취하도록 하고, 그와 합세하여 그 집안에서 모자 상호간에 서로가 서로를 두통 거리

      로 생각하는 습관을 단단히 굳혀놓아라 ㅡ 일상적인 하찮은 일들로 서로를 헐뜯게 하란 말이다.  다음과 같

      은 방법들이 유용할 것 이다.

       

          1. 너의 환자의 마음이 내적인 삶에 몰두하도록 하라.  그는 자신의 회심이 자기 '내부'의 그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므로, 현재 그의 관심은 주로 자기 자신의 심적 상태에 집중되어 있다ㅡ 아니, 온당치 못한 것

      들이 모두 배제된 상태의 마음에만 관심을 쏟고 있는데, 너는 무릇 그가 오로지 그런 부분만을 보도록 허용

      해야 한다.

          그리고 이 점을 권장하여라.  즉, 그의 마음이 가장 진보적이고 가장 영적인 것으로만 쏠리도록 권장함으

      로써, 그 결과로 가장 기본적인 의무들을 소홀히 하도록 만들어라.  우리에게 몹시 유용한 인간의 특성인,

      병백한 것을 등한시하고 끔찍스럽게 여기는 바로 그 특성을 더욱더 악화시키도록 하라.

          너의 환자와 같은 집에서 살아본 적이 있는 사람이거나 혹은 같은 사무실에서 그와 함께 일해본 적이 있

      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에 대해서는 훤히 알고 있는 사실들을 그 자신만은 결코 알아내지 못하는, 그런

      식의 자아분석을 하루에 한 시간씩 행할 수 있는 상황으로 그글 끌어넣도록 하라.

       

          2. 그가 자기 어머니를 위하여 기도드리는 것을 우리가 앞질러 방해한다는 것은 물론 불가능한 일이겠으

      나,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 기도를 무해무익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너는 그의 기도가 항상 지극히

      '영적'인 것이 되도록 만전을 기해야 하며, 그가 자기 어머니의 관절염은 절대로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오로

      지 어머니의 영혼에만 항상 심려를 기울이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두 가지 이점이 따를 것이다.  우선, 그의 주의는 자기가 보기에 어머니의 죄라고 생각되는 것들

      에 집중될 것이며, 그러므로, 네가 약간만 이끌어주면, 그는 자기에게 불편을 끼치거나 자기를 귀찮게 하는

      어머니의 모든 행동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게끔 유도되어질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너는 그

      가 무릎을 꿇고 있는 동안조차도 그날 하루에 있었던 상처를 계속 긁어줄 수 있다ㅡ사실 이러한 작읍은 전

      혀 어려운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오히려 몹시 흥미롭다는 것을 너도 알 게 될 것이다.

          그 다음으로, 자기 어머니의 영혼에 대한 그의 생각이라는 것이 실은 매우 조잡하고 때로는 잘못된 것일

      테니까, 그는 사실상 어느 정도는 상상의 인물을 위하여 기도를 드리는 셈이 되므로, 네가 할 임무는 그 상

      상의 인물이 그의 진짜 어머니, 즉 아침식탁에서 매섭게 쏘아대는 노부인과는 매일매일 점점 더 닮은 점이

      적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한때, 나는 내 환자들을 어찌나 훌륭하게 길들여놓았던지, 그들은 자기 아내나 혹은 아들의 '영혼'을 위

      하여 열정적으로 기도를 드리다가도 내 말 한마디만 떨어지면 즉시 그들의 진짜 아내나 아들을 아무런 양심

      의 가책도 없이 구타하거나 모욕하게끔 돌변하는 것이 가능했었다.

        

          3. 두 인간이 수년 동안을 함께 살다 보면 대부분의 경우 서로 상대방으로 하여금 거의 견딜 수 없을 만큼

      짜증나게 만드는 억양이나 얼굴 표정을 지니게 마련이다.

          그 점을 한껏 이용하라.  유아시절부터 너의 환자가 몹시 싫어해온 그의 어머니 특유의 눈썹 치켜뜨는

      버릇을 다시금 그의 의식 속으로 적나라하게 이끌어들여 그로 하여금 자기가 그것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재확인토록 만들어라.

          또한, 자기 어머니가 그것이 자기를 얼마나 짜증나게 하는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자기를 짜증나게 하려

      고 일부러 그런 표정을 짓는 것이라고 생각하게끔 유도해라 ㅡ 만약 네가 너의 임무를 제대로 이행하기만

      한다면 그는 자신의 그러한 생각이 얼마나 엄청나게 가당찮은 것인지를 결코 깨닫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혹시 그 자신 역시 자기 어머니를 짜증나게 만드는 억양이나 표정 등을 나름대로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그의 머리에 떠오르게 해서는 물론 절대로 안된다.  그는 자기 자신을 볼 수도 없고, 자

      기 말투를 들을 수도 없으므로 이 일은 손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4. 문명화된 생활에서 볼 수 있는 가족간의 증오란 대부분 글로 적어놓으면 아주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

      는 말들이지만 (그러나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은 '말'이 아니다) 그 말을 어떠한 목소리로 하느냐,

      혹은 어느 순간에 하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달라질 수 있으며, 그런 경우에는 갖는 효과란 주먹으로 얼굴을

      한 대 치는 것 못지 않게 강한 것이다.  이 게임을 계속 유지시키기 위하여서는 너와 글루보스는  이 두 바보

      들이 각각 일종의 이중 도덕기준을 지니고 있도록 철저히 보살펴주어야만 한다.

          너의 환자는 자기가 하는 말은 하나같이 말뜻 그대로 받아들여져야 하고 말 자체만으로 단순하게 판단

      되어져야만 한다고 강력히 요구하면서, 동시에 자기 어머니가 하는 모든 말은 억양이나 상황이나 미심쩍은

      저의 등을 최대한으로 감안하여 지나치게 예민한 해석을 부여해야만 한다.

          그의 어머니도 자기 아들에게 동일한 요구를 하도록 부추겨주어라.  그리하여 말다툼이 있을 때마다 어

      머니와 아들은 각기 자기만은 전혀 잘못이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아니면 거의 확신하는 상태로 헤어지도

      록 해라.

          내가 어떤 종류의 일을 말하는지는 너도 알고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난 단순히 저녁식사가 몇 시냐고

      만 물었을 뿐인데 어머니는 내 말에 신경질을 벌컥 낸단 말이야"라는 반응을 보이도록 하라는 것이다.  네가

      일단 이러한 습관을 잘 닦아놓기만 하면, 인간이란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하려는 뚜렷한 목적으로 어떤 말을

      하면서도 정작 상대방이 기분나빠하면 오히려 자기가 불평을 늘어놓는, 아주 재미있는 현상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노부인의 종교적 태도를 나에게 알려다오.  자기 아들의 인생에 나타난 새로운 요소에 대하

      여 조금이라도 시기심을 느끼지는 않는지? ㅡ 그녀 자신이 아들에게 그의 어린시절에 그토록 훌륭한 배움

      의 기회를 주었었건만, 그것을 이제 와서, 이토록 늦게서야, 남들에게서 배웠다는 사실에 대하여 조금이라

      도 비위가 상한 듯이 느끼지는 않는지?  아들이 그 일에 대해서 대단한 '수선'을 피우고 있다고 느끼거나,

      아니면, 너무 쉽사리 한몫 끼게 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우리 원수의 이야기에 나오는 큰형을 잊지

      마라.

       

                                                                                                                                      너의 다정한 삼촌

                                                                                                                                           스크루테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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