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역사/성경세계사

제목 : 영광을 버리신 나그네

은바리라이프 2008. 5. 10. 23:23
제목 : 영광을 버리신 나그네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2002-08-16
광야의 서편 호렙산의 거친 중턱에서 모세에게 나타나셨던 하나님・・・그분은 어마어마한 위용을 지니신 분도 아이었고 두렵고 떨리는 기세로 다가오신 분도 아이었다. 모세에게 나타나셨을 때 그분은 그저 한포기 떨기나무 사이에 나타나셨던 한 작은 불꽃이었다. 모세는 그저 무심히 지나쳐 가려다가 어째서 나무가 불꽃에 타지 않는 것인지 궁금하여 발길을 돌이키려 했다. 그와 동시에 하나님께서는 다급히 모세를 부르셨다.
『모세야, 모세야!』
거기까지 생각했던 모세는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하나님은 어째서 수많은 사람 가운데 모세를 택하셨던 것일까? 사람은 많이도 하나님은 그만큼 외로운 분이었다. 그는 겨우 미디안광야의 양치기 모세 하나를 골라 놓고서도 모세가 그냥 지나쳐 가려다가 다시 발길을 돌이키는 것을 보고 그처럼 다급하게 그를 부르셨던 것이다.
그렇게 하나님은 외로우신 분이었다. 이스라엘 백성이 이백만이나 되었어도 하나님께서 대화하실 수 있는 사람은 겨우 모세 하나뿐이었다. 그렇게 외로우신 하나님께서 다시 혼자가 되시는 한이 있더라도 피곤한 모세를 이제는 그만 쉬게 하시고 싶었는데 그 모세가 자꾸만 요단강을 건너게 해달라고 간청하니까 어쩌다가 그만 하나님의 계획과 비밀을 가르쳐 주시게 되었다. 하나님은 그 비밀을 누구와도 이야기할 수가 없을 만큼 외로우셨던 것이다. 오죽하면 그 일을 결국 늙은 모세에게 털어 놓으셨겠는가?
모세는 다시 광야의 40년을 회상하면서 하나님은 무섭고 두렵고 엄격하신 분이 아니라 사실은 몹시 외로우신 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모세의 늙은 가슴에는 뜨거운 사랑의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분이 무섭고 두려운 분인 줄 알았을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사랑」의 감정이 그를 사로잡고 있었던 것이다.
외롭고 쓸쓸한 하나님의 모습이야말로 참으로 멋진 연인의 모습이 아니고 무엇인가!
미국의 카우보이 영화나 중국의 무협영화 같은 것을 만들 때 그 성공의 비결은 얼마나 매력적인 주인공을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거칠은 황야에 말을 타고 나타나는 외로운 사나이・・・또는 긴 칼을 어깨에 둘러맨 채 산길을 터덜터덜 걸어가는 고독한 검객이 관객을 사로잡기 시작해야 그 영화는 성공하는 것이다. 어딘가 외롭고 쓸쓸한 것 같은 그 얼굴과 표정에 영화의 여주인공은 물론이고 모든 관객들이 매료당하게 되는 것이다. 하나님 자신도 바로 그런 외롭고 쓸쓸한 표정의 나그네셨고 그래서 하나님이야말로 가장 사랑받으실 만한 주인공이었던 것이다.
『너희는 나그네를 사랑하라 전에 너희도 애굽 땅에서 나그네 되었음이니라』(신 10:19)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세상의 많은 작가들이 그려놓은 멋진 연인의 모습들은 한결같이 모두 그렇게 어딘가 외롭고 쓸쓸한 모습의 주인공들이었습니다. 멋진 연인의 모습을 그려놓은 많은 명작들이 있지만 가까이 우리 작가 박완서(朴婉緖)의<나목(裸木)>이라는 소설을 예로 들어보자. 불운한 시대의 화가 박수근을 모델로 했다는 이 소설의 주인공은 자기만 바라보고 사는 아내와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하여 미8군의 PX에서 미군들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었다. 전쟁 때문에 가족도 꿈도 모두 잃은 채 페허에 남았어도 의연하고 싱싱하게 살아가려고 애쓰는 젊은 여성 경아는 웅크리고 앉아서 미군의 초상화나 그리고 있는 화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답답하고 속이 상해서 발을 구른다. 그러다가 마침내 경아는 그 화가를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놀라운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미군들의 초상화를 그려가며 가족들의 생계를 부담했던 박수근의 얼마 안되는 유작들은 지금 이중섭의 그림들과 함께 엽서만한 크기의 호당 2억원을 호가하는 당대 최고의 그림들이 되었다. 하나님은 바로 이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처럼 그의 가엾은 백성들을 먹여 살리며 그 초라한 살림을 꾸려나가시기 위해 어울리지 않는 일터에 웅크리고 앉아계시는 답답하고 쓸쓸한 분이신 것이다. <나목>의 여주인공 경아처럼 우리는 쓸쓸한 모습의 하나님 때문에 늘 안타깝고 속상해 하다가 마침내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모세가 표현한대로 우리 하나님의 여호와은 「오직 하나이신 여호와」이시며 가장 사랑받으실 만한 분이시기 때문이다.
천지를 창조하시고 사람을 지으신 하나님은 처음부터 우리에게 외롭고 쓸쓸한 나그네를 사랑하지 않고는 못견디는 마음을 주셨는데 바로 그 역사의 종점에 하나님 자신이 그렇게 멋진 연인의 모습으로 서 계셨던 것이다.
외로우신 하나님! 그 쓸쓸하신 하나님의 모습이 가장 선명하게 나타난 것은 바로 그분이 이세상에 육신으로 오셨을 때에 보여주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었다. 한번도 환하게 웃어보지 못했던 외로운 모습의 젊은 예수! 민중의 환호 가운데서 몸을 피하여 산으로 들어가 홀로 도망간 가운데 오직 혼자서 십자가를 진 채 허덕거리며 골고다언덕으로 올라가서 쓸쓸하게 그 십자가에 달리셔야만 했던 하나님의 아들 예수! 아버지로부터, 친구들로부터 완전하게 버림을 받고 하늘을 향해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울부짖었던 예수・・・이 세상에서 가장 외롭고 쓸쓸한 나그네였던 예수!
그래서 그분은 바로 「사랑받으실 만한」분이었던 것이다. 이보다 더 멋지고 이보다 더 매력 있는 연인이 어디 있는가? 멋진 연인으로서의 하나님, 오직 한분이신 여화와 하나님을 발견했던 모세의 행복처럼 우리는 성경 속에서 그분을 만나고 그분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감격의 할렐루야를 외치면서 벅차오르는 기쁨으로 이 험난한 세상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아갈 수가 있게 된 것이다.

<김성일님의 “성경대로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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