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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트렌드 한류열풍 순수예술로 이어진다

은바리라이프 2008. 1. 20. 18:35
문화트렌드 한류열풍 순수예술로 이어진다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조채희 김정선 이준삼 기자 = TV드라마, 영화, 가요 등 대중문화에서 촉발된 '한류' 열풍이 문학ㆍ출판, 미술, 공연 등 순수예술분야로도 점차 번질 기세다.
유진룡 문화관광부 차관은 최근 올해 추진할 주요 문화정책 계획을 발표하면서 "우리 문화 전반에 호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한류의 폭을 넓히는 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 면에서도 아시아를 넘어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나 유럽 등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며 "유럽에서는 지난해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참가를 계기로 우리 순수문학에 관심이 높고, 올해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하면 순수공연예술의 교류도 크게 증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지식사회 일부에서는 "한류가 단순히 드라마, 영화, 음악 등 대중문화 분야에서 한국인 특유의 재능이나 활력의 분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그 잠재력을 심층분석하기도 한다.

지난 40년간 진보진영의 담론을 주도해온 계간 '창작과비평'은 24-25일 일본 교토에서 '동아시아로 발신되어 확산하는 한국의 문화 파워'라는 제목으로 한류 현상을 놓고 심도있는 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 심포지엄은 한국의 문화력을 기나긴 권위주의 시대의 억압에서 해방된 한국인 및 한국사회의 잠재력과 에너지의 폭발이라는 관점에서 다룰 계획이다. 한국의 문화력은 역동적인 한국사회 자체의 변화와 관련돼 있고, 그러한 역동성이 바깥으로 뻗어나가 한류를 일으키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문학

최영미의 시선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가 지난해 9월 일본에서 번역ㆍ출간되자 아사히 신문이 "한류가 시집에도 오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로 비중있게 다뤄 문학ㆍ출판 분야의 한류 가능성을 예고했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참가를 계기로 한국문학이 매우 활발하게 소개되는 편이다. 프랑스의 명문 출판사 갈리마르가 김훈의 베스트셀러 소설 '칼의 노래'를 '전세계문학 총서'의 하나로 출간하고, 고은 오정희 김영하 등 우리나라 시인과 소설가들의 작품도 주요 출판사에서 꾸?출판사에서 꾸p??준하게 소개되고 있다.

이에 앞서 황석영의 장편 '오래된 정원' 프랑스어판은 르몽드가 선정한 '2005년 국내외 소설 7권'에 선정됐고, 2004년 출간된 장편 '손님'은 페미나상 외국소설부문 후보에 오른 바 있다.

김하인의 밀리언셀러 '국화꽃 향기'나 귀여니의 인터넷 소설 '그놈은 멋있었다' 등은 중국에서 이미 수십만권이 판매되고 현지에서 독자 사인회까지 여는 등 한류의 중심부에 들어가 있다.

그렇다고는 하나 순수문학 분야의 한류 열풍은 아직 미약한 수준. 무엇보다 한국문학의 해외 소개를 가늠할 외국어 번역이 아직은 활발하지 않다.

2005년 12월 현재 한국문학의 해외출판은 29개 언어에 1천213종을 헤아린다. 언어권별로는 영어 238종, 일본어 201종, 중국어 181종, 프랑스어 167종, 독일어 137종, 러시아어 77종, 스페인어 58종 순이다. 영어권에서 가장 많이 번역됐지만 뚜렷한 반응을 보인 작품은 거의 없다.

다만 지난해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참가를 전후로 급격하게 늘어난 한국문학의 해외출판은 세계무대에서 한국문학이 주목받을 날이 점점 가까워 오고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지원해 해외에서 번역ㆍ출간한 작품수는 2001년 8개 언어 15종에서 2002년 7개 언어 34종, 2003년 11개 언어 34종, 2004년 13개 언어 47종, 2005년 16개 언어 72종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문학분야에서 한류 현상은 아직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지난해 5월 열린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이나 남북작가대회 등은 한반도가 세계문학의 변방이 아니라 중심지로 부상할 날이 멀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는 지난해 7월 남북작가대회를 앞두고 남측의 민족문학작가회의에 보낸 축전에서 "한국 작가들의 '언어'에는 민중예술의 바탕에서 끌어올린 강력한 힘이 있다. 한반도의 '언어'로 성립한 문학이 세계로부터 주목받을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며 한국문학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미술

미술계도 해외진출 노력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화랑들의 지원을 받아 중견작가와 신진작가들이 골고루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크리스티 등 해외경매에 출품도 잦다.

투자대상을 찾지 못한 세계 미술계가 중국 미술품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덩달아 일본과 한국 작가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에 힘입은 바 크다.

지난달 20일부터 일본 도쿄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는 중견 작가 이왈종씨는 민화를 차용한 대표연작인 '제주생활의 중도' 전시에서 호평받았다. 일본 언론의 취재도 이어지고 있으며 150호짜리 보자기 한점을 포함해 출품그림 40여점에 대한 컬렉터들의 관심이 높다.

박영대, 윤길영, 임무상, 김종상 등 작가 4명은 이달 27일부터 내달 4일까지 '한류 4가지 개성'이라는 주제로 도쿄 갤러리 아트포인트에서 단체전을 갖는다.

지난해 2월 크리스티 런던 경매에서 사진작가 배병우씨의 소나무 사진을 팝스타 엘튼 존이 구매한 것은 화제였다.

2004년 11월, 2005년 5월, 11월 실시된 크리스티 홍콩의 아시아 동시대 경매에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기대이상의 가격에 대부분 팔렸고, 5월의 소더비 홍콩경매에서도 한국작가의 작품 절반이 판매됐다.

최소영, 김동유, 김은현, 안성하 등 20대에서 40대까지 비교적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강세였다.

화랑들의 해외진출도 중국을 시작으로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예술공간 이음이 중국 예술단지 다산쯔에 문을 열었고 아라리오 갤러리의 분관격인 아라리오 베이징이 개관했다. 올 3월에는 표화랑이 중국지점을 열 예정이며 금산갤러리, 아트사이드 등도 중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연극ㆍ뮤지컬

1월 인도국립연극원의 초청으로 '제8회 국립극장 연극제'에 참가했던 목화레퍼터리컴퍼니는 같은 작품인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11월 세계적 공연장으로 손꼽히는 바비칸센터에서 런던 관객들과 만난다.

목화의 대표 작품인 '로미오와 줄리엣'은 대청마루와 청사초롱, 현무도, 삼태기 등을 활용해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한국적으로 재해석했다.

연출가 양정웅이 이끄는 극단 여행자는 6월27일부터 7월1일까지 역시 바비칸센터에서 '한여름 밤의 꿈'을 공연한다. 지난해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한 여행자의 공연을 바비칸센터 예술감독이 직접 보고 난뒤 초청이 이뤄졌다.

목화, 여행자의 작품 모두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한국적 색깔을 입혀 셰익스피어의 나라에서 보여준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지난해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호응을 얻었던 ㈜예감의 비언어극 '점프'도 주요 공연 무대로 손꼽히는 런던 웨스트엔드의 피콕 극장 공연에 이어 3월 스페인, 4월 독일 등으로 연달아 해외 무대에 선다.

국립극장은 한불수교 120주년을 기념해 국립극단 위주로 국립무용단, 국립국악관현악단 등과 합동으로 9-10월 파리 오페라코믹 극장에 이어 브레스트 극장, 캄페르극장 등에서 몰리에르 작품인 '귀족놀이'를 공연한다.

뮤지컬 제작사들의 행보도 눈에 띈다.

뮤지컬 제작사 윤스칼라는 최근 삿포로 눈축제장 인근 삿포로교육문화회관에서 '겨울연가'를 공연한데 이어 9월부터 연말까지 일본에서 50회 순회공연에 나선다.

오디뮤지컬컴퍼니의 '지킬 앤 하이드'는 3월13-19일 도쿄의 유포트 극장, 3월22-24일 오사카의 NHK홀에서 공연을 갖는다.

에이콤의 '명성황후'는 5월11-16일 베이징(北京) 북전대극장, 5월25-6월4일 상하이(上海) 상하이대극원에서 총 22회 중국 공연에 나선다.

조아뮤지컬컴퍼니는 9월22-10월14일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의 600석 규모 린치 극장에서 창작 '마리아 마리아'를 선보인다.

◇ 만화

지난달 26-29일 개최된 제33회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축제. 세계 30-40여 개국의 작가와 만화관계자들이 참가하는 세계 최대 만화축제에 변병준, 최규석, 변기현 등 한국의 젊은 작가 3명이 프랑스 유명 KANA 출판사의 초청을 받았다.

오래 전부터 이들 작품에 주목해 오던 KANA측이 행사를 계기로 작가들과 '직접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유럽 유명출판사가 한국 만화가들을 개별적으로 초청하는 것은 매우 드믄 사례다.

최근 3-4개월 동안 이 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유럽출판사와 체결된 출판 계약이 8건에 이르는가 하면, 다른 젊은 '작가주의 만화가' 들에 대한 유럽 만화출판사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또 앙굴렘 축제 기간 프랑스측에서는 한국, 일본 등 아시아 만화를 소개하는 '흑백만화전용관'(manga area)'을 별도로 마련했다.

세계 만화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국내 만화업계의 노력도 활발하다.

한국계 만화전문업체 '넷코믹스'는 1월 미국에서 원수연의 'let 다이', 김세영의 'kiss me 프린세스', 이유정의 '가물치전'을 출간한 데 이어 이미라의 '은비가 내리는 나라', 이은혜의 '파인키스', 김진태의 '왕십리 종합병원' 등을 잇달아 펴냈다.

이들은 3월 강도하의 '위대한 캣츠비', 말리의 '도깨비 신부', 지완의 '세상과도 바꿀 수 없어' 등을 출간하고 향후 매월 3편 이상의 작품들을 미국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넷코믹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10여 개의 국내작품을 서비스할 예정이다.

그러나 역시 우리만화가 본격적 '한류' 대열에 끼려면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우선 체계적 번역 지원 문제가 그렇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이 작품성있는 만화를 선정해 번역지원을 하고는 있지만 후속적 연결사업이 없는 등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근본적 문제는 역시 콘텐츠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체계적 창작지원의 문제다.

우리만화연대 김종범 기획국장은 "만화는 적은 비용으로 놀라운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훌륭한 문화 콘텐츠인데도 그동안 너무 소홀했다"며 "창작기반 구축을 위한 충분한 지원을 통해 참신한 새 작품을 계속 개발해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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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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