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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충무로에 위치한 한 사진학원, 20여명의 수강생들이 진지하게 수업을 듣고 있다. 수강생들의 연령층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 아기를 예쁘게 찍어주고 싶어서 배우러 왔다는 주부에서부터 사진을 전공하고 싶어서 왔다는 학생,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을 담아주고 싶다는 중년남성, 사진으로 창업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까지 이들이 사진을 배우고자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실제 보는 것과 다르게 표현할 수 있어서 좋다. 아이를 찍다보니 계속 관심을 가지게 되기도 하고 예쁜 모습을 담을 수 있어서 좋다.” “사진학과에 가고 싶었는데 반대에 부딪쳐 다른 학과에 갔다가 적응 못하고 결국 그만두었다. 하고 싶은 걸 하니 재미있고 좋다. 사람들이 추억하며 행복해할 수 있는 그런 사진을 찍어주고 싶다.” 사진을 배우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이들은 카메라 렌즈를 통해 세상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고 행여 최고의 장면을 놓칠세라 셔터를 빠르게 눌러댄다.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취미로 사진을 찍는 아마추어 사진인구만 천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되기 이전만 해도 자동이 아니면, 카메라를 다루는 것도 쉽지 않았고 사진인화도 암실이 있어야만 가능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과 함께 대중화됐다. 서울 사진교육원 사진작가 김동현 원장은 “이전에는 사진 찍는 게 어려웠다. 현상과 인화를 본인이 할 수 없었고 찍은 것도 네가티브 필름이라 자신이 찍은 걸 확인할 수 없었다. 지금은 액정을 통해 찍은 사진을 자기가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사진 기술 또한 인터넷의 발달로 많이 노출되었다. 암실도 필요없이 직접 인터넷에 사진을 올리고 프린트 할 수 있게 되어 이젠 사진이 즐기는 작업이 되었다.”며 디카로 불어온 사진 혁명을 설명한다. 아마추어의 열정 특히 한국에 디지털 카메라 족이 유난히 많은 것은 바로 미니홈피, 블로그 때문이다. 한국의 온라인 인구는 3천4백여만명이나 되고 개설된 미니홈피와 카페, 블로그 등만 1억개가 넘는다. 1억개의 웹 사이트 운영자들은 자신의 일상이나 관심분야 등을 웹 페이지에 올리고 있다. 그리고 서로 간에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찍고, 찍히고, 퍼가는 즐거움을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디지털 카메라의 비중은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디지털 카메라 붐이 일면서, 사진을 배우려고 하는 인구도 부쩍 증가했다. 사진학원(서울사진교육원) 강사 김영민씨는 “예년과 비교하여 작년부터 수강생이 50% 이상씩 증가하고 있고 프로가 되기 위해 혹은 아마추어로 좀더 깊이 있는 사진을 공부하기 위해 오는 학생들도 많이 늘었다. 아무래도 영상세대이다 보니 사진 수요도 많고 일반인도 그 쪽에 깊은 취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학원에서 수강하는 사람들 모두가 프로사진작가가 되려는 것은 아니다. 프로보다는 일상을 카메라 렌즈에 담고자 하는 아마추어들, 그리고 이왕 배우는 사진이라면 제대로 배워보겠다고 찾아온 아마추어들의 사진에 대한 열정은 프로작가 이상이다. 김영민 강사는 아마추어가 열정이 더 뜨겁다며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열의가 대단하다고 전한다. 그들은 무턱대고 비싼 장비를 구입하기도 하고 최고의 사진을 찍기 위해 밤을 새기도 하고 최상의 샷을 카메라에 담기에 좋은 날씨라고 생각하면 만사를 제쳐두고 훌쩍 떠나기도 한다. 이 같은 열정 때문에 프로사진작가들마저 긴장시킨다는 아마추어들, 이들은 왜 사진에 푹 빠져들었을까? 이들은 아무리 최고의 여행지라도 카메라가 없는 여행은 무의미하다고 한다. 프로사진작가로 인정받지도 프로세계로 편입되지는 못했지만 이들 아마추어들은 동호회 활동을 통해서 자신들의 사진실력을 탄탄히 다져가기도 한다. 서로 모르는 것을 공유하며 실력이 느는 것이다. ![]() 갤러리의 변화 사진인구가 부쩍 증가하면서 활력을 얻은 곳이 바로 갤러리들이다. 최근 들어 국내 미술가에는 사진열풍이 일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도 2007년 올해의 작가로 30대 청년 정연두씨를 선정했다. 정연두 그는 사진작가다. 1995년부터 선정해온 올해의 작가로 30대 작가가 뽑힌 것도 처음이지만 사진분야에서 선정됐다는 것은 사진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사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올해 열리는 사진전의 규모도 지난해의 두 배가 넘는다. 공근혜 갤러리의 경우 사진 열풍을 누구보다 실감하고 있다. 공근혜 관장은 10 년 전 사진전을 기획했을 때와 지금의 분위기는 너무도 많이 다르다고 한다. “요즘 사진에 대한 관심이 확연히 달라진 것을 느낀다. 98년에 미술관에서 첫 사진전을 기획했었는데 그 당시는 사진전시가 많지도 않았다. 10년이 지난 지금 거의 모든 화랑이 사진전을 한다. 관람객 또한 사진을 작품으로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해마다 달라짐을 느낀다.” 공근혜 갤러리가 강남구 논현동에서 종로구 팔판동으로 이사 온 것이 2005년, 다른 갤러리와 차별화를 위해 사진 전문갤러리로 문을 열었다. 좋은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그녀의 예상은 적중했다. “사진전문갤러리를 열면서 걱정을 많이 했다. 아무래도 사진보다는 회화 쪽에 콜렉션이 많으니까. 처음 개관 기념으로 사진전을 할 때 어른들께서 첫 전시에 회화를 해야 돈을 벌지 왜 사진전이냐 하셨다. 지금은 근처 화랑도 사진전을 한다. 또한 젊은 세대는 사진을 산다는 것에 대해 자연스레 받아들인다. 그 파급효과가 기존 콜렉터에게 전이되어 지금은 연세 많으신 분들도 관심을 기울이고 작품을 구입한다.” 인사동 인근에는 지난 4-5년 사이 사진전문갤러리가 속속 문을 열고 있다. 특히 주말이면 이들 갤러리에는 지방에서부터 사진전시를 보기 위해 올라오는 관람객들로 붐빈다. 대구에서 올라왔다는 한 여성관객은 사진전을 보고 갈 때마다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고 한다. “지방에 사는 터라 서울에 오게 되면 꼭 하루를 내서 인사동에 와 전시회를 관람하는데 그 중 주로 찾는 것이 사진 전시이다. 사진에 관심을 가진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는데도 이제 하루의 일상에서 가장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것이 바로 사진 찍는 일이다. 이 많은 사람들이 다양하게 작업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내려가게 된다.” ![]() 예술의 다양성 확보 미술계에서는 현재의 사진열풍에 대해 약간은 과열을 우려하기도 한다. 많은 회화전공자들이 사진으로 전공을 바꿔 활동하고 있고 회회작가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도 도를 넘지 않는다면 그리 비판적으로 볼 일 만은 아니라는 게 공근혜 관장의 설명이다. “매체가 다양화되는 게 미술계의 추세다. 지금까지 회화하는 분들이 사진이라는 장르를 거부해왔는데 이젠 그런 분위기를 탈피한 것 같다. 예술분야가 그만큼 넓어진 것이다. 회화전공자들이 사진으로 바꿔 졸업하는 등 과열 조짐도 보이지만 그런 트렌드 쫓기보다 본인에게 맞는 매체를 다루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이제는 폭넓게 작업하는 환경이 된 것이다. 다양성을 찾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작가들에게 오히려 좋은 일이다.” 사진은 우리의 삶 한 부분을 정지시킨다. 동영상에 비해서 살아있는 느낌이 덜할지 모르지만 정지되어 있는 그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사진을 볼 때마다 과거를 돌아보고 추억을 되짚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그래서 더 소중한지 모른다. 모든 얘기를 가장 함축적으로 담아내는 사진, 오늘은 또 어떤 얘기들을 카메라 렌즈 안에 담아낼까? 오늘은 어떤 사진을 꺼내볼까? 이런 기분 좋은 생각들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하는 것은 아닐까? 사진을 찍을 때의 느낌은 ‘몰입’이다. 사진기를 들게 되면 모든 게 이 카메라 셔터 안에 정지된다. 모든 상념이 잊혀지는 순간, 최고의 순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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