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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희 교수의 구약신앙]구약의 탄원기도에 나타난 ‘분위기 급변’

은바리라이프 2017. 9. 5. 18:35
[차준희 교수의 구약신앙]구약의 탄원기도에 나타난 ‘분위기 급변’

슬픔을 기쁨과 찬양으로 바꾸시는 하나님
기도 중에 확신과 응답 주시는 전능한 분

 

구약의 시편은 흔히 ‘기도학교’라고 부른다. 시편은 이스라엘 신앙인들이 야웨 하나님께 드린 여러 가지의 기도가 총 집결되어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시편의 기도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탄원기도’이다. 탄원기도 중에서도 예수께서 십자가상에서 인용하신 시편 22편이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다. 이 기도문은 “내 하나님이여 내 하나님이여 어찌 나를 버리셨나이까”(시 22:1)라는 탄식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22절에서 갑자기 “내가 주의 이름을 형제에게 선포하고 회중에서 주를 찬송하리이다”는 찬송으로 바뀐다. 보통 탄원기도는 기도의 대상인 하나님을 부르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불평조로 열거한다. 이어서 구체적으로 간구하고, 갑자기 분위기가 급변되어 신뢰를 고백하고, 맹세찬양으로 끝을 맺는다. 슬픔과 탄식으로 시작한 기도는 어느 순간 확신에 찬 신뢰로 급변되어 기쁨과 확신으로 끝난다. 슬픔의 기도가 기쁨의 기도로 끝난다. 어떻게 해서 갑자기 기도 분위기가 탄식에서 찬양으로 급변한 것일까? 탄원기도에 나타난 분위기 급변의 원인에 대하여 몇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1. 심리적 변화: 탄원기도를 드리는 기도자가 ‘기도전쟁’을 통하여 두려움이 희망으로, 고통의 상태에서 기력을 되찾게 될 수 있다. 기도를 통하여 심리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기도하는 사람들이 기도를 통하여 흔히 경함할 수 있는 것이다.

2. 신뢰의 확신: 기도자가 기도하는 가운데 자신이 갖고 있는 문제가 앞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확신에 이르게 된다. 그 응답이 아직은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기도자는 문제해결을 확실히 믿는 상태에서 미리 신뢰를 고백하고 찬양을 할 수도 있다.

3. 과거의 회고: 기도자는 기도 중에 과거에 이와 유사한 경우에서도 하나님께서 응답해주셨던 구원사건을 생각하기에 이른다. 과거에 이보다 더한 고단한 인생 길 가운데서도 인도해주셨던 하나님의 은혜가 마음속에서 새롭게 움터오기 시작하면서 문제속의 기도자를 압도하게 된다. 기도자는 과거의 은혜를 회고하면서 다시금 힘을 얻는다. 

4. 제사장의 구원신탁: 기도자가 기도하는 가운데 제사장을 통하여 구원신탁을 통보받고 탄원에서 찬양의 분위기로 급변될 수도 있다. 구원신탁(Heilsorakel)이란 하나님께서 기도를 응답하리라는 답변을 가리킨다.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원통함을 아뢰었다. 그때 엘리 제사장이 한나에게 “평안히 가라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너의 기도하여 구한 것을 허락하시기를 원하노라”(삼상 1:17)고 한 말이 구원신탁에 해당된다. 기도하는 사람은 제사장 같은 하나님의 사람의 대언(代言)을 통하여 응답의 확신을 갖게 되고, 찬양으로 답하게 된다.   

5. 기도 공식문: 고대 이스라엘에서는 탄원기도의 공식기도문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기도문은 실제의 삶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순서적으로 압축하여 정리하고 있다. 즉 불평, 간구, 신뢰확신 그리고 찬양맹세라는 요소들이 차례로 언급된다. 탄원기도는 일종의 문학작품이며, 이는 고난에서 찬양으로 이어지는 신앙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150편 시편 전체도 전체적으로 보면 이러한 체제로 구성되어있다. 1편에서 150편의 시편은 전반적으로 보면 탄원에서 희망으로, 절망에서 기쁨으로 흐르고 있다.

정리하면, 하나님은 기도하는 사람의 어두운 심령에 빛을 비추어주고(심리적 변화), 불투명한 미래에 대하여 확신을 심어주기도 하며(신뢰의 확신), 과거의 은혜를 생각나게도 하신다(과거의 회고). 또한 기도의 멘토(Mentor)를 통하여 응답을 주시기도 하신다(제사장의 구원신탁). 하나님은 기도하는 사람의 탄원기도를 결국에는 찬양기도로 끝맺음을 하게 하신다(기도 공식문). 하나님은 울면서 시작한 기도가 웃으면서 끝나도록 이끄신다(참조. 시 126:5∼6).  (*한세대학교 구약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