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2/칼럼

[사설] 옳은 말도 때와 장소 가려서 해야

은바리라이프 2008. 6. 10. 19:38
[사설] 옳은 말도 때와 장소 가려서 해야

[2008.06.09 18:11]


이명박 대통령이 몸을 낮춘 채 연일 각계 인사들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민심 수습책을 구상 중이다.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쇠고기가 한국에 수출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등 사실상 재협상에 가까운 조치들도 가시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여론은 냉랭하다. 정부 노력도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기 일쑤다. 여기에는 이 대통령과 여권 인사들의 가벼운 발언들이 한몫하고 있다. 찬찬히 뜯어보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민심이 왜 이토록 분노해 있는지를 간과한 것이어서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때도 있다.

이 대통령의 경우 최근 “그때(노무현 정부에서 쇠고기 협상을) 처리했으면 이런 말썽이 안 났지”라고 했다. 말이야 맞지만 책임회피로 비쳐져 논란이 일었다. “집회에 이런저런 세력이 자꾸 가세하면서 상황이 변화하고 있다” “한총련 학생들이 가담하고 있어 걱정”이라는 이 대통령 발언 역시 못할 말은 아니다. 그러나 오로지 ‘불순한 세력’에 의해 촛불집회가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돼 순수한 집회 참가자들을 자극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미국산 쇠고기가 마음에 안 들면 적게 사면 된다’는 발언, ‘촛불집회에 사용되는 양초 구입비 출처를 조사하라’던 발언, ‘한·미 FTA 반대자들이 쇠고기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발언도 민심과 동떨어진 것들이다.

추부길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사탄의 무리’ 발언은 기독교인이면 거의 일상적으로 쓰는 표현이다. 하지만 청와대 비서관 신분으로서 촛불집회가 정치집회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말로 끝맺음한 것은 오해를 살 만했다. 한나라당의 이상득 전여옥 의원도 말 한마디 때문에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은 바 있고,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부적절한 발언으로 질타를 받았다.

집권세력의 안일한 발언은 위기를 심화시킨다. 일부 언론이 거두절미하고 자극적인 부분만 부각시키는 경향이 있지만 애당초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한다. 아예 말수를 줄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