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칼럼·논문·서적/기독논문

[차준희 교수의 구약신앙]구약에 나타난 죽음과 부활

은바리라이프 2017. 9. 5. 18:32
[차준희 교수의 구약신앙]구약에 나타난 죽음과 부활

죽음: 관계단절의 상태 

약의 히브리인들은 생명에 상당히 높은 가치를 부여하였다. 따라서 구약성서에는 자살이 거의 없다. 죽음자체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특히 때 아닌 죽음은 “무서움의 왕”으로 간주되었다(욥 18:14). 구약성서에서 죽음은 현대적인 인식과는 다르게 이해되었다. 구약에서 생명은 인체의 모든 기관, 특히 뇌가 기능하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상당하게 사회적인 요소도 포함한다. 즉 생명이란 “관계를 맺고 있음”을 뜻한다.

 

특히 하나님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상응하여 죽음이란 “관계단절의 상태”를 의미한다. 여기서 관계란 하나님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다른 인간과의 관계도 포함한다.

 

한 개인은 자신이 소속된 공동체로부터 제외됨을 경험하므로 죽음을 맛본다. 즉 죽음을 미리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죽음의 고립을 가져온 원인으로 질병, 고발, 정치적 박해, 종교적인 분쟁 등이 언급된다. 이런 측면에서 시편은 질병과 치유, 거부와 화해, 고발과 무죄판결을 죽음과 죽음으로부터의 구원(부활)이라고 말한다.

 

구약성서에서 죽음은 관계적인 요소만이 아니라 물론 육체적인 요소도 포함한다. 의학적인 죽음의 기준은 호흡이다. 하나님이 생명의 호흡을 거두어 가시면, 즉 호흡이 중지되면 인간은 죽음에 들어간다. 그러나 호흡의 중지로 한 인간의 존재가 완전히 끝장나는 것은 아니다.

 

죽음 이후 영혼은 지하세계인 스올로 내려간다. 스올은 그리스어 하데스(Hades)와 같은 뜻이다. 이곳에 거하는 자들은 진정한 생명이 없고 즐거움이 상실된, 의식이 몽롱한 상태에 머문다. 이곳은 특히 사람의 측면에서 하나님과의 관계가 끊어진 곳이다: “죽은 자가 야웨를 찬양하지 못하나니 적막한데 내려가는 아무도 못하리로다”(시 115:17; 참조. 시 88:10-12; 사 38:18-19 등). 이처럼 죽은 자들은 스올(음부)에서 “유혼”(시 88:11; 사 26:14, 19)으로서 그림자 같이 존재한다. 죽음은 “세상 모든 사람이 가는 길”(수 23:14; 왕상 2:2), “돌아 올 수 없는 땅”(삼하 12:23; 14:14; 욥 7:9-10 등)으로 불린다. 아무튼 사람들은 부폐되어 살이 없어진 뼈들이 조상들의 뼈로 돌아가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창 25:8, 17; 32:29 등).


죽음: 하나님의 섭리 

생명이 하나님의 창조에 속한 것(창 1-2장; 시 36:10 등) 같이, 죽음도 하나님의 섭리에 속한다. 구약은 죽음을 독립적이고 신화적인 힘으로 이해하지 않는다. 즉 죽음은 하나님과 무관하게 자체적인 힘을 가진 존재로 인식하지 않는다. 죽음의 세력은 본질적으로 야웨 하나님 자신의 힘에 속해 있었다. 따라서 죽음은 마지막 원수가 아니라 야웨께서 인간을 다루시는 한 방편이다: “야웨는 죽이기도 하시고 살리기도 하시며 스올에서 내리게도 하시고 거기에서 올리기도 하시는도다”(삼상 2:6-7).

 

순교현장에서 깨닫게 된 부활신앙

그러나 구약 역사의 후기에 이르러 죽음이후에도 생명이 지속된다는 것을 분명히 깨닫게 된다. 이러한 새로운 신앙(내세신앙과 부활신앙)은 이후 신약시대에 이르러서는 보다 분명하게 알려진다. 그런데 이러한 신앙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역사를 통하여 점진적으로 계시된다. 이미 에녹의 승천(창 5:24)과 엘리야의 승천(왕하 2장)사건에서 이러한 신앙은 싹을 피우고 있다. 이후 다니엘 시대에 순교자의 운명에 관하여 깊이 숙고하게 되면서 이러한 신앙은 보다 분명해지게 된다. 순교자들은 하나님에 대한 신앙 때문에 생명을 내놓았다. 만약에 이러한 순교자들에게 아무런 보상이 없다면 그들의 죽음은 억울한 죽음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순교자들은 죽음 이후 펼쳐질 세상에서 그 보상을 누리게 된다는 내세신앙이 확고해진다(단 12:2-3). 또한 선한 행동을 한 자에게는 그에 합당한 보상이 주어진다는 지혜신앙의 논리가 이 세상에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이러한 보상이 이 세상너머의 세상에서 이루어져야함도 알게 되었다(눅 16:18이하). 

 

따라서 이러한 부활신앙은 고대 근동의 영향 보다는 이스라엘 야웨 신앙인들의 경험과 신학적인 숙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하나님의 권능이 못 미치는 곳이 없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하나님의 권능의 범주에 스올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내가 스올에 내 자리를 펼지라도 당신은 또한 거기 계시니이다(시 139:8; 암 9:2; 호 13:14; 사 7:11 등). 하나님의 권능과 존재는 그 어느 곳에서도 제한되지 않는다. 죽음의 권세도 죽음의 자리도 그 앞에서는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부활의 첫 약속이 이사야 26장 19절에서 선포된다: “주의 죽은 자들은 살아나고 우리의 시체들은 일어나리이다 티끌에 거하는 자들아 너희는 깨어 노래하라 주의 이슬은 빛난 이슬이니 땅이 죽은 자를 내어 놓으리로다”(사 26:19).

(한세대학교 구약학 교수)