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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재] 류경호의 문화읽기(6) 흥행중시하는 신파극

은바리라이프 2007. 11. 24. 20:21
[문화연재] 류경호의 문화읽기(6)
흥행중시하는 신파극
매년 명절 즈음이면 신파극의 변형인 악극이 무대화되어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이 악극은 기존의 레퍼토리나 잘 알려진 스토리를 대중의 성향에 맞추어 보기에 편안하고 또 화려한 볼거리와 재미를 곁들여 흥행을 중시하는 공연 양식으로 발전되어 왔다.

주로 악극은 전문으로 공연해 오던 극단이나 방송사가 중심이 되어 전국을 순회하거나 대형공연으로 중장년층에게 인기가 많다. 이런 공연은 대체로 어렵게 살던 시절의 고부간의 갈등이나 자수성가하여 귀향하는 내용 등을 다뤄 어렵게 살던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게 하는 데 안성맞춤이고 눈물을 자극하는 데는 또 그만이다.

이 신파극이 처음 우리나라에 유입된 것은 개화 초기 일본에 유학하던 사람들로부터 공연 양식과 스토리를 모방하여 국내에서 공연한 때부터다. 공연 양식과 실내공연이라는 특성으로 공전의 히트를 치며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중장년의 심금을 울리던 눈물의 악극


당시만 해도 신파라는 용어에 대치되는 구극, 즉 판소리나 남사당패의 땅재주 그리고 풍물이나 꼭두놀음이 전부였던 볼거리에서 우리 주변의 슬프고 의협심을 과시하는 전설적 내용을 주로 담았다.

또 연기하는 모습과 이상한 사투리처럼 발성하는 대사가 신기하기도 했겠고 재담을 곁들인 연기자들의 말주변에 넋이 나간 관객이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더욱이 마땅한 배우가 없었으니 기생들을 데려다가 화려한 ‘장기’를 선보이며 대중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기도 했다. 때로는 흥행에도 성공을 거둬 공연 제작자들은 자선단체에 기부금을 헌납하는 등 장안의 화제가 되곤 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일제의 탄압과 과도한 세금, 그리고 영미 유학파들의 사실주의 경향의 신연극과 번역극에 밀려 번성치 못하다가 1930년대 중반부터 악극이라는 형태로 자리잡아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 현재의 공연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질질짜야' 흥행성공하는 요즘 '신파'


이 신파가 요즘에도 회자되는 것을 가끔 볼 수 있다. 물론 ‘신파’ 같다며 비하 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 바로 배우들이 ‘질질 짜는’ 연기 양식이나 대중적 감성을 자극하는 멜로 드라마를 보면서 이런 딱지를 선사하곤 한다.

연극은 삶의 축소판으로써 인생의 깊이나 철학이 심오하게 베어있어야 하며 대중성에 입각한 흥행과의 타협은 있을 수 없다는 견해도 많다. 하지만 지난 90년대부터 불기 시작한 대중적 악극은 우리 연례행사로 명절 분위기에 편승하여 흥행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는 현실이다. 지금도 우리 주변의 시군 주민들의 정서상 ‘정극’ 이라 불리는 연극은 인기가 없거나 관심의 대상이 못 된다. 바로 사는 환경과 공감대의 형성 그리고 진지함에 이력이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