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을 그리워하는 추억의 트랜드
Posted 2006/12/17 13:55 by 최인식, Filed under: 분류없음옛날을 그리워하는 추억의 트랜드
저나름대로 2006년을 돌이켜보니 올해는 ROTC임관15주년,
고등학교졸업 20주년이란 인생 마흔 시작의 중요한 길목이었던
한해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과거에 대한 추억을 아름답게 간직하며
더욱 열심히 삶을 살아야하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10년의 계획이
눈앞에 펼쳐져있는 현실입니다.
삼성세리포럼(http://www.seri.org/forum/trend/)친우의 글을 음미하면서
잠시 추억의 트랜드를 마음속에 만들어보시지요?
""옛날을 그리워하는 추억(追憶) 트렌드 - 다시 한번 행복하고 싶은 욕망
올해는 대한민국 전설의 프로레슬러 김일 씨가 작고했습니다.젊은 날의 위풍당당한 모습은 간데없고 바싹 마른 몸집에 쭈구렁한 얼굴을 하고 키만 꺼정해져버린 그가 마침내 삶의 무대에서 사라졌읍니다. 김일이 누구인가요? 지금의 40~50대가 초중학생 시절 가장 열렬히 사모해마지 않던 시대의 영웅 중 영웅이 아니었던가요? 그의 박치기 한 방에 거구의 노랑머리, 뽀글머리, 주걱턱들이 와장창 쓰러질 때, 아! 그 자지러질듯한 흥분에 질금질금 흘리던 눈물! 그리고 시큰벌떡하던 가슴!이마에 피를 뿜으며 힘겹게 우승한 그가 우~람한 가슴을 고릴라처럼 내밀며 고함을 내지르면, 흑백 TV 앞에 모여 앉은 애 어른 할 것 없이 모든이들이 전기처럼 찌릿찌릿 통하는 뿌듯함에 오금이 저리던 시절이었습니다.
그의 대담무쌍한 표정과 위풍당당한 거동은 모두의 자랑이었고, 그의 승리는 곧 판자집, 비닐천막의 절박한 가난을 이겨 내려는 우리네 인생의 승리인 양 즐거운 흥분제였읍니다.
“몸무게 105 키로그람, 키 195 센티미터~WBA 세계 챔피언 김~~~~일~~~~!”
우렁찬 장내 아나운서의 호명과 함께 황금색 망토를 두른 그가 거만하고 당당한 자태로 저벅저벅 사각의 링을 향해 걸어오는 모습은 가히 아름답기까지 했었읍니다. 링 위로 훌쩍 뛰어올라 망토를 훌렁 벗어 던지고 불룩하고 단단한 배를 앞으로 쑥 내민 채 검정 빤스 위에 육중한 챔피언 밸트를 두르면 장충제육관의 관객들과 TV 앞에 꼬마들은 다같이“와!” 탄성을 질렀습니다.
1960~70년 대 흑백 TV 시절 당대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는 누가 뭐래도 김일이 출전하는 프로레슬링이었습니다. 챨리 채플린 에피소드를 패러디한‘거꾸리와 장다리’도 있고 ‘서영춘,배삼룡,구봉서의웃으면복이와요’도 있고 만화영화‘톰과 제리’’미키마우스’’타이거마스크’’요괴인간’도 있었지만 그까짓(?) 잔재미가 호쾌(豪快)하고 통쾌(痛快)한 김일의 박치기에 비할 바는 아니었읍니다.
서거 직후 출간된 회고록 ‘굿바이 김일’(일간스포츠 간)에 따르면 김일의 박치기는 원래 일본 국민들의 것이었답니다. 1950년 대 일본인들에게, 당대 일본 제일의 레슬러 역도산의 제자 김일이 미국인 프로레슬러들을 상대로 작렬시킨 박치기는 일명‘원폭 박치기’라 불렸는데, 일본 국민들은 미국의 원자폭탄에 의해 패전국이 된 그들의 컴플렉스를 단번에 날려버리는 통쾌한 장면에 열광했었읍니다. 역도산에 이어 오오키 긴따로(김일)는 일본인들의 영웅이자 어린이들의 우상이 되었읍니다. 일본의 영웅 김일이 현해탄을 건넌 때는 1960년대 초. 박정희 군사정부가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김일을 불러들인 것입니다. 곧이어 프로레슬링은 당대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었고 국민들은 레슬러들의 박치기와 드롭킥과 당수에 열광했습니다. 1980년 대 새로운 군사정부가 들어서 프로야구, 프로축구가 활성화되기 전까지 프로레슬링은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었죠.
그로부터 4반세기가 흘렀습니다. 무대 뒤로 사라진 김일이 깨질듯 한 머리를 부여안고 병마와 싸우다 오늘 2006년 12월 13일, 일본 동경에서는 그의 일본어판 회고록 출간을 축하하는 기념식이 열립니다. 모리 前 총리를 비롯하여 일본 정계 관계 학계 연예계 인사 50여 명이 대거 참석한답니다. 12월 초 국내에서 조촐하게 치러진 추모 레슬링 대회에 비하면 자못 성대합니다. 한국인들의 영웅 김일보다 일본인들의 영웅 오오키 긴타로가 더욱 귀한 대접을 받는 셈입니다.
‘추억(追憶)은 기억(記憶)’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김일에 얽힌 추억은 가난과 배곯음, 코 흘리고 때 끼고 동상 걸리고 아귀다툼하던 우리네 모진 삶의 기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김일의 박치기는 일본인들에게 ‘원폭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고픈 욕망의 씻김굿이었고, 한국인들에게는 배곯는 시절을 견디고 이겨내 보려는 고된 몸짓이었습니다. 추억이 트렌드가 되는 이유는 우리 삶의 지난 기억이 너무도 생생하고 아련하며 아름답고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풍요에 찌들어 외려 그 고마움을 모르는 시절,“힘들었지만 그 때가 더 좋았던 거 같애요”라는 고백은 정말 그 때가 더 행복했기 때문에 하는 것입니다. 추억은 곧 행복이며, 다시 한번 행복하고 싶은 욕망이 추억 트렌드를 만듭니다. 옛날이 그리운 이유는 내일의 기대 때문입니다. 굿바이 김일! 웰컴 해피니스!""
현재 대한민국이 어렵다고들 합니다.
추억의 인물들이 그리워지는 것은 시대의 거울이며,
일종의 트랜드인 셈입니다.
경제,사회,정치 모든면에서 작은 영웅이든,큰 영웅을 그리워하는것은
대한민국이 행복하길 바라는 소망들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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