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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살 아줌마, 도저히 이해 못하는 서인영의 '매력'

은바리라이프 2008. 7. 28. 12:58
아줌마가 보는 TV 2008/07/22 00:11 by 초딩 생활 이야기


뭐가 그리도 좋을까.



<우리 결혼했어요> 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낄낄대고 있는 딸 아이의 모습이 재밌다.
"재밌니?" 물으면, "엄마, 나 이거 다 보고 얘기해 줄게." 한다.
재밌어도 보통 재밌는 것이 아닌가 보다. 특히 서인영이라는 가수가 나오면 난리가 난다.



딸 아이가 '서인영이 좋다, 좋다' 하길래, 서인영이 어떻게 생긴 사람인가 궁금하기도 하고
또 뭘 어떻게 하길래 그렇게 좋을까 싶어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나로서는 도저히 요즘
애들이 왜 서인영을 좋아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특출나게 이쁜 것도 아닌데, 신상신상 거리는 것이 사치스럽게 느껴지고, 남편 앞에서
꽥꽥 소리 지르는 모습이 나이 든 나로서는 불편하기만 했다.



게다가 내 며느리가 만약 서인영 같은 여자라면....하는 생각까지 드니까 상상도 하기
싫을 정도로 끔찍팔짝해졌다. 정말 악몽 같은 나날의 연속일 것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과장되어 미치니 상상도 하기 싫어졌다.



서인영을 보고 좋다고 낄낄대는 딸 아이 모습이 갑자기 한심해져,
"세상에, 뭐 저렇게 시끄러운 애가 있니? 하나도 안 예쁜데 뭐가 그렇게 좋아?" 하니까,
"당당하잖아. 은근히 매력도 넘쳐." 하는 대꾸가 바로 돌아온다.



당당해서 좋아한다고?



그 소리를 듣고 물끄러미 바라보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왜 서인영이라는 가수가 애들한테
인기가 있는 것인지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할 말 다하면서,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모습이 '예쁘지는' 않지만 '당당해' 보였다. 그런 솔직 담백함 때문에 요즘 애들이 서인영에게
열광하는걸까?



그래도 100% 서인영을 이해할 수 없었던 나는,
"에고에고, 모르겠다. 그거 끝나고 빨리 <1박 2일> 이나 트려무나." 하고 부엌에 가서
말없이 설거지를 한다. 설거지를 하다보니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우리 시대의 서인영은 누구였을까 하는 생각.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재밌게도 지금으로부터 40년전, 나와 우리 엄마는 내가 딸아이와 나눴던 대화를 똑같이
나눴던 것 같다. 68년도인가, 69년도인가 뮤지컬 배우 윤복희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처음 우리나라에 등장해서 전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때가 있었다.



죽여라, 살려라 말도 참 많았던 때였다.



그러나 17살, 교복하고 엄마가 항상 곱게 입고 다니시던 한복밖에 모르고 자랐던 나는
그 어린나이에 윤복희의 '미니스커트' 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세상에! 저런 옷도 있구나! 어머 예뻐라!"



윤복희가 입은 그 미니스커트는 얼마나 대단하고 생경스러운 '충격' 과 '파격' 이었는지!!!
그 때부터 나는 윤복희가 나오는 뮤지컬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쫓아다니는 열성팬이 됐다.



그 때, 우리 엄마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당당하게 서 있는 윤복희를 보고 "매친년" 소리를
하셨다. 경찰관 남편을 두고, 언제나 창창하게 한복을 입고 계셨던 우리 엄마에게 미니스커트
입은 윤복희는 "매친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꼭 따라붙는 그 소리, "못생긴 것이 치마만 짧아가지고."




난 엄마가 그 소리를 할 때마다 "왜? 당당하잖아. 멋있구." 하고 대꾸했었다.
그런 소리를 할 때마다 우리 엄만 날 잡아잡수실 듯 쳐다보면서 혀를 끌끌 차시곤 했다.



그런데 40년이 지나 내가 엄마 나이가 되고보니 그 맘이 이해가 간다.
내가 서인영을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 엄마도 윤복희를 이해할 수 없었을거다.



내 눈에는 하나도 예뻐 보이지 않는 서인영이 요즘 아이들이 가장 따라하고 싶은 스타라는
사실이 재밌고 또 놀랍다. 하지만 내가 그 시절 윤복희를 좋아했던 마음을 되새겨 보면
어쩌면 이것이 젊은 스타와 젊은 아이들만이 나눌 수 있는 젊음의 '교감' 이란 건 아닐까.
내가 윤복희를 좋아했던 것을 '젊음의 특권' 마냥 누렸던 그 때, 그 시절처럼.



나는 이미 서인영의 매력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나이 든 기성 세대가 되었기에,
그 매력을 이해하고 교감하고 사랑하는 요즘 아이들의 모습이 정말 부럽고 사랑스럽다.



아! 갑자기 그리워진다!
윤복희의 젊음을 교감하며 희열 만끽했던 17살 어린 시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