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그리도 좋을까.
<우리 결혼했어요> 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낄낄대고 있는 딸 아이의 모습이 재밌다.
"재밌니?" 물으면, "엄마, 나 이거 다 보고 얘기해 줄게." 한다.
재밌어도 보통 재밌는 것이 아닌가 보다. 특히 서인영이라는 가수가 나오면 난리가 난다.
딸 아이가 '서인영이 좋다, 좋다' 하길래, 서인영이 어떻게 생긴 사람인가 궁금하기도 하고
또 뭘 어떻게 하길래 그렇게 좋을까 싶어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나로서는 도저히 요즘
애들이 왜 서인영을 좋아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특출나게 이쁜 것도 아닌데, 신상신상 거리는 것이 사치스럽게 느껴지고, 남편 앞에서
꽥꽥 소리 지르는 모습이 나이 든 나로서는 불편하기만 했다.
게다가 내 며느리가 만약 서인영 같은 여자라면....하는 생각까지 드니까 상상도 하기
싫을 정도로 끔찍팔짝해졌다. 정말 악몽 같은 나날의 연속일 것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과장되어 미치니 상상도 하기 싫어졌다.
서인영을 보고 좋다고 낄낄대는 딸 아이 모습이 갑자기 한심해져,
"세상에, 뭐 저렇게 시끄러운 애가 있니? 하나도 안 예쁜데 뭐가 그렇게 좋아?" 하니까,
"당당하잖아. 은근히 매력도 넘쳐." 하는 대꾸가 바로 돌아온다.
당당해서 좋아한다고?
그 소리를 듣고 물끄러미 바라보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왜 서인영이라는 가수가 애들한테
인기가 있는 것인지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할 말 다하면서,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모습이 '예쁘지는' 않지만 '당당해' 보였다. 그런 솔직 담백함 때문에 요즘 애들이 서인영에게
열광하는걸까?
그래도 100% 서인영을 이해할 수 없었던 나는,
"에고에고, 모르겠다. 그거 끝나고 빨리 <1박 2일> 이나 트려무나." 하고 부엌에 가서
말없이 설거지를 한다. 설거지를 하다보니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우리 시대의 서인영은 누구였을까 하는 생각.
재밌게도 지금으로부터 40년전, 나와 우리 엄마는 내가 딸아이와 나눴던 대화를 똑같이
나눴던 것 같다. 68년도인가, 69년도인가
처음 우리나라에 등장해서 전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때가 있었다.
죽여라, 살려라 말도 참 많았던 때였다.
그러나 17살, 교복하고 엄마가 항상 곱게 입고 다니시던 한복밖에 모르고 자랐던 나는
그 어린나이에 윤복희의 '미니스커트' 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세상에! 저런 옷도 있구나! 어머 예뻐라!"
윤복희가 입은 그 미니스커트는 얼마나 대단하고 생경스러운 '충격' 과 '파격' 이었는지!!!
그 때부터 나는 윤복희가 나오는 뮤지컬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쫓아다니는 열성팬이 됐다.
그 때, 우리 엄마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당당하게 서 있는 윤복희를 보고 "매친년" 소리를
하셨다. 경찰관 남편을 두고, 언제나 창창하게 한복을 입고 계셨던 우리 엄마에게 미니스커트
입은 윤복희는 "매친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꼭 따라붙는 그 소리, "못생긴 것이 치마만 짧아가지고."
난 엄마가 그 소리를 할 때마다 "왜? 당당하잖아. 멋있구." 하고 대꾸했었다.
그런 소리를 할 때마다 우리 엄만 날 잡아잡수실 듯 쳐다보면서 혀를 끌끌 차시곤 했다.
그런데 40년이 지나 내가 엄마 나이가 되고보니 그 맘이 이해가 간다.
내가 서인영을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 엄마도 윤복희를 이해할 수 없었을거다.
내 눈에는 하나도 예뻐 보이지 않는 서인영이 요즘 아이들이 가장 따라하고 싶은 스타라는
사실이 재밌고 또 놀랍다. 하지만 내가 그 시절 윤복희를 좋아했던 마음을 되새겨 보면
어쩌면 이것이 젊은 스타와 젊은 아이들만이 나눌 수 있는 젊음의 '교감' 이란 건 아닐까.
내가 윤복희를 좋아했던 것을 '젊음의 특권' 마냥 누렸던 그 때, 그 시절처럼.
나는 이미 서인영의 매력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나이 든 기성 세대가 되었기에,
그 매력을 이해하고 교감하고 사랑하는 요즘 아이들의 모습이 정말 부럽고 사랑스럽다.
아! 갑자기 그리워진다!
윤복희의 젊음을 교감하며 희열 만끽했던 17살 어린 시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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