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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시도, 2007 독서문화제 ‘북 콘서트’

은바리라이프 2007. 11. 24. 20:43
색다른 시도, 2007 독서문화제 ‘북 콘서트’
2007-09-19
지난 9월13일에 열린 제13회 독서문화상 시상식 현장, 1995년부터 독서의 달인 9월에 열리는 이 행사에는 책 읽는 문화를 조성하고, 독서인구를 늘리는데 큰 역할을 한 개인과 단체가 상을 받았다. 13년 전부터 열리는 행사지만, 올해 행사는 예년의 시상식과는 달리 축제형식을 가미했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최경애 부장은 “책을 통한 어떤 축제를 즐기는 방법을 생각해서 북 콘서트를 하게 된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책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책은 딱딱하다, 공부하는 학생만 책을 읽는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걸 축제의 공간으로 끌어냄으로써 보다 일반 국민들이 가까이 책을 대할 수 있고 직접 책과 관련해서 문화축제로 즐길 수 있는 그런 행사다.”라고 소개한다.


북 콘서트 “환상”

독서문화축제를 위해 아이디어를 낸 것이 북 콘서트, 듣기만 하는 오디오 북 형태를 뛰어넘어 특정작가의 작품을 각색, 성우와 비보이, 뮤지컬 배우들이 현장에서 연기를 펼치는 것이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최경애 부장은 “스토리 콘서트는 특정작가의 단편소설을 내용으로 잡았다. 은희경의 ‘날씨와 생활’을 극화형식으로 공연을 하게 된 것이다. 제목은 환상이다. 책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것과 다른 뮤지컬 배우, 성우, 비보이, 가수 등 다양한 장르의 출연진이 무대에서 연기 하고 얘기하고 작가와 대담 나누고 함으로써 책의 색다른 변신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한다. 활자로만 접했던 책의 내용을 무대로 끌어올려 책의 주인공들과 대중들의 만남을 시도한 것이다. 그렇다고, 책을 각색한 드라마나 영화와는 다르다. 책 내용은 그대로 담되 최대한 사실감을 살리기 위해서 성우들의 연기와 함께 음악과 다양한 효과를 사용했다.

은희경씨의 단편 <날씨와 생활>! 제목도 원제가 아닌 <환상> 으로 바뀌었다. 작가로서도 새로운 경험이다. 소설가 은희경씨는 “일단 뭐랄까 책의 목차를 본다고 할까. 작가의 말을 한다고 할 수 있고 인터뷰한다고 할 수 있고 문학작품은 책을 읽어야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책에 접근하기 위한 여러 통로를 열어준다는 점에서는 새로운 시도라고 생각된다. 줄거리 위주로 구성해서 이야기성이 강해지니까 좀더 친근감이 있겠다. 대중성도 있겠다. 그런 점에서 일종의 예고편을 본다고 할까 그런 식으로 맛보기라고 할까 그런 경험이 될 것이다.” 은희경의 단편 ‘날씨와 생활’은 그녀의 아홉번째 책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가운데 등장하는 단편소설이다. 꿈 많고 몽상을 즐기는 소녀 B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세계명작동화를 읽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소녀 B 언젠가는 자신 앞에 놀랄만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 소녀, 그러나, 현실은 상상과 다르고 냉혹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 소녀의 지극히 자연스러운 성장통을 담고 있다. 단편 ‘날씨와 생활’을 극화시키면서 대중들의 상상력을 자극시키기 위해서 몇 몇 장치들이 보태졌다. 비보이도 등장하고 뮤지컬 배우 윤공주씨가 출연하여 대사와 율동, 노래 등으로 몽상가 어린소녀 B의 내면의 세계를 잘 그려주었다. 대화체로 완벽히 각색된 작품이 아니라 책에 담겨있는 흐름을 이어가고 캐릭터를 살리다보니 적잖은 어려움이 있었다는 윤공주씨의 말이다. “이 소녀 B에 대해서 생각했는데, 그렇다고 뭔가 확 답이 있는 캐릭터보다 공상적인 모호한 캐릭터로 표현하려고 했는데 어려웠다.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 사실 조금 걱정도 되고 긴장도 되고 아니 드라마 형식도 아니고 그렇다고, 드라마 형식이 아닌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새로운 도전이었는데, 이런 기회가 많아지면 좋을 것이다. 책을 오디오 형식으로 재해석해서 접할 수 있는 게 좀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은희경, 날씨와 생활

비보이와 뮤지컬 배우 성우들과 함께 한 북 콘서트 눈으로 소리 없이 읽었던 책을 입체적으로 읽는 느낌. 형식적인 독서 문화제가 아니라 축제형식으로의 변신은 관객들에게 호평받기에 충분했다. “제목 그대로 환상적이었다. 책은 활자라 눈으로 인식하면서 그것을 읽는 과정에서 한줄 한줄 놓치지 않기 위해 신경 써야 되는데 오디오에서 전해지는 환상적인 효과음 같은 것이 좀더 내용에 빠져들게 하는 그런 맛이 있다.” 한 여성관객은 이렇게 전하기도 했다. 북 콘서트에는 저자 은희경씨도 참여했다. 저자가 직접 말하는 소녀 B 이야기. 북 콘서트의 또 다른 재미다. 원작자의 등장으로 관객들은 또 다른 상상에 잠긴다. 인생에는 비극도 희극도 없다는 이치를 깨닫게 되는 어린 소녀 B, 혹시, 소녀 B는 은희경 자신이 아닐까? 이런 상상들이 책을 읽고 싶어지는 강한 충동으로까지 이어진다. 어떤 관객은 “오디오북 형식에 관심이 있어 인터넷에서 뒤지다가 왔다. 작가님과 대화도 하고 성우 분들께서 나와서 직접 하는데 뮤지컬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연극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그걸 한꺼번에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날씨와 생활 포함된 책을 꼭 사서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의 자극이다. 그런 자극으로 다른 책을 읽고 싶은 자극이 쌓여간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 책을 너무 좋아해서, 독서만 하고 지냈다는 소설가 은희경. 지나친 독서열에 부모에게 혼이 나기도 하고,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스탠드를 켜고 읽기도 했다는 그녀. 왕성한 독서력 때문이었을까? 그녀도 어린시절 종종 몽상에 쉽게 빠지곤 했었다고 한다. 북 콘서트 <환상>을 통해 저자 은희경을 닮았다는 소녀 B. 세계명작동화의 주인공을 떠올리며 자신에게도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믿는 소녀 B. 소녀 B의 몽상은 4차원으로까지 연결된다. 그러나, 어느날 그녀의 모든 몽상을 깨트리는 일이 일어난다. 학교 앞에 낯선 아저씨가 찾아온 것, 낯선 아저씨의 정체는 어처구니없게도 소녀 B가 그토록 재밌게 읽었던 세계명작동화의 세일즈맨. 그 남자는 엄마가 단 한번도 내지 않은 할부금을 받으러 온 것이다. 자신의 몽상에 바탕이 됐던 세계명작동화가 아직 돈이 지불되지 않았다는 사실, 돈을 받으러온 세일즈맨 아저씨 때문에 자신이 상상이 깨져버리는 현실. 이런 과정에서 소녀 B는 깨닫는다. 몽상은 그저 꿈일 뿐이라고. 현실은 냉혹하다고.



다양한 문학에의 접근

움직이지 않는 활자, 정적인 자세로 읽어야 하는 책과 달리 북 콘서트가 주는 느낌은 강렬했다. 최근 들어 전자책과 오디오 북 등 기존과 다른 형태로 책이 출간되고 있다. 작가 은희경씨는 종이책에 대한 순정은 버리진 못하지만, 책이 영화와 음악, 게임 등을 뛰어넘어야 하는 시대. 다양한 방법으로의 문학접근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북 콘서트는 바람직한 시도였다는 생각이다. 소설가 은희경씨는 “최근에 이렇게 문학작품을 독자에게 접근시키려는 행사가 많다. 좋은 일이다. 축제는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뭔가를 남기기 때문에 이런 행사가 많은 것은 좋은데 특히 이 행사처럼 순수예술끼리의 접목, 이런 것들이 원래 문학이 갖고 있는 아름다운 예술성을 좀더 다른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고 인상을 남길 수 있다면 축제 같은 형식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런 무대예술과 문자예술의 만남은 흥미로운 시도이고 많은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다.”

가을 독서의 계절. 소설가 은희경씨는 독서를 강요할 생각은 없지만,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분명 인생에 큰 도움이 된다고 얘기해주고 있다. “이 세상에 진실에 도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라서 반드시 책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자유로우니까 강요받는 자체가 폭력인데, 책은 모든 지식이나 경험을 전수받는데 가장 빠른 방법이다. 저는 살아가면서 많은 인생모습을 해석 못해서 괴로워했는데 문학작품 통해서 인간의 다양한 면 부조리한 면을 이해하게 되고 그런 것이 제 삶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됐다고 본다.” 독서는 낡은 생각과 경험의 벽을 허물어 준다. 그리고, 그 공간을 새로운 지식과 경험으로 채워준다. 독서의 형태가 활자책이든 오디오 북이든 콘서트 형식이든 어떤 것이든 좋다. 올 가을에는 선택한 몇 권의 책이 내 삶의 나침반이 되어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