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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말살 의도” vs “극렬 배격이 예수 가르침?”

은바리라이프 2008. 6. 30. 12:15
“기독교 말살 의도” vs “극렬 배격이 예수 가르침?”
백민재 기자 / 2008-06-30 10:44
6월 29일부터 매주 일요일밤 방송되고 있는 2008 SBS대기획 4부작 ‘신의길 인간의길’이 기독교 측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예수는 과연 실존 인물이었을까?’,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왜 인간은 신의 이름을 걸고 사악해지는 것일까?’, ‘왜 한국교회는 이토록 선교에 목숨을 거는 걸까?’는 4가지 주제를 다룬다.

방송 전, 이미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과 한기총의 유관단체인 한국 교회 언론회 관계자 등은 SBS를 찾아 공문을 전달하고, 해당 프로그램의 방송 중지를 요청한 바 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공문을 통해 “이 방송의 내용을 보면, 기독교에서 하나님으로 믿고 있는 역사적 예수를 신화적 인물로 설정하고 있고, 기독교 6,000년 역사를 BC 8세기에 이란 지역에 있었던 조로아스터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며 “또한 이미 전 세계 인구 3분의 1이 믿고 있는 문명사회가 인정한 종교인 기독교를 폄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는 철저히 기독교를 음해하고 말살하려는 의도로 보이며, 이러한 잘못된 내용이 공중파에서 방영되었을 때 기독교에 대한 전면적인 전쟁으로 간주, 전 기독교계가 귀 방송에 대하여 저항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기총 역시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종교자유의 본질에 대한 침해”라며 “기독교에 대하여 심대한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또 “방송을 강행한다면 방송으로 인한 책임이 일부 제작진에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귀사와 모 기업 그룹 전체의 경영진에게 있음을 분명히 통지한다”고 방송중지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방송을 보지도 않고 어떤 명확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미리 예단하여 ‘종교의 자유 침해’, ‘기독교에 대한 전면적인 전쟁’ 등의 표현을 공문서에서 언급하면서 방송을 취소할 것을 종용하는 것이 과연 한국기독교 신도들의 순수하고도 절실한 신앙 전체를 대변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역사적인 예수에 대해 탐구하고 기존의 예수에 대한 관점과는 다른 시각에서 예수를 바라보자는 것이 어떻게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며 신앙에 대한 도전이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앞으로 방송에서 언급할 내용들은 이미 학계에서 오래전부터 공유되고 토론되어온 것들이 대부분이며, 진보적인 신학자들뿐만 아니라 보수 신학자들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사실들로 구성돼 있다. 이는 토론의 대상은 될 수 있을지언정 배척의 대상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쪽만이 이미 진리를 알고 있으니 다른 쪽의 주장은 잘못됐다며 극렬하게 배격하는 것이 과연 예수의 가르침인지도 알 수가 없다”고 전한 제작진은, “대한민국 헌법에는 종교의 자유뿐만 아니라 언론 출판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SBS가 전달받은 공문에 의하면, 한기총을 대표하는 분들은 법질서 위에 서 있는 듯 들린다”고 전했다.

SBS가 밝힌 바에 따르면, 한기총 관계자들이 공문을 전달하기 위해 지난 27일 SBS를 방문했다. SBS 측은 “이 자리에서 자신들이 ‘예수는 신화다-동아일보사 2002년 출간’라는 책을 절판하도록 압력을 행사해 절판시켰으며, 모 방송사 인터넷사이트에서 진행되던 도올 김용옥의 영어 성경 강의를 100회에 60회로 줄이게 하였다고 스스로 자랑스럽게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 ‘SBS의 방송내용을 근거로 모기업의 경영진에 책임을 묻는다’ 운운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의 근본적인 질서마저 흔들 우려가 있는 심히 유감스런 언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2008 SBS 대기획 4부작 ‘신의 길 인간의 길’은 종교간, 특히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간의 소통과 화해의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기획됐다고 한다.

제작진은 “오늘날 세계각지에서 발생하는 분쟁이나 갈등의 상당수는 역설적으로 종교 혹은 신의 이름으로 발생한다. 물론 종교문제 이면의 정치-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의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종교 문제만으로 국한시켜 보면 타종교에 대한 무지와, 타종교를 오직 선교의 대상으로만 여기거나 이단 혹은 사탄으로 규정하는 것도 큰 요인”이라고 전했다.

또 “이번 종교 특집 4부작은, 이를 통해 종교 간의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 그것이 목적일 뿐 그 어떤 종교도 폄하하거나 훼손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취재 중에 만난 어느 기독교인은 마치 구도자와 같았다. 각자 출발지가 다르니 다른 나라 다른 문화권에서는 서로 다른 종교를 갖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내가 독선이나 도그마에 빠져 있지나 않은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반면교사에게 조차 배울 수 있는 열린 마음만이 하나님에게 가는 가장 정확한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그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마지막으로 제작진은 “한국의 기독교인 여러분, 만약 저희 프로에 뭔가 부족한 점이 있다면 분명히 지적해주시고, 저희 프로를 그저 반면교사로 삼아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시청률조사회사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29일 방송된 ‘신의 길, 인간의 길’ 1부 ‘예수는 신의 아들인가?’는 10.8%의 전국시청률을 기록했다. 밤 11시 20분이라는 심야 시간대를 따져보면 상당히 높은 시청률. 논란에도 불구하고, SBS 측은 남은 후속편을 계속해서 내보낼 예정이다.[사진=SBS ‘신의 길, 인간의 길’ 방송 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