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계서 본 영화 '밀양' "교회의 현실 성찰하게 만들어"
이청준 소설 ‘벌레이야기’를 원작으로 삼은 ‘밀양’은 신앙과 고통, 구원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소설에서는 자식이 유괴당해서 죽고, 그 엄마가 기독교 신앙을 얻은 뒤 유괴범을 용서하러 간다. 그러나 유괴범이 먼저 하느님에게 용서받았다며 평화로운 모습을 보이자 자살한다. 자신이 용서하기 전에 이미 용서받은 유괴범을 보고 견디지 못하면서 그런 세계와 하나님을 부정한 것이다.
영화에서는 주인공 신애가 죽지 않고 미친다. 그러나 이 영화가 “기독교를 폄훼하고 있다”는 일부 영화담당 기자들의 평가와는 달리, 정작 교계 언론에서는 “불편한 영화임에는 틀림없지만 기독교 영화”라며 오히려 ‘옹호론’을 내놓아 흥미롭다.
교계서 본 영화 '밀양' "교회의 현실 성찰하게 만들어" |
"불편하지만 기독교 영화로 봐야" |
|
개신교 인터넷뉴스인 ‘뉴스앤조이’는 최은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전문위원(중앙대 강사)과 이광하 편집장의 대담을 마련해 ‘밀양’에 대한 한국교회의 반향을 점검했다.
최 전문위원은 “인간이 구원받아야 할 존재라는 사실과 더욱이 자신과 타인의 구원에 관한 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불편하다. 강 장로가 신애의 유혹에 빠지는 장면처럼 기독교의 치부나 연약함이 그대로 드러나고, 부흥회나 집회 등 ‘우리만의 세계’가 세상에 어떻게 비추어질까, 신애가 그리스도인들 때문에 더 상처받지 않을까 계속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영화는 교회를 부정적으로 그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기독교에 대한 표면적이고 상투적인 접근을 넘어 진지한 고민과 대화를 촉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편집장은 “밀양은 현실 기독교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요구한다. 용서가 고통과 죄를 명백하게 구분하지 않고 용서받아야 할 죄를 덮어버리기만 한다면 그것은 피해자에게는 또다른 폭력이 아닌가. 영화를 보고 도올 김용옥 교수가 생각났다. 도올은 기독교를 보편적인 언어로 제시하려고 한다. 그동안 기독교가 자기 강화를 위해 일했다면 이제는 보편적인 가치를 지향하고 사회를 위하는 존재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점에서 ‘밀양’을 기독교 영화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대담에는 한국교회에 바라는 ‘자기 개혁’이라는 조심스런 메시지가 담겨 있는 듯하다.
정성수 기자
'GG뉴스 > 문화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메랑 인터뷰] 이창동 감독이 파놓은 깊은 우물 (0) | 2008.09.22 |
---|---|
지저스 안믿으면 폭스리버 간다! (0) | 2008.09.22 |
붓 가는대로 쓴, 영화 '밀양' 이야기 (0) | 2008.09.22 |
대중문화] 영화 밀양 리뷰 (0) | 2008.09.22 |
고즈넉한 영화도시 밀양 (0) | 2008.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