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주석강해/모세오경

[새롭게 읽는 토라①] 토라의 주제, '하나님나라'

은바리라이프 2008. 2. 19. 13:20
[새롭게 읽는 토라①] 토라의 주제, '하나님나라'
입력 : 2007년 02월 22일 (목) 14:06:07 [조회수 : 1392] 이영재

   
 
  ▲ (뒤레판화집에서)  
 
요즈음 설교비평을 통해서 제기된 문제는 설교자들이 성경을 더욱 깊이 읽어야 하겠다는 점이다. 이러한 요청에 부응하여 이제부터 구약성서의 ‘오경’을 지금보다는 더욱 꼼꼼하게 깊이 있는 눈으로 읽어보도록 하자.

'오경'이란 다섯 권의 경(經)이란 뜻이다. 창세기·출애굽기·레위기·민수기·신명기가 그것이다. 이 다섯 권의 경은 내용상 창세기부터 신명기까지 줄곧 하나의 줄거리로 이어진다. 이것을 히브리어로 '토라'라고 부른다.

'토라'란 말은 '큰 가르침'이란 뜻이다. 그 뜻은 우리말의 '종교'(宗敎)란 말과 같다. 토라를 읽는 목적은 하나님께 큰 가르침을 받기 위해서다. 하나님께서 누구신지,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깨달아 알기 위해서다. 하나님의 마음을 읽기 위해서 성서를 읽는다. 그래서 하나님의 뜻을 따라 힘겨운 세상살이를 잘 해내려는 것이다. 태어나서 뛰어놀고 공부하고 입학하고 졸업하고 취직하고 연애하고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고 살다가 죽는 다사다난한 인생을 살아갈 때 꼭 지켜야 할 큰 원칙을 토라가 제시한다. 그것이 무엇이지를 알고 깨우칠 때 한번 주어진 인생을 잘 살아낼 수 있다.

그러면 지금부터 토라가 무엇인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토라를 구성하는 커다란 장면들을 대충 몇 가지로 나누어보면 다음과 같다.

-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시고 인간을 자신의 형상대로 창조하셨으나 그 인간이 타락하게 되자 그를 심판하시고 의로운 인간 노아와 새 계약을 맺으신다는 이야기(창세기 1~11장)
- 아브람을 부르시어 만민에게 복을 주시려고 계획하시고 이삭과 야곱과 그 아들들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을 만들어 나가시는 이야기(창세기 12~50장)
- 애굽에서 종살이하게 된 그 백성을 파라오의 압제로부터 구출하셔서 광야로 이끌어내신 이야기(출애굽기 1~15장)
- 광야에서 이스라엘을 시험하시고 말씀으로 가르쳐서 훈련을 받게 하시는 이야기(출애굽기 15장~민수기 20장)
- 이스라엘의 진행을 가로 막는 왕들을 모두 물리치시고 거역하는 백성의 제1세대는 모두 다 광야에서 사망하게 하시고 차세에게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도록 준비하게 하시는 이야기(민수기 20~36장)
- 백성의 지도자 모세는 아론과 미르암이 사망하고 난 뒤 모압 땅에서 지나간 날을 회고하면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한바탕 고별 설교를 한 후 비스가 산에서 사망하여 하늘로 올라간다는 이야기(신명기)

이상의 토라 이야기에서 무슨 '큰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가? 토라를 읽을 때 토라의 가장 중심되고 가장 큰 주제를 파악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책의 전체 주제를 놓치고 나면 작은 주제들에 구구하게 매이게 된다. 마치 산 속에서 길을 잃은 형국과 같이 된다. 책의 전체 주제를 파악하고 나면 자자구구에 매이지 않게 되고 중심 주제와 부주제들 사이의 상호관계도 잘 이해가 된다.

토라 전체는 하나님나라 이야기

학자들은 지금까지 토라의 중심 주제를 놓고 갑론을박 왈가왈부하였다. '구원사'가 토라의 중심 주제라고 주장하거나 '약속과 성취'가 중심 주제라고 주장하거나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과 맺은 '계약'사상이 중심이라고 보는 등 여러 가지 의견이 백출되었다. 구원사는 출애굽기 1~15장과 민수기 20~24장에 집중되고 있을 뿐 토라 전체의 주제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약속과 성취'라는 주제도 중심 주제라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 땅을 주시고 자손을 번성하게 하시겠다는 약속이 창세기에 또렷하게 표현되어 있지만, 출애굽기와 레위기와 민수기에는 이 약속이 그리 자주 언급되지 않는다. '계약'이라는 주제도 출애굽기 19장에서 민수기 10장에 걸친 시내산 율법계시 사건에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토라의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가장 큰 중심 주제는 무엇인가?

나는 '하나님나라'가 토라의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 주제라고 본다.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체제가 줄곧 인간의 왕이 다스리는 왕국체제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히브리인 노예들을 파라오 왕의 손아귀에서 구출하셔서(출 3~15장) 자신의 백성으로 삼으신다(출 19:3~8). 하나님의 백성이 나아가는 길을 막는 아말렉(출 17:8~16)과 아랏왕(민 21:1~3))과 시혼왕(민 21:21~32)과 옥왕(민 21:33~35)과 발락왕(민 22~24장)을 모조리 물리치시고 마지막에는 미디안족을 정벌하신다(민 31장).

이스라엘을 가나안에 들이시는 이유는 가나안 땅에 왕들이 백성을 억압하고 교만하기 때문에 그 왕들을 심판하시려는 것이다(신 9:1~6). 이스라엘에 왕을 세우는 일이 부득불 있게 된다면 그 왕은 '토라'를 늘 공부하고 재산을 많이 가지지 말 것과 아내를 많이 거느리지 말 것, 그리고 군마를 많이 두어서는 안 된다(신 17:14~20). 이러한 왕은 이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다윗왕과 솔로몬조차도 이 왕법을 준행하지 못했다.

세상의 나라들은 마치 바벨탑을 쌓는 자들과 같다(창 11장). 아브라함과 이삭의 아내를 빼앗으려고 시도한 자들은 파라오와 아비멜렉 왕과 그들이 다스리는 백성이었다(창 12:10~20; 20:1~18; 26:6~11). 도시 국가를 만들고 살던 소돔과 고모라의 백성들은 폭행을 일삼는 자들이었다(창 19장). 세상의 왕들은 전쟁을 일삼으며(창 14장), 폭력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그 신민들도 폭력을 행사한다. 이집트 제국의 총리대신이 된 요셉은 이집트 전역의 부동산을 매점하여 파라오에게 넘김으로써 절대왕권을 정립한다(창 47:13~26).

도시국가들과 제국을 다스리는 왕정체제의 문제가 토라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자신이 창조한 인간에게 '땅을 정복하여라'(창 1:28)라고 명하신 것은 땅에 불의한 권세자들이 판을 치게 될 죄 많은 미래의 세상을 알고 계셨기 때문이다. 장차 죄가 넘치는 땅을 말씀으로 다스리시려는 하나님의 계획이 창조 때부터 이미 세워져 있다.

성서 공부는 천국 공부

이러한 구원의 목적을 위하여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을 부르셔서 이스라엘 백성을 예비하신다. 애굽에서 종살이하던 히브리인 노예들을 택하셔서 자신의 백성으로 삼으신 것이다(출 19:3~8).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보물'(출 19:5, 표준역)이 되며 세상에서 '제사장 나라'가 되며 '거룩한 백성'으로 성장할 것이다. 이들 거룩한 백성을 통해서 땅에 사는 모든 민족이 복을 받을 것이다(창 12:3). 하나님의 백성은 불의한 왕국들이 촘촘하게 들어서 있는 열국광야(겔 20:35)를 지나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으로 행진해야 한다. 약속하신 땅에서 이룰 나라는 '하나님나라'다.

예수께서 사역의 초기부터 크게 외치신 것이 바로 이 '하나님나라'의 복음이다.

"때가 찼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막 1:15)

예수님은 토라를 꿰뚫어 공부하시어 하나님의 뜻을 가장 정확하게 깨우치셨다. '하나님나라'라는 주제를 통해서 신약성서와 구약성서가 한 통으로 꿰어져 있다. 그러므로 성서를 공부한다는 것은 이 '하나님나라'를 깨우치는 일이 된다. 그것은 세계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대한 비평인 동시에 인류에게 참된 희망을 제시하는 일이 될 것이다.

성서를 깊이로 읽는 사람은 예수님처럼 '하나님나라' 내지는 '천국'(天國)의 복음에 정통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우리 교회와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다.

이영재 / 구약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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