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극/기다리는사람들

아론 (Aaron)

은바리라이프 2008. 9. 6. 11:45

아론 (Aaron)

?~?BC 14세기경에 활동한 전승상의 유대교 제사장직 설립자·수장(首長).

동생 모세와 함께 이스라엘 민족을 이집트에서 인도하여 이끌어낸 인물이다. 모세5경에 그려진 아론의 인물상은 여러 전승 자료를 토대로 구성한 것이다. 〈탈무드〉와 미드라시에서는 모세를 보좌한 지도자로, 그리스도교 사상에서는 여러 역할을 맡은 인물로 등장한다.

생애

〈구약성서〉 〈출애굽기〉에 따르면, 레위 지파에 속하는 아므람과 요게벱의 아들로서 모세보다 3세 위였다.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에서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 있을 때 동생과 함께 일했으며, 그들을 이집트에서 인도하고 나오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실제 지도자는 모세였으나, 아론은 그의 '입' 역할을 했다. 두 형제는 파라오(바로)에게 함께 찾아갔고, 그때 야훼(하느님)의 권능을 보이기 위해 마술 지팡이(아론의 지팡이)를 사용하면서 이스라엘 백성을 가게 해달라고 말한 사람은 아론이었다. 마침내 파라오가 그 백성을 풀어주기로 결정했을 때, 야훼는 출애굽에 대한 연례 기념의식인 유월절(Passover)에 관한 중요한 규례를 아론과 모세에게 내렸다. 그러나 시나이 산에 올라가 야훼에게 가까이 가도록 허락받은 사람은 모세뿐이었다. 훗날 모세는 아론과 그의 아들들을 야훼에게 '가까이 오게' 하라는 명령을 받았고, 이들은 기름부음을 받고서 '길이 지킬 규정으로' 제사장 축성을 받았다. 아론의 아들들은 아버지를 따라 제사장 복장을 갖추었다. 아론은 전혀 흠이 없는 인물은 아니었다.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지체하고 있을 때 백성에게 우상숭배를 하도록 금송아지를 만들어준 사람이 아론이었다. 그는 1년에 한 번 대속죄일(욤 키푸르)에 히브리인들이 모여 예배하고 예물을 드리던 장막 또는 성막의 가장 거룩한 부분인 지성소(至聖所)에 들어가도록 허락받았다. 그는 누이 미리암과 함께 모세가 이방인 여자(구스 여자)와 혼인한 것을 비판했다. 미리암은 그일로 인해 벌을 받았지만 그는 금송아지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꾸지람을 듣는 것으로 그쳤다. 아론은 고라와 레위 지파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 확고히 모세 편에 섰다. 〈민수기〉 20장에 따르면 아론은 123세에 호르 산 꼭대기에서 죽었다고 하며, 또다른 전승을 전하는 〈신명기〉 10장에 따르면 모세라에서 죽어 그곳에 묻혔다고 한다. 아론은 여러 출애급 전승의 중심 인물이지만, 그가 맡은 역할의 중요성은 다양하게 평가되고 있다. 처음에는 모세와 동등한 위치를 차지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집트에서 나온 뒤에는 모세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았다. 출애급 전승에서 주도적인 인물은 분명히 모세이지만 모세는 아론과 '그의 아들들'에게 제사와 의식 문제들에 관한 일체의 권위를 부여한 것으로 분명히 그려져 있다.

아론과 성서 비평들

학자들은 모세5경, 즉 〈구약성서〉의 처음 5권에 그려진 아론의 인물상이 여러 전승 자료를 토대로 구성된 것이라고 오랫동안 생각해왔다. 독일의 성서학자 율리우스 벨하우젠과 그의 추종자들에 따르면, 가장 오래된 자료는 야훼 자료이며, 그뒤로는 엘로힘 문서, 〈신명기〉 자료, 제사법전의 순서로 씌어졌다고 한다. 학자들은 아론에 관한 본문이 이 자료들 가운데 어느 하나에서 유래했다고 본다. 학자들의 결론은 제각기 다르지만, 아론에 관한 자료 가운데 90%가 제사 문서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보는 데에는 의견이 일치한다. 벨하우젠에 따르면 아론은 원래 야훼 기자의 이야기에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으나 후대 편집자가 그의 이름을 삽입해 넣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포로기 이전까지 제사장들의 영웅은 모세였으며, 모세를 계승하여 성막에서 일한 사람은 아론이 아니라 여호수아였다. 지크문트 모빙켈을 비롯한 다른 학자들은 아론을 비우호적인 시각에서 소개한 금송아지 이야기를 야훼 문서의 고대 전승 가운데 일부로 아론이 언급된 유일한 것이라고 믿는다. 이 학자들에 따르면 금송아지 이야기는 원래 북왕국 이스라엘에서 유래했으며, 아론을 북왕국 이스라엘 제사장들의 조상으로 묘사했다가 후에 아론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방향으로 재작성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는 야훼 기자 이후에 활동한 엘로힘 기자가 아론을 면죄하고 주된 책임이 백성에게 있음을 암시하는 듯한 특징들도 있다. 엘로힘 기자는 아론이 모세 편에 서서 파라오와 대결하고, 여러 전투와 예배의식에서 지도자 모세를 도운 모세의 형이자 조력자였다고 묘사한 듯하다. 아론이 모세의 아내를 배척했다는 비우호적인 이야기를 전한 것도 엘로힘 기자였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므리바에서 반란이 일어났을 때 아론이 모세 편에 섰다고 말한 것도 같은 기자인 듯하지만, 여기서도 아론은 사실상 모세와 함께 질책을 당한다. 〈신명기〉 문서에는 원래 아론이 언급되지 않았으나 후대 편집자들이 그의 이름을 삽입했다는 것은 신빙성이 있다. 제사법전에는 아론에 관한 많은 전승이 실려 있고, 모세를 언급한 뒤에 '그리고 아론'이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이 법전은 유다의 제사장들이 포로기 이전보다 더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을 때 기록되었으며, 이 무렵 모세는 더이상 제사장들의 영웅이 아니었고 아론이 그 역할을 떠맡고 있었다.

앞의 학자들이 자료라는 말을 즐겨 사용한 데 반해, 오늘날의 많은 학자들은 전승이나 전승층이라는 말을 즐겨 사용한다. 이러한 용어상의 차이를 제외하면 아론에 관한 견해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모세와 아론을 새로운 시각에서 대조적인 인물로 보려는 시도들도 있었다. 이러한 시각에 따르면 모세에 관한 고대 전승들은 남부 유다의 전승을 대표하며, 아론에 관한 고대 전승들은 북왕국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또한 모세에 관한 전승들이 주로 예언자와 연관되는 데 비해, 아론에 관한 전승들은 제사장직과 연관된다는 주장도 있다. 이 모든 주장뿐만 아니라 모세가 제왕 이데올로기를 대표하는 데 반해 아론은 제사장직만을 대표한다는 이반 엥넬의 주장에는 진실의 핵이 담겨 있는 듯하다. 왕과 제사장들 간의 해묵은 대립은 율법과 역사서 이야기에 반영되어 있다.

후대 유대교 사상과 그리스도교 사상에서의 아론

아론은 유대교의 신앙과 전승들에서 줄곧 상징으로 살아 있었으며, 제사장의 지위는 포로기 이후에 강화되었다. 또한 사해 두루마리들에서 볼 수 있듯이 아론은 그리스도교 탄생 직전의 시기와 탄생시기에 번성했던 유대교 공동체였던 쿰란 종파에서 강력한 제사장직의 상징이었다. 이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은 종말에 자기들이 아론의 직무를 맡을 집단으로 선별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들은 오직 아론의 아들들만이 '심판과 번영을 관장'할 것이라고 믿었다. 〈수도교범 Manual of Discipline〉에 따르면, 장차 2명의 메시아가 임할 것인데 그중 한 명은 아론 계열의 제사장이며, 다른 한 명은 이스라엘의 메시아일 것이다. 쿰란 근처에서 발견된 한 단편에 따르면, 제사장은 종말 잔치에서 상석에 앉아 이스라엘의 메시아 앞에서 빵을 축성할 것이라고 한다. 이 자리에서 '아론의 아들들'은 가장 높은 지위를 차지한다. 〈탈무드〉와 미드라시(유대교의 주석 및 해설서)는 아론을 상징적인 인물로 보기보다는 모세를 보좌한 지도자로 본다. 〈하가다 Haggada〉('이야기':〈탈무드〉와 미드라시 가운데 법률과 무관한 부분)는 두 형제의 관계를 이상적인 관계로 묘사한다. 위대한 자유주의 현인이었던 랍비 힐렐은 아론이 동료들에게 율법을 가르치려는 선한 뜻을 지닌 온유하고 인자한 인물이었다고 칭송한다.

유대교 주석은 아론이 사람들 사이에 평화를 수립한 인물이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론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주석가들은 금송아지 일화를 설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시도해왔다. 몇몇 주석가에 따르면 아론은 살해당하는 것을 모면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금송아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14세기초에 게르소니데스는 만일 아론이 그때 살해당했다면 아론뿐만 아니라 백성들에게도 훨씬 더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되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보다 앞서 11세기에 라시는 금송아지가 그당시 산에 올라가 있던 지도자 모세의 상징이었다고 주장했다. 모세와 아론의 관계는 〈탈무드〉에서도 논의되었다. 몇몇 전승기자는 왜 모세가 아닌 아론이 대제사장에 임명되었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그들은 모세가 맨 처음 야훼에게 부름 받을 때 기꺼이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제외되었다고 대답해왔다. 또한 다른 전승기자들은 아론이 모세보다 나이가 많았다는 묘사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 같다. 아론의 죽음은 미드라시 〈페티라트 아론 Petirat Aharon〉에 언급되어 있다.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아론, '아론의 아들들', '아론의 반열'이 대제사장직의 상징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편지〉는 그리스도를 '아론의 반열'과 구별되는 멜기세덱의 반열에 속한 대제사장으로 묘사했다. 교부들 가운데 알렉산드리아의 키릴루스는 아론이 성령과 진리 안에서 하느님께 제사장직분을 받았으며, 그리스도의 예표였다고 말한다. 대(大)그레고리우스는 아론이라는 이름을 '권능의 산'으로 번역하며, 그를 하느님과 사람을 중재하는 구속자로 본다.

A. S. Kapelrud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