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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 아내생각 & 남편생각, 둘이 따로 또 같이 (1)

은바리라이프 2008. 7. 30. 08:37

[좌담] 아내생각 & 남편생각, 둘이 따로 또 같이 (1)

수정 | 삭제 작성 : , 등록일 : 2008-06-18 15:17:05

 

일산 엄마들이 뿔났다?

 

드라마 속 김혜자는 곧 나 자신,


장미희는 밉지만동경의 대상!

 

KBS 드라마 '엄마는 뿔났다(엄뿔)'가 시청률 30%를 넘어서면서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엄뿔의 인기 이유는 무엇일까? 이 시대 최고의 드라마작가 김수현의 저력과 베테랑 연기자들의 탄탄한 연기도 한 몫 하지만, 무엇보다 이 시대 엄마들의 삶을 대변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한자 역으로 나온 김혜자는 무조건적인 희생을 해온 우리 어머니들의 삶이다. 한국 전통적인 엄마지만 한 번 뿔나면 온 가족이 긴장한다. 또 자기 중심적이고 교앙과 품위를 하늘처럼 여기는 부잣집 사모님 장미희(은아 역)는 밉상이긴 해도 동경의 대상이다. 주부들은 장미희를 통해 대저택에서 럭셔리한 패션으로 치장하고, "미스 문" 하면 잔수성찬이 차려지는 그런 삶을 꿈꾸지는 않을까? 자녀들의 캐릭터도 주부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회적으로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아들은 아이를 임신한 누나를 데리고 온다. 집안에서 가장 잘난 변호사 딸은 아이 딸린 이혼남에게 시집을 간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닌가!. 또 신분차이 집안으로 시집가는 둘째 딸도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자식들 인생을 부모가 어찌 하랴. 드라마 '엄뿔'은 곧 우리들의 삶의 모습이다. 김혜자의 독백에 가슴 깊이 고개를 끄덕이는‥‥. 일산 주부들의 삶도 그리 다르지 않으리라! 30∼50대까지

각기 살아온 환경과 처지가 다른 5명의 주부들과 엄뿔 같은 삶의 얘기를 쏟아냈다.

진행 · 윤선애 기자, 사진 · 이동준 기자

 


요즘 우리들의 삶의 모습‥‥

 

사회 한 번쯤 '엄뿔'을 봤을 법한데, 정말 우리 주부들의 삶이 잘 녹아있지 않나요? 요즘 사는 모습을 어떤가요?
경란 TV요? 애 셋 챙기다보면 볼 틈이 어딨어요. 하지만 '엄뿔' 은 꼭 챙겨봐요. 어느 땐 내 얘기 같고 또 우리 엄마 얘기,우리 딸들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1시간 내내 드라마 속에 푹 빠져 들어요. 그러면서 내 딸들이 영수처럼 애 딸린 이혼남과 결혼한다고 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까지 하게 되죠. 호호~
경란 세 아이들이 제 혼을 쏙 빼놔요. 얼마나 지지고 볶고 싸우는지, 그래서 깜빡깜빡하는 일이 많아졌어요. 얼마 전 냉장고에 핸드폰을 넣어둔 지도 모르고 있다가 둘째 딸이 찾아줬지 뭐예요.
복훈 그건 나도 마찬가지에요. 한 번은 가스레인지에 보리차를 끓이다가 깜빡 잊고 외출을 했지 뭐예요. 마침 남편이 집에 물건을 가지러 왔다가 봤는데, 물이 거의 바닥이 났더라는 거예요. 남편이 아니었으면 어쩔 뻔 했어요. 나이 들수록 깜빡증이 심해져서 큰일이에요.
은하 아이가 학교 가면 학원까지 6~7시에 오기 때문에 이웃집 아줌마들과 수다 떠는 것 외에는 크게 할 일이 없어요. 그래서 직장 일을 해야하나 싶은데, 막상 일자리 구하기도 어렵쟎아요.
양숙 아이가 조금만 더 크면 "엄마는 왜 안 나가?" 할 걸요. 엄마의 잔소리가 귀찮고, 자기만의 세계가 생기는 거죠.
복훈 김혜자가 책을 보다가 갑자기 열난다며 옷을 풀어 재끼잖아요. 바로 갱년기 증상이죠. 제가 작년에 한창 앓았거든요. 오십 넘었는데 마치 사춘기 소녀마냥 누가 뭐라고 하면 금세 얼굴이 발갛게 달아 오른다니까요.

 

나는 어떤 엄마?

 

사회 아이 육아나 교육만큼 어려운 게 없는 것 같아요. 아이의 미래가 달려 있으니까요. 자녀들에게 나는 어떤 엄마라고 생각하세요?
복훈 김혜자가 책을 많이 보잖아요. 그런데 애한테는 책 보라고 해놓고 TV를 보는 부모가 있어요. 아이가 공부하고 싶겠어요? 그러면서 부모 식대로 따라오지 않으면 화를 내고 말이죠. 성경에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라' 했거든요. 저는남편과 두 딸에게 쪽지편지를 써요. 말로 하다보면 언성이 높아지기도 하지만, 편지는 오해가 없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까지 하게되죠. 가끔 딸들이 '아빠는 절대 보여주지 말 것' 이란 제목으로 메모를 건네기도 해요.
양숙 아이들에게 사회적인 규범은 가르치되, 너무 부모 입장만 강요하면 반항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엄마가 힘들면 힘들다고도 말하고, 아이들이 함께 도와서 살아가는 동반자적인 관계가 좋은 것 같아요.
경란 공감해요. 전 제 생일이나 어버이날, 결혼기념일 같은 때에 아이들에게 옆구리 찔러서라도 선물을 꼭 챙겨 받아요.
민진 맞아요. 옛날 어른들이 자식들에게 뭐든 주기만 했잖아요. 그래서 성인이 돼서도 부모를 모시기보다는 더 뜯어내려고 하는 거 아닐까요? 물론 부모는 자식에게 아까울 게 없겠지만, 줄 건 주더라도 받을 줄도 알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한번은 둘째 놈이 '할머니는 생활비를 어디서 받아쓰세요?' 하고 묻는 거예요. 그래서 "엄마 아빠가 드리는 거야"라고 했죠. 부모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만큼 좋은 산교육은 없잖아요.
경란 제 생일에는 세 딸과 남편이 저를 위해 봉사하는 날이에요. 딸들은 도화지에 그림 그리고 풍선을 달아 집안을 꾸미고, 남편은 미역국을 끓여 내와요. 그리고 남편 생일에는 선물을 사들고 시어머니께 찾아가서 "아들 낳느라고 수고하셨어요.정말 감사합니다. " 하고 인사해요. 가지 못하면 전화통화라도 꼭해요.
은하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만 하나예요. 둘째를 갖고 싶은데 잘 안생기네요. 하나다 보니 온통 그 아이 한테만 집중하게 돼요. 특히 공부가 가장 신경 쓰이는데, 계속 100점 맞다가 한달 전 수학경시에서 3개를 틀려온 거예요. 정말 실망스럽더군요. 그런데 오후 6~7시까지 학원 다니는 것도 안쓰러워요. 그렇다고 공부를 안 시킬 수도 없고 말예요.
복훈 아이들과 눈높이에서 맞추려고 노력해요. 우리 큰애가 미니스커트를 즐겨 입는데, 엄마 입장에서야 조금 내려 입었으면 하지만 제 고집만 주장할 수 있나요? 때로는 미니스커트를 선물하기도 한답니다.

경란 첫째랑 둘째가 4살 터울인데 엄청나게 싸워요. 그래서 한번은 서로 상대방의 장점을 10개씩 써오라고 시켰어요. 정말 효과가 있더라구요. 남편이 너무 미울 때도 종이에 장점을 써내려가요. 정 쓸 게 없으면 "체력이 좋으니 다음날까지 술을먹지"라고 적어요. 나름 아이들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스스로 꿈과 행복을 찾아 가도록 지켜봐주는 엄마인 거 같아요. 너무좋게만 얘기했나요? (웃음)

 

 "네 인생은 네 인생" 자식 이기는 부모 없어!

 

복훈 대학 2학년과 고3인 두 딸을 두었어요. 한 뱃속에서 나왔는데 어쩜 그렇게 성격이 다른지 몰라요. 큰애는 정말 착한데 설거지 하나를 해도 그릇을 몇 개 부숴먹는데, 둘째는 야무지고 애교도 많은데다가 설거지며 청소를 윤기가 활활 흐르게 해놓아요. 엄마 입장에선 조금 모자라고 여린 큰애한테 마음이 쓰이는 게 사실이죠.
양숙 아이가 셌인데, 맘 가는 게 다 달라요. 큰애가 태어나자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 하루 종일 아이에게만 집중했어요. 그런데 둘째는 임신 때부터 탈장수술까지 하고 태어나서 그렇게 우는 거예요. 속으로 미운 마음이 들더군요. 어느 때는 스스로 울음을 그칠 때까지 팽개쳐 놓은 적도 있었죠. 그래서인지 돌이 안돼서 부터 아이가 손톱을 물어뜯는 거예요. 어느 책에선가 아이를 많이 안아줘야 한다기에 억지로라도 했더니 고쳐지더군요. 셋째는 말이 늦줬지만 큰 문제는 없었어요. 지금의 모습은 큰애는 사회성은 떨어지는 대신 공부는 잘하는 편이고, 둘째는 사회성이 좋아요.
민진 요즘 큰아들과 티격태격하는 일이 많아요. 큰애가 드럼을 치는데, 공부에 방해되니 그만 했으면 한다고 말하면 들은척도 안 하는 거예요. 하루는 선생님께서 수련회 건으로 전화가 왔어요. 금시초문이라고 했더니 한달 반 전에 결정된 사항이라고 하더군요. 미리 얘기해주면 좀 좋아요?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가기 며칠 전에 말하려고 했다는 거예요. 엄마로서 무시당하는 것 같아 화가 난다니까요. 둘째는 자기가 싫더라도 엄마가 원하면 들어주는 편이에요. 그러니 당연히 더 예쁘죠. 큰애는 엄마 말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맘은 불편한가 봐요. 솔직히 큰애가 나랑 성격이 똑같아요. (웃음)
경란 큰애 중1사춘기가 왔을 때 저와 갈등이 매우 심했어요. 반에서 10등 안에 들던 아이였는데, 갑자기 평균 60점 아래로 떨어지는 거예요. 그때 학원도 안 다닌다고 으름장을 놓더군요. 둘이 산에 올라가서 싸우다가 펑펑 울며 내려왔어요. 억지로 되는 게 아니더라구요. 학원을 모두 끊고 기다렸죠 뭐. 그때 아이에게 열심히 사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줘야 될 것 같아서 일을 시작하게 줬어요. 그러던 어느 날 큰애한테 10년, 20년 후의 모습을 그려보라고 했어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선 공부를 해야 된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 하더군요. 그 후부터 새벽 4시까지 공부에 매진해 반에서 2등으로 올라서더군요. 이젠 공부하라는 잔소리는 할 필요가 없어요.
은하 아이가 하나이다보니 애지중지해서 그런지 남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부족한 편이에요. 그래서 혹시 왕따 당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기도 해요. 이제는 남들과 잘 어울리는 법을 가르치고 있는데, 차차 좋아지겠지요.
경란 저는 외동딸이라 형제 많은 사람이 제일 부러웠어요. 그래서 애 셋을 낳았어요. 큰애는 곰 같은데 좀 이기적인 구석이있어요. 항상 긍정적인 둘째에게 맘이 가는데, 언니랑 동생한테 치이는 게 안쓰러워요. 옷이나 신발을 사도둘째 것만 사와요.
복훈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지만, 조금 더아픈 손가락은 있는 게 사실이에요. 김혜자가 신은경한테 교만 떨지 말라고 야단치지만, 변호사인 딸을 내세워 친구들 앞에서 우쭐대잖아요. 또 몸이 아프다니까 당장 달려가고 말이죠. 또 처음엔 둘째딸이 사킥는 남자가 가난하다고 했을 때는 아쉬워하다가 재벌가로 시집 간다니까 더 노심초사 하잖아요.한국의 모든 엄마들이 그럴 것 같아요.
민진 중1, 고1아들만 둘이에요. 김혜자가 자식한테 실망할 때 그러잖아요. "너희 인생 포함해서 엄마 인생이다. "라고 말이에요. 정말 맞아요. 그리고 신은경이 애 딸린 이혼남과 결혼한다고 했을 때는 노발대발하다가 "그래 네 인생이지."하며 포기하잖아요. 우리 아이들도 어릴 때는 엄마가 하자는 데로 따라오더니 사춘기가 되면서부터 "내 인생은 내 거"라는 식의 행동을 하더라구요. 자식은 서서히 부모를 떠나가는데, 나 또한 아이들을 놓아주는 연습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답니다.

 

▲ 정복훈(이하 복훈) : 결혼 20년차로 사업하는 남편과 사이에 두 딸을 두고 있다. 간혹 생활 속 감상을 글로 써서 최유라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에 보냈다가 당선돼 선물을 받기도 한 재주꾼이다.
▲ 전민진(42, 이하 민진) : 결흔 I5년차로 남편. 두 아들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미고 있다. 지금껏 전업주부로만 살다가 1년전부터 대학 전공을 살려 조선일보 행복플러스 일산 리포터로 활동 중이다.
▲ 김경란(42, 이하 경란) : 결혼18년차로 남편, 세딸을 두었다. 결혼 초 엄한 시집살이와 며칠을 외박하는 철부지 남편 때문에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간 세월을 인내하며 살아온 억척 엄마. 얼마 전부터 가정적으로 변하는 남편과 삼성화재에 출근하면서 새로운 인생과 행복을 찾고 있다고.
▲ 정양숙(40세, 이하 양숙) : 2년 전 남편과 이혼하고 3남매를 키우며 싱글맘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 AIG생명보험에서 자산관리 일을 하면서 성공적인 홀로서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추은하(이하 은하) : 결혼 10년차로 남편과 사이에 외아들을 두고 있다. 둘째를 갖고 싶어도 생기지 않아 아쉽다는 그녀의 관심은 온통 외아들 상목(10세)에게로 향해 있다는 이 시대 보통 엄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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