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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거리

은바리라이프 2007. 11. 26. 11:01

 

 

 

헌책방거리

 

 

 

전통의 진리 이어지는 거리

문학서적에서 참고서, 기술서적에 법전, 고시준비용 도서... 개국공신인 19대조 할아버지에 관련된 자료를 찾으로 왔다는 70대 노인은 서울대 규장각, 청계천 책방일대를 뒤지다가 배다리 헌책방거리에서 「동국세시기」를 얻고는 환한 미소를 짓는다.

 

새학기가 되면 새로운 마음으로 학용품과 참고서를 사던 기억이 아련하다. 살기가 나아졌다고 하는 요즘에야 너도나도 새 책에 새 참고서를 장만해 새 학기를 준비하지만, 20여 년 전만 해도 한 학년 진급하려면 반드시 들려야 할 곳이 있었다. 바로 배다리 헌책방 골목이다.

금곡동과 창영동 입구에 자리잡은 헌책방 골목은 80년대 이전만 해도 40여 개의 헌책방으로 북적댔다. 손때묻은 책들을 정리해 한 보따리씩 들고 나와선 아쉬운 마음으로 이곳에 풀어놓고 상급학년에 필요한 책으로 바꿔가기도 하며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던 곳들이다.

GNP 1만 달러 시대가 오면서 새 책이 물밀 듯 밀려 들어오고 중고서적을 취급하던 책방은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해 헌책방은 10여 개로 줄어들었다. 헌 책을 찾는 이가 줄자 헌 책과 새 책을 함께 판매하면서 전업 아닌 전업을 하는 곳도 늘어났다.

하지만 헌 책 속의 진리가 변할 수 없음 때문일까. IMF로 실업자가 늘고, 취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고시로 살길을 모색하는 이들이 헌책방을 찾기 시작하면서 배다리 헌책방 골목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게다가 인터넷 판매나 대형 할인점에서 도서를 싼값에판매하면서 어설픈 규모의 서점보다는 전통 있는 헌책방이 오히려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배다리 헌책방은 배다리 철교를 지나 송림동 쪽으로 향하면서 오른편 골목에서 시작된다. 입구에서부터 만나게 되는 '헌 책 삽니다. 팝니다'라고 내건 입간판이 이곳이 바로 헌책방 골목이라는 것을 대번에 느끼게 한다. 곧이어 대형(?) 서점 두 곳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나타난다. 단골서점과 국제서점이다. 두 곳은 헌 책을 전문으로 판매하다 새 책을 함께 판매하는 '외도'로 살 길을 모색했다. 책을 사러 왔던 이글은 새 책과 똑같은 내용의 헌 책이 20%-30%나 싼값에 판매되고 있는 것을 보고는 마음을 바꿔 헌 책을 사가지고 가기도 한다.

골목의 왼편이 주로 헌책방들이다. 아벨서점, 창영서점, 한미서점... 고만고만한 책방들이 줄지어 있다. 모두들 4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다. 책들은 그다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다.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보다 바닥부터 시작해 사람 키만큼 쌓여있는 책들이 더 많다. 얼핏보기엔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듯싶지만 책방 나름의 분류방식에 따라 한데 모여있는 것들이다. 이곳 헌책방들은 문학서적에서 참고서, 기술서적에 법전, 고시 준비용 도서 등 다양한 종류의 책을 모두 구비해놓고 있다.

개국공신인 19대조 할아버지에 관련된 자료를 찾으러 왔다는 70대 노인은 서울대 규장각, 청계천 책방 일대를 뒤지다가 배다리 헌책방거리에서 `동국세시기`를 얻고는 환한 미소를 짓는다. 엄마를 따라나온 아이는 서가 사이를 비집고 다니며 자기가 보고 싶은 책들을 능숙하게 골라내기도 한다.

세월이 변하고 옳고 그름의 기준이 혼란스러워지기도 하지만 헌 책 속의 진리가 변하지 않는 한 헌책방 골목의 가치도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길찾기

 

배다리 헌책방은 도원역과 동인천역의 중간쯤에 있다. 걷기에는 동인천역이 가깝다. 동인천역에서 도원역 방면으로 10여 분 걸으면 배다리 철교가 나온다. 철교 아래쪽으로 좌회전해 들어가 10m만 걸어가면 작은 장승이 있고 배다리 지하상가 입구가 나온다.지하상가를 건너면 맞은편이 금곡동과 창영동의 배다리 헌책방이다. 시내버스 2, 15, 32번을 이용하면 바로 배다리 철교 앞에서 내릴수 있다.배다리 헌책방 안으로는 번 시내버스가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