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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거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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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진리 이어지는 거리 문학서적에서 참고서, 기술서적에 법전, 고시준비용 도서... 개국공신인 19대조 할아버지에 관련된 자료를 찾으로 왔다는 70대 노인은 서울대 규장각, 청계천 책방일대를 뒤지다가 배다리 헌책방거리에서 「동국세시기」를 얻고는 환한 미소를 짓는다. |
금곡동과 창영동 입구에 자리잡은 헌책방 골목은 80년대 이전만 해도 40여 개의 헌책방으로 북적댔다. 손때묻은 책들을 정리해 한 보따리씩 들고 나와선 아쉬운 마음으로 이곳에 풀어놓고 상급학년에 필요한 책으로 바꿔가기도 하며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던 곳들이다. GNP 1만 달러 시대가 오면서 새 책이 물밀 듯 밀려 들어오고 중고서적을 취급하던 책방은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해 헌책방은 10여 개로 줄어들었다. 헌 책을 찾는 이가 줄자 헌 책과 새 책을 함께 판매하면서 전업 아닌 전업을 하는 곳도 늘어났다. 하지만 헌 책 속의 진리가 변할 수 없음 때문일까. IMF로 실업자가 늘고, 취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고시로 살길을 모색하는 이들이 헌책방을 찾기 시작하면서 배다리 헌책방 골목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게다가 인터넷 판매나 대형 할인점에서 도서를 싼값에판매하면서 어설픈 규모의 서점보다는 전통 있는 헌책방이 오히려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골목의 왼편이 주로 헌책방들이다. 아벨서점, 창영서점, 한미서점... 고만고만한 책방들이 줄지어 있다. 모두들 4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다. 책들은 그다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다.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보다 바닥부터 시작해 사람 키만큼 쌓여있는 책들이 더 많다. 얼핏보기엔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듯싶지만 책방 나름의 분류방식에 따라 한데 모여있는 것들이다. 이곳 헌책방들은 문학서적에서 참고서, 기술서적에 법전, 고시 준비용 도서 등 다양한 종류의 책을 모두 구비해놓고 있다. 개국공신인 19대조 할아버지에 관련된 자료를 찾으러 왔다는 70대 노인은 서울대 규장각, 청계천 책방 일대를 뒤지다가 배다리 헌책방거리에서 `동국세시기`를 얻고는 환한 미소를 짓는다. 엄마를 따라나온 아이는 서가 사이를 비집고 다니며 자기가 보고 싶은 책들을 능숙하게 골라내기도 한다. 세월이 변하고 옳고 그름의 기준이 혼란스러워지기도 하지만 헌 책 속의 진리가 변하지 않는 한 헌책방 골목의 가치도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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