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과 음악의 거리를 좁힌다 - 하우스 콘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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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주택가, 이곳에서는 평균 한달에 2번 주로 금요일 저녁이면 음악소리가 들린다. 음악소리가 들리는 곳을 따라가 보면 대문 입구에 하우스콘서트 라는 간판이 걸린 빨간 벽돌 담장으로 된 2층집을 만날 수 있다. 평소에는 조용한 주택가지만, 콘서트가 열리는 금요일 밤이면, 사람들로 북적인다. “인터넷을 보다가 이런 하우스 콘서트가 있다고 해서 반가운 마음에 달려왔다. 그 전에는 와본 적이 없었다. 굉장히 기대가 많다. 어떤 공연이 어떻게 호흡을 같이 맞추면서 좋은 느낌으로 다가올지 기대가 크다.”
하우스 콘서트
하우스콘서트의 특징은 티켓을 판매하는 예매처가 특별히 없다는 것이다. 입소문을 통해,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알음알음 찾아온다. 하우스콘서트에 모인 관객구성을 보면, 절반은 이미 하우스콘서트 매력에 푹 빠진 마니아층이고 나머지 절반은 가정집에서 진행되는 하우스콘서트를 경험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다. “친숙하다. 처음인데도, 집이니까 집처럼 가정처럼 친숙함이 다가온다. 무대를 봐서는 뭘 할지 몰라서 뭘 할까 이런 기대감이 있다. 형식화되지 않고 자유롭게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그런 분위기 같다.”
지난 10월26일 금요일 저녁에는 연극배우 장두이씨가 168회째 하우스콘서트의 주빈이 됐다. 배우경력 37년째를 맞은 장두이씨는 오랫동안 연기했지만, 하우스콘서트는 처음이라고 한다. “하우스 콘서트는 처음이다. 콘서트를 지금까지 두 번 했다. 모두 대형극장에서 했다. 이번에 공연하게 된 것이 개인의 사택에서 콘서트를 한다는 것이 굉장히 좋았다. 집에서 하는 콘서트도 실내악처럼 오히려 더 편할 것 같고 하우스 콘서트 얘기 듣고 너무 좋아했다. 그런데 막상 하려고 하니까 떨린다. 큰 극장에서는 덜 떨린다. 대형극장은 워낙 크니까 관객들도 멀고 자세히 안보이고 그런데, 하우스콘서트는 공간 자체가 작으니까 이것은 완전히 밀도 있는 공연이 될 것 같다. 굉장히 떨린다.” 연기생활 40년을 바라보는 장두이씨도 떨리게 하는 하우스콘서트. 공연이 진행되는 장소는 30여 평 남짓 되는 가정집 2층 집을 개조해 하나의 작은 홀이 마련된 이 공간에는 특별히 객석은 없다. 관객들은 저마다 편안자세로 앉아 공연을 기다린다. 이날 장두이씨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약 40여명이다.
18살 청년의 상상
하우스콘서트는 집이나 작은 음식점, 미술관, 찻집 등 작은 공간에서 열리는 음악회를 말한다. 하우스콘서트를 누가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그 기원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과거 유럽에서 음악가가 자신을 후원하는 귀족의 집에서 연주 하는 것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18세기 하우스콘서트는 살롱음악회로 발전했고 대중과 음악가의 거리를 좁히는 역할을 했다. 국내에서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인 박창수씨의 소박한 상상에서 하우스콘서트가 시작됐다. “고등학교 다닐 때가 1981년인데, 예술 고등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공연할 기회가 많았다. 친구들 집에서 연습하는 과정 중에서 연습하다 보니까 공연장보다는 집에서 하면 어떨까? 가능하겠다고 생각한거다. 실제로 연습한 것을 무대에서 연주할 때와 집에서 자연스럽게 연주할 때의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언젠가 집에서 하는 콘서트 해봐야겠다. 그게 계기가 된 거다.” 연습을 하러 친구 집을 오가며 집에서 직접 듣는 음악의 감동을 잊지 못했다. 연주자는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연주할 때 최고의 연주를 할 수 있다. 관객에게 최고의 연주를 들려줄 의무가 연주자에게는 있다. 그렇다면, 공연장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면 어떨까? 18살 청년의 상상은 그로부터 21년이 지난 2002년 7월 12일 현실이 됐다.
2002년 여름 2층집을 개조해 하우스콘서트를 준비하면서 아는 사람을 중심으로 100여 통의 안내메일을 보냈다. 1회 하우스콘서트의 연주자는 박창수씨와 피아노를 치는 박창수씨의 일본인 친구였다. 관객의 숫자는 불과 10여명, 그러나 실망하지는 않았다. 예상했던 대로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연주를 할 수 있었고 관객과 연주자와의 소통은 거의 완벽했다. 하우스콘서트 현장에서는 공연자와 관객과의 거리는 불과 두 발짝 정도이다. 어디가 무대이고, 어디가 객석인지 경계가 없다. “대규모 콘서트나 커다란 공연장은 상품화됐기 때문에 이미 정제된 공연을 보게 된다. 그런데, 하우스 콘서트 장점은 연주자 관객 구분이 실제로 명확치 않다는 점이다. 나 역시 연주의 한 파트를 참여하는 것 같다. 완성도가 얼마냐 와 무관하게 감동이 크다.”
소박하지만 밀도있는 공연
소박하지만, 밀도 있는 공연장, 관객과 연주자가 하나가 될 수 있는 공연장, 하우스콘서트의 매력이 입소문을 타면서 5년 3개월이 지난 지금의 회원은 5천여 명으로 증가했다. 하우스콘서트 초기에는 연주자를 확보하기도 어려웠지만, 지금은 연주자가 줄을 설 정도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입상 등을 통해 이름을 알린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씨, 세계적 권위의 리즈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김선욱씨, 가수 강산에씨 등도 하우스콘서트에 참가했을 정도이다. “처음에는 관객 확보도 연주자들 확보도 어려웠다. 집에서 콘서트를 한다니까 그게 뭐냐고 했다. 그런 점을 설득하는데 애를 먹었다. 힘들었다. 그러나, 이 공간에서 연주하는 것이 특별한 것이 될 수 있다는 것, 공연뿐 아니라 녹음도 완벽하게 준비되는 시스템으로 이뤄진다고 설득했고, 입소문이 번지게 됐다. 요즘에는 예전에 연주를 거절했던 연주자들이 오히려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다. 지금은 어렵지 않게 연주자들 확보할 수 있다.”
작고 소박한 공간에서 마련되는 공연이라지만, 연주자 선정은 엄격하고, 공연구성도 까다롭다. 아무리 유명한 연주자라도 리허설 같은 공연은 사절이다. 연주자는 하우스콘서트만을 위한 레파토리를 준비해야한다. “작은 공연장에서 공연한다니까, 연주자들이 큰 공연장에서 연주하기 전에 리허설을 한다는 생각으로 찾아올 때가 있다. 그런데 그런 것을 전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리공연장만의 레파토리를 만들어달라고 한다. 예를 들어 큰 공연장에서 베토벤 전곡을 연주할 계획이라고 하면 여기서는 쇼팽을 연주해달라고 한다. 이런 것이 연주자에게 부담일 수 있지만 여기만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 여기만의 레파토리를 요구하는 것이다.” 하우스콘서트라고 소홀해서는 안 된다는 박창수씨의 철학이 담긴 대목이다. 이런 고집스러움 때문에 연주자들도 하우스콘서트를 준비할 때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하우스콘서트가 입소문을 타면서 한번 연주해보고 싶다는 의뢰가 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박창수씨는 단호히 거절한다. “일회성에 치우친 연주자들은 배제하고 있다. 하우스콘서트가 알려지다 보니까 여기서 한번 연주해봤으면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런 것보다 연주자도 관객으로 올 수 있는 분위기, 하우스콘서트에 와보니까 여기에서 꼭 연주하고 싶다는 그런 마음으로 와야 한다. 이런 분들 중에서 공연 역량도 좋은 분들을 찾으려고 한다.”

편안한 작은 음악회
하우스콘서트의 공연 장르는 클래식으로만 한정짓고 있지 않다. 클래식은 물론, 프리뮤직, 퓨전음악, 국악, 대중음악, 독립영화,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예술가들을 초대하고 있다. 168번째 공연이었던 연극배우 장두이씨의 공연은 미국, 아프리카, 인도, 우리국악까지 세계 연극음악을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세계 연극음악을 선보이면서 장두이씨는 심장모양을 한 악기 갈림바를 비롯해서 조롱박 모양에 구멍이 난 우두라는 악기 등 평소에 접하지 못한 생소한 악기들을 연주했다. 연주를 듣고 있으면, 아프리카 밀림 한가운데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영혼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독특한 음악, 특별한 악기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것 또한 하우스콘서트의 또 다른 매력이다. “다양한 나라 음악을 들려주셔서 이색적이고 좋았다. 그동안 들어보지 못한 음악들을 체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처음이다. 이런 작고 오픈된 공간에서 할 수 있으니까 좋았다. 말씀하시기를, 누워서 들어도 된다 자도 된다고 하니까 좋았다. 자유로운 느낌, 내 집처럼 편안하게 집에서 정말 가족이 음악하는 거처럼 편안하니까 잘해 놓은 거 같고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시간 30분 남짓 진행되는 공연. 특별한 공연을 보는 매력이 있긴 하지만, 마룻바닥에 앉은 관객들은 때로 불편함도 느낀다. 그러나 의자를 놓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음악의 파장을 그대로 느껴보라는 것이다. “의자를 일부러 사용하지 않았다. 의자 없이 마루바닥에 앉아서 음악을 들으면 음악이 훨씬 더 다가오기 때문이다. 소리는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피부로 듣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느낀다. 바닥을 통해서 음악의 파장이 느껴지게 하는 것이다.”
하우스 콘서트가 모두 끝나고 나면 와인파티로 이어진다. 연주자와 관객이 공연에 대한 얘기를 자연스럽게 주고 받을 수 있는 자리, 콘서트에서 받은 감동의 여운이 추억으로 오래도록 자리하게 하는 박창수씨의 배려다. “공연 자체가 끝나는 게 아니라 쫑파티 식으로 연결되는 것이 너무 좋다.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보통 콘서트에서 상상할 수 없으니까. 와인도 마시고 가족 같은 느낌... 콘서트 끝나면 각자 집으로 가면 끝나는데, 다시 연결되는 듯한 느낌이 있어서 좋다.”
동원된 관객을 철저히 거부하고 원하는 사람만이 찾아오게 하는 하우스콘서트. 와인 파티까지 포함해서, 티켓가격은 단 2만원. 티켓의 절반은 연주자의 개런티로 주고 나머지 반는 운영비로 사용하는데, 매번 적자다. 하지만, 박창수씨가 5년 3개월 동안 사비를 털어가며 하우스콘서트를 진행하는 이유는 하우스콘서트가 대중화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하우스콘서트를 진행하는 곳이 15곳이나 생겼다. 박창수씨로서는 여간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매번 콘서트를 준비하는 비용 때문에 어려울 때도 많지만, 응원하는 마니아들이 있기에 매번 용기를 내 본다. 이제 170회를 바라보는 하우스콘서트, 조만간 1회부터 녹음해온 것들을 음반으로 내볼 생각이다. 170개의 음반을 통해서 하우스콘서트가 어떻게 성장했고, 어떤 성과를 이루었는지 이제, 대중들에게 자신 있게 선보이고 싶은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