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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순교자’ 속 순교자는?

은바리라이프 2008. 6. 30. 01:44
연극 ‘순교자’ 속 순교자는?
인간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거짓말
2008년 06월 02일 (월) 15:22:39 백승인 기자 iceman@allthatnews.co.kr

   
▲작가 김은국은 인간본연의 성찰을 통해 '순교자'의 의미를 다른 각도로 해석했다.  
세종문화회관 개관 30주년·한국 신연극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서울시극단의 연극 ‘순교자’를 관람한 관객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우리가 ‘순교자’라고 하면 떠올리는 그것과는 그 의미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기독교 안에서의 순교자와 서울시극단이 선보인 ‘순교자’와의 사이에는 괴리감마저도 생긴다.

우선 단적으로 말해서 이 연극은 선교용이 될 수는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안티기독교가 만든 연극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기에 더더욱 기독교를 잘 모르고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권해서는 안 될 연극이다.

연극의 내용은 한국전쟁이 반발하던 6월25일 ‘개같이 죽어간 열 두 목사들에 관한 뼈아픈 진실’에 관한 이야기다. 전쟁이 일어나기 일주일 전에 북한 공산당에 의해 납치된 14명의 목사 중 살아남은 2명의 목사, 그러나 그 중 한 목사는 충격으로 정신을 잃고 후에 목숨을 잃게 된다.

그날의 진실을 아는 사람은 오직 살아남은 신 목사 하나뿐. 배반자로 몰린 신 목사는 사실 유일하게 공산당에 저항한 목사로 12명의 목사가 하나님을 부인하고 서로를 헐뜯으며 죽어가는 모습을 본 사람이다.

하지만 신 목사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희망-신이 있음을 믿는-을 저버리지 않으려 스스로를 죄인으로 몰고 죽은 12명의 목사를 순교자로 만든다. 공산당 앞에 저항하던 그였지만 그 또한 납치사건으로 말미암아 마음속으로 하나님은 없다고 시인하고 만다. 그러면서 ‘새로운 신앙’을 찾았다고 고백하는데 이것이 바로 ‘신은 없지만 신이 있다고 말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연극은 말 그대로 ‘안티기독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가 이 연극을 보기 전에 알아야 할 것은 작가 김은국이 ‘순교자(1964)’를 집필한 의도이다.

작가 김은국은 한국 출신 작가로는 처음으로 1969년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그의 소설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가 높았다. 뿐만 아니라, 그의 소설 ‘순교자’는 당시 미국 전역에서 20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세계 10여개 언어로도 번역돼 읽혀져 왔다.

김은국은 여러 지성인들이 그랬듯이 그의 작품을 통해 ‘신의 부재’라는 형이상학적 통찰을 했던 것이다. 이처럼 신의 유무를 고뇌하는 내용의 책들은 많다. 물론 그 중엔 영화나 연극으로 만들어진 작품들도 있다. 서울시극단이 공연한 ‘순교자’ 또한 그 작품들 중에 하나인 것이다.

연출을 맡은 정진수(성균관대) 교수는 “작가 김은국은 신이 퇴장한 빈자리를 메우려는 인간의 안간힘을 보여주고 있다”며 “각색을 하며 나는 작품의 초점을 환상과 진실의 충돌에 맞추면서 결론을 유보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각색되어지면서 연극은 초반부터 “대통령에서 연예인에 이르기까지 기독교인 아닌 사람이 없어”라며 정치적 의도를 위해 기독교를 이용하고 있다고 비꼬고 있다.

연극을 보고난 후 기독교인으로서 기분은 상당히 찝찝하겠지만 인간본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준 원작에 그 기분을 좀 씻어내야 할 것 같다. 연극은 연극일 뿐. 우리 주위에 진리를 위해, 하나님의 뜻을 위해 진정으로 피 흘렸던 ‘순교자’가 있음을 생각하며, 진정한 기독교 문화가 꽃 피기를 기도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