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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의 반란…드라마 속 ‘新가족의 탄생’20080727001064

은바리라이프 2008. 7. 28. 12:38
엄마들의 반란…드라마 속 ‘新가족의 탄생’
  • ◇ KBS 2TV 주말연속극 ‘엄마가 뿔났다’의 한 장면.

    ‘1년의 안식휴가를 선언하고 집에서 나간 주부, 안정적으로 일을 하기 위해 홀아버지에게 새 아내를 구해주려 동분서주하는 주부….’ 드라마 속 ‘엄마’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불륜이나 이혼 등 파괴적인 방식으로 가족의 위기를 해소하거나 무마했던 것이 지금까지 드라마의 일반적인 공식이었다면, 요즘은 외형적 규범을 벗어나 다양한 형태의 적극적 해결책이 제시되며 달라진 사회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이 중심에는 단연 ‘엄마’의 활약이 있다.

    지난 19∼20일 방송된 KBS 2TV 주말연속극 ‘엄마가 뿔났다’에서 엄마 김한자(김혜자 분)는 “40년 동안 며느리, 아내, 어머니로 살아오면서 쌓이고 쌓인 화가 넘쳐 뿔이 됐다”며 인간 김한자로 살아보기 위해 1년 동안의 휴가를 달라고 선언했다. 가족들의 반대 끝에 결국 시아버지의 허락을 얻어내고, 이삿짐을 실은 차를 타고 원룸으로 이사를 나가는 한자의 행복한 표정과 가족들의 착잡한 모습이 교차됐다.

    엄마의 분가라는 의외의 전개에 20일 ‘엄마가 뿔났다’ 시청률이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할 정도로 시청자의 반응이 뜨겁다. 시청률조사회사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드라마 본방송이 이날 전체 1위, 재방송이 재방송 프로그램 가운데 1위를 한꺼번에 기록했다. 또 전국 시청률 34.8%를 기록하며 그동안 1위를 독주하던 SBS 드라마 ‘조강지처클럽’(34.2%)을 제쳤다.

    30일부터 방영되는 SBS 수목드라마 ‘워킹맘’.


    최근 시즌2 방영을 시작한 케이블채널 CGV의 ‘리틀맘 스캔들’은 10대 미혼모(리틀맘)와 친구들의 동거기를 다뤘다. 이 드라마에서 엄마는 어린 나이에 아이를 키워야 하는 상황에서 아이를 버리거나 포기하는 대신 자신의 의지로 아이를 끌어안고 당당하게 살아가려 노력한다. 시즌1에서 리틀맘이 되는 과정이 그려졌다면 시즌2에서는 리틀맘의 삶과 아픔을 본격적으로 보여준다. 아이를 출산하면 학교를 그만두고 소꿉장난처럼 아이와 오순도순 살 줄 알았지만 아기의 울음소리에 잠도 못 자고 집 안에만 있어야 하는 현실과, 가족들과 주변의 주위의 따가운 시선이 생생하게 나타난다.

    아직 부정적 시선이 많은 10대 미혼모라는 소재를 다뤘지만 ‘리틀맘 스캔들’의 시청률은 케이블 드라마의 성공 기준을 훌쩍 넘어섰다. 시즌1 평균 1.1%, 시즌2는 1∼2화 평균 시청률 1.4%(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를 기록했다.

    SBS 수목드라마 ‘일지매’ 후속으로 30일부터 방영되는 드라마 ‘워킹맘’은 회사에 돌아가 일을 하고 싶은 두 아이의 엄마 이야기를 그렸다. 철없고 무책임한 연하 남편은 양육 부담을 나눌 생각이 전혀 없을뿐더러 바람까지 피울 기세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이야기다. 하지만 주인공 엄마는 회사일이나 육아 중 하나를 포기한다든가, 극단적으로 이혼하는 방법 대신 가족의 평화를 유지할 제3의 해결책을 찾는다. 홀아버지에게는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이자 자신에게는 육아를 도와줄 존재인 친정어머니를 구하려 애쓰는 것이다.

    케이블채널 CGV의 ‘리틀맘 스캔들’.


    이처럼 엄마들이 기존의 드라마에서 가족의 갈등을 체념하며 받아들이거나 아예 가족의 해체로 몰고 갔던 것과 달리, 다양한 방식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은 변화된 사회상을 반영한다. 자연스럽게 이들 드라마는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엄마가 뿔났다’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헌신해온 엄마가 자신의 존재를 찾으려 하는 것은 결국 가족의 행복과 연결된다”는 의견과 “평생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도 있는데 자신만 희생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기적”이라는 반박으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기존의 가족드라마에서 엄마를 바라보는 시선이 당연히 희생만 하는 존재였다면 요즘 드라마에서는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적극적인 엄마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들 드라마는 외형적 규범이나 의무감 때문에 묶여 있었던 수직적인 가족관계에서 수평적인 가족관계로 변한 최근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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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08.07.27 (일) 18:02, 최종수정 2008.07.28 (월) 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